
취재, 사진 김성환, 김태현
글 김성환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해마다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음악 페스티벌들 중에 가장 확실한 자체적 개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분단의 현실과 가장 가까운 곳이 강원도 철원에서, ‘서로에게 선을 긋기 전에 함께 춤을 추자’라는 모토 아래 자유와 연대, 그리고 화합을 음악으로 엮어내려는 이 페스티벌의 의도는 화려한 국내/해외 헤드라이너 아티스트가 없이도, 생각보다 낯선 전 세계의 인디 아티스트들과 한국 인디 신의 대표 뮤지션들, 그리고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속의 거장들의 재발굴까지 다양한 라인업의 배치를 통해 이 페스티벌에 와서 ‘어울리고, 놀며, 즐기는’ 그 자체를 해마다 기다리는 축제로 만들어놓았다.
1년 만에 다시 방문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현장인 고석정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쾌적한 운영이 이뤄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기존 고석정 광장과 식당가 공간 옆 공원 구역만을 두 무대로 나눠 운영을 하던 것에서 반대편 주차장의 한 공간쪽으로 스테이지 하나를 통째로 옮기면서 각 무대의 관객 수용 능력도 키우면서 적극적 공연 관람을 하는 관객들과 휴식을 취하며 음악을 듣는 관객들이 좀더 여유롭게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그 덕분에 페스티벌의 핵심이면서도 일면 행사장의 외부 특별 공간처럼 느껴졌던 분수대의 디제잉 스테이지인 ‘파운틴 스테이지’의 즐거움도 페스티벌 행사장 전체로 더 잘 퍼져나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보다 관객을 위한 쾌적한 운영이 예년보다 돋보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취재 당일이었던 2일차(일요일) 공연은 오후 2시 전자양의 무대를 시작으로 밤 10시 반에 끝난 인순이의 공연까지 총 11팀의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양쪽 무대를 오가며 펼쳐졌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후보까지 올라가면서 확실히 그들에 대한 주목도가 상승한 피치트럭하이재커스는 한낮임에도 (지난 아시안 팝 페스티벌 때처럼) 꽤 많은 관객들이 몰려와 함께 그들이 연주하는 강렬한 개러지 사운드와 함께 열정을 발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내 밴드로는 이 날 역시 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노래 부문을 수상한 밴드 신인류의 무대와 이제는 뮤지션의 모습보다 드라마 속 ‘부장님 캐릭터’로 젊은이들에게 더 많이 인기를 얻은 백현진, 그리고 피스 스테이지의 대미를 장식한 페퍼톤스의 무대가 앞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신인류가 그들의 대표곡 ‘정면돌파’를 노래하던 순간 관객들의 반응은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실리카겔의 ‘No Pain’에 이어 현재 MZ세대의 인디 록 송가의 자리를 계승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게 했다. 또한 이제는 거의 40대 후반이 된 페퍼톤스의 두 멤버들이 추억의 노래들을 하나씩 부를 때 그들과 2000년대의 한 페이지를 함께한 세대들의 감흥도 특별했을 것이다.

한편, 해외의 인디 밴드들의 매력들도 각각 다채로웠다. 열정적이지만 쾌활한 개러지 록 무대를 펼쳐준 프랑스 밴드 라 플레므(La Flemme), 태국식 펑키 일렉트로닉 팝을 들려주며 관객들을 춤추게 만든 짐브이(GYMV), 거의 원맨 밴드의 포맷으로도 관객들과 소통하며 무대를 꾸며내며 경탄을 자아낸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루이스 오프만(Lewis Ofman)의 무대까지 서로 다른 개성과 서로 다른 음악적 에너지가 교차하는 공간에서 관객들은 정말 자유롭고 편안하게 그 소리를 호흡하며, 함께 현장에서 어우러지는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갔다. 그리고 그 큰 물결의 마지막 자리에 인순이가 무대로 올라왔다. 거의 1시간에 가까운 무대를 통해 관객들은 왜 그녀가 한국을 대표할 만한 팝-소울 디바 중 한 명인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골든걸스]라는 TV예능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지만, 조만간 70이 될 나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대에서의 가창력과 안무력까지 희자매 시절부터 갈고 닦아진 그녀만의 퍼포먼스 에너지는 세월이 지나 당연히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노쇠함보다 더 원숙하고 노련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대한민국에서 그 나이에 뉴진스의 ‘Hype Boy’의 감각을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보컬은 정말 흔치 않다) 중장년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음악 페스티벌이기에 그녀 역시 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DMZ 피스트레인이 자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어쩌면 올해 이 행사가 낳은 가장 의미있는 라인업 기획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처음에는 철원 고석정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음악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매니아들에게는 1년 중 꼭 들르고 싶은 행사로 확실하게 자리잡았고, 이제는 확실한 그들만의 전통이 확립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페스티벌이 초여름에 가장 기대되는 음악 공연으로서 내년에도 더 발전된 모습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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