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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Universe Festival 2024, 뜨거운 날씨를 더 뜨겁게 달궈준 일렉트로닉/흑인음악 페스티벌

LIVE REPORT: ONE UNIVERSE FESTIVAL 2024

일시: 2024년 8월 24일(토) ~ 8월 25일(일) 

장소: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광장 무대 

 

 

원 유니버스 페스티벌(One Universe Festival, 이하 OUF)은 자가용을 위시한 생활, 문화 브랜드 피치스(Peaches.)가 작년 하반기인 2023년 10월 7~8일 서울숲에서 첫선을 보인 음악 축제다. 개최 당시 국내/외 블랙뮤직(힙합, R&B)의 굵직한 아티스트들과 에스파(aespa)를 특별 게스트로 앞세운 댄스, 팝 라인업에 주력하여 상당히 많은 관객을 집결시켰다. 그리고 이제 2회를 맞이한 OUF는 공간도, 성격도 조금씩 달리하여 날로 뜨거워져 가던 절기를 채울 다음 계획을 모색하였다. 2024년 8월의 끝자락,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광장에 마련된 신설 무대에서 역시 이틀간 펼쳐진 OUF 2024가 그 결실이다. 

 

축제의 성향이 재편된다는 건 그곳에 섭외된 아티스트들이 전달하는 감각들로 현시되는 일련의 작용과 같다. 그건 알차게 편성된 무대 시간표의 존재 의미를 일일이 각인할 수 있는 점과도 연관된다. OUF 1회가 양일 모두 비교적 랩, 힙합을 표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면, 2회 OUF는 장르적으로 뚜렷이 일정을 구획하여 나름 체계적인 자유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테크노, 하우스, 일렉트로닉 클럽 튠을 기반에 둔 디제이 라인업까지 포괄하며 이틀간의 열기를 양분한 건 발전적인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볕이 따가웠던 1일차에는 첫 타자인 DJ 현희(HYUNHXEE)부터 로테르담 출신의 프로듀서 올리버 헬덴스(Oliver Heldens)의 얼터 에고(Alter Ego)인 하일로(HI-LO)에 이르는 8팀이 무드를 바꿔가며 8시간의 디제잉 세트를 꽉 채웠다. 공평하게 배당된 1시간 내외의 시간은 시작서부터 오후 내내 점점 몰려드는 관중 내면의 소리를 깨워주고 채우는 데 적절한 흐름을 이루었다. 마치 리듬의 임계치를 보여주듯 펼쳐진 믹스세트에서는 특별한 절정을 꼽을 새 없이 연신 각종 샘플과 익스트림 비트의 충돌이 벌어졌다. 하일로를 위시하여 베를린 출신의 레이브(Rave) 퍼포머 스텔라 보시(Stella Bossi), 할렘 출신의 오스틴 밀즈(Austin Millz), 벨기에 태생의 프로듀서 넷스카이(Netsky),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스티븐 주(Steven ‘Zhu’) 등 해외파들은 저녁만이 클러버의 절정이라는 세간의 편견과는 동떨어진 차원에서 이채로운 바이브를 뿜어 내보였다. 

 

1일차는 일렉트로닉 뮤직의 향기로 넘쳐흘렀다.


유명세라는 가치를 제쳐두면 더욱이 모두가 헤드라이너의 역할을 수행한 OUF의 첫날을 이어받아 전개된 2일차에선 여러모로 전일과는 다른 모습이 그려졌다. 국내파 아이돌 스타, 보컬, 힙합 아티스트의 명단으로 이루어진 특징상 무대 시작 전부터 북새통을 이룬 인파는 물론이요, 오프닝을 담당한 이브(Yves)의 시간부터 비가 흩뿌렸다. 라인업을 거듭할수록 유입 팬덤과 고정 팬덤이 자연스레 흘러든 까닭에,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법한 트렌드 효과를 살필 수 있는 점도 1일차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의 주된 의의였다. 솔로로서 소신 있는 첫 일성을 내보인 이브와 한 시절의 문화적 조류와 태도로서의 힙합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체현 중인 영 파씨(YOUNG POSSE), 한국 힙합 신에서 저마다의 배경과 연유로 돋보이는 기획 크루인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와 스탠다드 프렌즈(STANDARD FRIENDS)의 스테이지에서 유독 주목된 부분이다. 그건 어찌 보면 계절감과 맞물린 축제의 라이브에서 비롯하는 아티스트들의 조화력을 유효하게 지탱하는 힘이기도 하였다. 물론 대중을 향해 지금의 힙합 언어를 전하는 호미들과 피에이치원(pH-1), 에이위치(Awich)라는 무대명을 쓰며 오키나와를 생의 근원에 둔 38세 MC 아키코 우라사키(Akiko Urasaki)의 자기고백적 플로우 또한 OUF의 문화적 성질을 넓히는 데 일조하였다. 

 

K-POP과 걸그룹 중 가장 제대로 된 힙합을 보여주는 그룹인 영 파씨(Young Posse)의 무대


이렇듯 힙합 또 힙합을 채워 넣은 OUF 2024는 이째 날의 헤드라이너 타일라(TYLA)의 등장으로 진정한 정점에 도달하였다. 남아공 출신이지만 다중 혈통적 아티스트인 타일라의 내한은 페스티벌 매니아들에겐 나름 초미의 화제였다. 그리고 거대 호랑이 형상을 대동하여 나타난 타일라의 원초 리듬은 그러한 관심에 정확히 부응하고 유유히 초월하는 멋스러움까지 녹여냈다. 밤에 뜨는 태양의 빛깔이라는 역설적인 꼴을 보여주는 양측 전광판의 장치 또한 타일라의 음악적/존재론적 조도를 출중하게 전하는 매개체였다. 통상적으로 아프로비츠를 장르의 본적으로 두고 있지만 타일라가 물들인 OUF의 밤은 경계를 허문 우주였다. 국적을 넘어 개체 하나하나에 움트고 있을 사운드와 몸짓들을 대표하였다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타일라가 쏘아올린 OUF 2024의 불꽃은 하나의 축제가 타이틀에 걸맞게 이룩한 징표가 되었다. 완연한 성취이지만 그것은 늘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OUF 2024는 충족감과 물음표를 동시에 안긴 놀이터였다. 

 

2일차의 헤드라이너로서 뜨거운 무대를 보여준 타일라(Tyla)

 

취재, 글 허희필

사진  김성환, OUF 2024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