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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ONLY CONTENTS/LIVE REPORT

DMZ PEACETRAIN MUSIC FESTIVAL 2023 리뷰 : ‘평화’를 생각하며 모인 한국과 해외 뮤지션들의 자연 속 2일간의 축제 (Part 1 - 9/2(토))

DMZ PEACETRAIN MUSIC FESTIVAL 2023

 

일시: 2023년 9월 2일(토) ~ 3일(일)

장소: 강원도 철원군 고석정 국민관광지

취재, 글, 사진    김성환 

 

 

   2018년에 처음 그 싹을 틔운 음악 페스티벌인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남북간의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알려가자는 의도로 처음 기획되었다. 2017년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의 고문인 마틴 엘본(Martin Elbourne)이 DMZ를 방문했고, 이후 마틴 엘본을 자문 위원으로써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계획이 시작되었다. (원래는 DMZ 근방에 행사 공간을 마련하려 했지만, 결국 DMZ와 그래도 가까운 편인 철원 고석정 국민관광지로 장소를 정하게 되었다.) 당시의 다른 도시형 음악 페스티벌들에 비해 라인업이 화려하지는 않고, 해외 라인업은 대체로 인디 뮤지션들이 참가하고 있지만, 첫해인 2018년에는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의 멤버였던 글렌 매틀록(Glenn Matlock)과 프랑스의 대표 인디 뮤지션 조이스 조나탕(Joyce Jonathan)이, 2019년에는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 출신의 존 케일(John Cale)과 덴마크의 포스트 펑크 밴드 아이스에이지(Ice Age) 등이 참여해 행사가 갖는 의미와 그 위상을 높여주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행사 자체가 열리지 못하면서 다시 재개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2022년 행사를 다시 2일간으로 축소하고 국내 라인업과 함께 6팀의 해외 인디 밴드들을 추가하여 이 페스티벌을 기다려왔던 음악 팬들을 다시 맞이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9월 2일과 3일에 그 4번째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좀 더 국내 인디 아티스트 라인업을 튼튼하게 섭외했고, 해외 밴드 10팀을 섭외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Day 1 - 9/2(토)]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상황이었기에 현장의 모습이 과연 어떠할지 가장 궁금했다. 원래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있는 고석정의 옆에 조성된 공원과 숲 공간을 활용하여 페스티벌 공간을 꾸몄고, 장내에는 음료와 주류의 판매만 허용하고 음식의 경우는 국물 없는 음식을 싸가져 오거나 페스티벌 공간 바로 옆에서 원래 영업하는 식당들과 편의점에서 매식하는 방식으로 페스티벌 운영의 핵심 중 하나인 ‘미식의 욕구 충족’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 관광지의 주차장을 시작으로 주변에 4개의 주차공간을 확보해놓았고, 서울 여러 구역과 경기권에서 출발하는 전세고속버스들도 다수 마련해 서울에서도 2시간 반 정도는 걸리는 철원까지의 교통편도 확실하게 준비했다. 전체적 규모 자체는 도시형 페스티벌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오히려 이 페스티벌을 위해 근처 지역에 펜션이나 모텔을 구해 1박 2일을 생각한다면 나름 흥미로운 ‘음악 주말 여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밴드 크로마(CHROMA)의 보컬리스트 케이티(Katie)

 

   예매 확인과 입장 과정에서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제 시간에 왔음에도 첫 아티스트인 베리코이버니의 공연 종반부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 이번 페스티벌에 오고자 했던 이유 중 하나는 참여한 낯선 해외 인디 밴드들이 과연 어떤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인가였기에, 바로 다음 이어지는 랜드 스테이지(Land Stage)에서의 영국 인디 밴드 크로마(Chroma)의 무대로 바로 이동했다. 웨일즈 출신의 혼성 3인조 얼터너티브 록 밴드인 이들은 신인 밴드 다운 파워와 패기를 무대 위에서 보여주었는데, 특히 거구의 여성 보컬리스트 케이티(Katie)가 보여준 보컬 능력과 무대 위 카리스마는 그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선배 밴드들인 예예예즈(Yeah Yeah Yeahs)나 가쉽(The Gossip)의 분위기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힙노시스 테라피의 래퍼 짱유

 

   다시 건너편 피스 스테이지(Peace Stage)에서 이어진 인디 힙합 듀오이자 작년부터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힙합 듀오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의 무대는 래퍼 짱유가 보여주는 살짝 ‘경상도 상남자’같은 애티튜드와 그에 걸맞은 강한 플로우가 현장의 흥을 확실히 끌어올렸다. 그리고 다시 반대편 무대에서 이어진 두 번째 해외 밴드이자 시리아 출신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인 투트아르드(TootArd)의 무대는 개인적으로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랍 선법으로 알려진 쿼터톤(Quatertone) 멜로디에 80년대식 유로 댄스 팝 비트와 리듬이 혼합된 그들의 음악은 세대 구분없이 흥겹게 다가설 수 있는 것이었기에, 관객들도 다들 음악을 즐기며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반대 편에서 이어진 보컬이자 리더인 김수현의 DIY 레코딩 프로젝트로 시작된 밴드 와와와의 무대는 마치 ‘개러지 시대의 제트로 툴(Jethro Tull)’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개러지의 원초적 에너지와 함께 다채로운 곡의 구성과 그가 직접 연주하는 관악기 연주가 기존의 해당 장르 밴드들과는 다른 색다른 맛을 안겨주었다.      

 

시리아의 일렉트로닉 팝 듀오 투트아루드
냔양파이두이(南洋派對 N.Y.P.D.)의 보컬리스트 JON

 

  이어진 세 번째 해외 밴드이자 홍콩에서 건너온 냔양파이두이(南洋派對 N.Y.P.D.)의 무대는 역시 개러지 성향의 사운드를 들려주었지만, 베이시스트가 2명이기에 더 굵고 거친 리듬감이 강화된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 게이트 플라워즈(Gate Flowers)의 무대는 올해 재결합하며 9년 만에 정규 2집을 발표한 멤버들의 오랜만의 공연이었음에도 역시 리더 박근홍의 보컬과 무대 카리스마, 그리고 염승식의 기타 연주의 조화가 여전히 견고했으며, 강한 하드 록의 에너지를 원한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 바통을 넘겨받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씨피카(CIFIKA)의 무대는 개인적으로 그간 음악만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이 아티스트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확인하게 해주었다. 미디 디제잉을 기반으로 자신이 만든 음악들을 무대 위에서 온몸을 다 활용하여 표현하는 그녀의 무대는 남녀 구분없이 ‘혼을 빼놓을 만큼 무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가창과 퍼포먼스 등 모든 면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게이트 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과 기타리스트 염승식
일렉트로닉 뮤지션 시피카(CIFIKA)


   해가 지고 도시와 달리 날씨가 매우 서늘해진 철원의 저녁이 오자, 네 번째 해외 밴드였던 일본에서 온 밴드 DYGL이 등장했다. 기본적으로는 개러지/얼터너티브 록에 기반을 둔 연주를 펼치지만, 그 속에 J-Rock 특유의 멜로딕한 면이 공존했기에 확실히 서양의 밴드들과는 다른 개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여름 페스티벌 시즌의 최고 인기 밴드로 부상한 실리카겔은 왜 이들이 이제 최고의 레벨로 올라갔는가를 확인시켜주었으며, 이어진 무대이자 정말 오랜만에 음악 페스티벌에 찾아온 이상은의 공연은 아마도 관객들 모두에게 1일차의 하이라이트로 기록될 무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확실히 세월의 흔적이 확연히 드러나는 그녀의 무대에서의 모습과 가창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오랜 경륜의 음악 활동을 해왔던 그녀답게 그간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 가운데 대중에게 사랑받았고, 본인도 아끼는 편안한 노래들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진행해 나갔다. <비밀의 화원>, <삶은 여행>부터 시티 팝 리바이벌 흐름 속에서 음악팬들에게 재발굴된 2집의 수록곡 <그대 떠난 후>에 이어 언제나 그녀의 공연 엔딩을 장식하는 <언젠가는>까지 MZ세대부터 그녀의 커리어와 함께 성장해온 중년 세대까지 뭔가 뭉클함을 갖고 공연을 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본 밴드 DYGL의 보컬-기타리스트 아키야마 노부키
오랜만에 페스티벌에서 만난 이상은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의 밤‘이 이어졌다. 독일의 일렉트로닉의 선구적 밴드인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초창기를 함께 했고, 이어서 자신의 밴드 노이(Neu!)를 통해 독일 전자음악의 베테랑으로 인정받아온 미하엘 로터(Michael Rother)의 무대는 함께 온 기타리스트-드러머-여성 백 보컬과 함께 꽤 로킹한 비트가 주도하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확실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들려주는 노장 뮤지션에게 한국 관객들도 존경심을 표하며 함께 몸을 흔들며 호응했다. 그리고 한국 일렉트로닉계를 대표하는 밴드 이디오테입(Idiotape), 그리고 뉴진스의 프로듀서이면서 동시에 일렉트로닉 솔로 뮤지션으로 작년 한국대중음악상을 석권한 250의 ’일렉트로닉 뽕필‘이 가득한 무대까지 철원의 첫 날 밤은 계속 그 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독일을 대표하는 일렉트로닉 뮤지션 미하엘 로터(Michael Rother)

* Part 2 기사에서는 2일차(9/3(일))의 스케치와 공연 리뷰를 허희필 필자의 글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