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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F 2023 리뷰: 3일 3색, 음악 페스티벌의 새로운 생존법을 목격하다

LIVE REPORT: JEONJU ULTIMATE MUSIC FESTIVAL 2023

 

일시: 2023년 8월 11일(금) ~ 13일(일)

장소: 전주종합경기장 / 클럽 더 뮤지션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JUMF)은 지난 번 프리뷰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현재 대한민국의 음악 페스티벌 중에서는 가장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형태를 보여왔다. 기존 록 페스티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이저-인디 씬을 대표하는 록 밴드들도 무대에 오르지만, 그 외에 수도권의 음악 페스티벌에서는 점점 외면받아온 강력한 하드 록-헤비메탈 밴드들도 이 곳에서는 맘껏 그 파워를 뿜어낸다. 게다가 그 밖에 R&B와 힙합 계열의 아티스트들, 주로 봄-가을의 피크닉형 뮤직 페스티벌에서 환영할 포크-팝 발라드 성향의 뮤지션도 라인업에서 함께 하며, 해외 아티스트의 섭외에서도 기존 음악 페스티벌에서 보기 힘들었지만 확실한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음악 매니아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해왔다. 여기에 올해 JUMF에서는 아예 3일간의 공연의 컨셉트를 조금씩 다르게 가져가는 새로운 실험을 감행했다. 라인업의 타임 테이블 배치를 보면서 이 특징을 강하게 느꼈고, 그 계획이 얼만큼 현장의 대중에게 잘 호응을 받을지가 이번에 JUMF 2023 취재를 위해 전주로 향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첫 날에는 인천 부평역에서 출발하는 주최측의 전세 버스로 전주에 도달했는데, 다시 1년 만에 찾은 전주 종합경기장은 여전히 그 고유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장내의 시설도 대체로 작년과 동일했지만, 전주 MBC에서 마련한 유리 박스형 야외 스튜디오 정도가 바뀌었을 뿐, 양쪽에서 교대로 빈틈 없이 진행되는 2개의 무대로 진행되는 공연 방식도 그대로였다. 그러나 첫 날의 라인업은 우리가 그간 JUMF에서 보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어떤 면에서 'K-POP 특집 페스티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국내와 해외를 망라한 '아이돌계' 보이밴드-걸그룹들이 주된 라인업을 형성했고, 함께 출연하는 밴드들도 젊은 K-POP팬들이 좋아할 젊고, 발랄하고 활기찬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는 팀들이 섞여 함께 분위기를 띄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하루 공연의 낮 무대를 책임졌던 필리핀에서 온 (한국의 K-POP 시스템 방식으로 기획, 결성된) 2팀의 아이돌 그룹이었다. 걸그룹 YGIG와 보이밴드 PLUUS는 K-POP 특유의 화려하고 격렬한 안무를 수행하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보편적 K-POP 그룹들보다 더 안정적인 보컬을 들려주면서 소위 '피노이 팝(Phinoy Pop)'의 잠재력이 앞으로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필리핀 아이돌 그룹임에도 젊은 관객들은 서로 자기가 맘에 드는 멤버들을 찍으면서 함께 공연을 즐겨주었다. 

 

중반부를 책임진 한국 록계의 '젊은 피'인 피싱걸스-롤링 쿼츠-신스네이크는 그간 JUMF에 자주 초대되었던 팀이었기에, 익숙한 무대 위에서 마치 다른 아이돌계 그룹들에게 뒤질 수 없다는 듯 확실한 '선의의 경쟁'으로 그들의 기량을 뽐냈다. 피싱걸스의 발발하고 도발적인 펑키 하드 록, 이미 미국 투어까지 마치고 돌아와 한 단계 성장한 롤링 쿼츠의 파워풀한 하드 록, 그리고 세련되면서도 강렬한 신스네이크의 일렉트로-뉴 메탈의 향연은 K-POP 그룹들을 보러 온 젊은 관객들에게 자신들이 좋아할 수 있는 좋은 록 밴드들이 이렇게 다양함을 알려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K-POP Nignt'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 펼쳐졌는데, 당일 '잼버리 사태'의 여파로 서울 상암동에 여러 유명 K-POP 그룹들이 집결해야 했던 시간에 전주에선 대중과 평단에도 모두 호감을 얻고 있는 빌리(Billie), 드림캐쳐(Dreamcatcher), 이채연, 그리고 헤드라이너를 장식한 오마이걸(Oh My Girl)까지 각각 30분 정도의 무대를 담당하면서 이들의 대표 히트곡들 외에도 이들이 좋은 레퍼토리를 많이 갖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어쩌면 지방에서 TV와 유튜브가 아니면 이런 무대를 자주 보기 힘들었던 전주의 1020 세대에겐 좋은 선물이 되어 주었을 것이고. 멀리서 이들을 보러온 팬덤이나 록 밴드를 보기 위해 왔지만 K-POP도 함께 듣는 대중에게도 즐거움을 준 시간들이었다. 

 

 

2일차는 그간 JUMF가 보여주었던 그 다채로운 록의 강렬함이 가장 빛이 났던 하루였다. 뜨거운 햇살이 펜타포트 때만큼이나 그 힘을 발휘했던 대낮부터 두억시니, 대전의 대표 메탈 밴드 마하트마를 시작으로 여전한 이용원의 에너제틱한 무대 매너를 볼수 있던 소닉 스톤즈, 대형 무대에서 더 에너지를 발휘하는 트랜스픽션, 오랜만에 JUMF에 돌아온 상남자 하드 록 밴드 해리 빅 버튼, 세 번째 정규작과 함께 오랜만에 대형 무대에서 완전한 모습으로 볼 수 있었던 브로큰 발렌타인 등이 무대를 뜨겁게 달궈주었다. 특히 비주얼계와 데스 메탈의 결합을 잘 보여준 일본 밴드 데빌루프(Deviloof)와 한국 헤비메탈의 자존심이 된 메써드의 무대는 이 날의 열기를 저녁도 되기 전에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한편, 작년부터 JUMF의 특별한 스테이지로 추가된 전주 시내 클럽 '더 뮤지션'에서의 첫 특별 공연도 비슷한 시간대에 함께 진행되었는데, 이 날의 컨셉트는 현재 한국 블루스 씬의 고참 밴드부터 신진 밴드들까지 한 자리에서 릴레이 공연을 펼쳤다. 

 

 

저녁 시간을 맞아 잠시 페퍼톤스의 밝고 편안한 무대가 관객들에게 땀을 식힐 시간을 준 이후, 이미 JUMF에서는 공연을 한 바 있어서 이 페스티벌의 팬들과 친숙한 기타리스트 빅터 스몰스키가 이끄는 밴드 알마낵(Almanac)이 유럽 심포닉/파워 메탈의 진수를 다시 한 번 관객에게 선사했다. 올해에 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꾸준히 볼 수 있는 '단골 손님들'인 크라잉넛과 로맨틱 펀치가 다시 관객들의 열기를 끌어올린 후, 2일차의 실질적 헤드라이너인 넬(Nell)의 감성적 모던 록의 시간이 관객들의 감성마저 고조되게 만들어주었다. 비록 멤버의 탈퇴가 있었지만, 넬의 라이브의 견고함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야간에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하드 록-메탈 사운드를 섞은 DJ뮤지션 자도닉(Zardonic)이 현장을 대형 클럽으로 만들었고, 원슈타인 등 힙합 아티스트들이 그 뒤를 이어 밤 1시까지 남은 관객들의 흥을 책임졌다. 

 

 

3일차의 초반부는 '한국 레이블 산업협회(LIAK)'에서 추천한 유망 아티스트들이 서는 무대들이 진행되었다. 바비 핀스, 남경운-소각소각-오씰-루크 매퀸까지 각자 장르도 다양하고 음악의 분위기도 다르지만, 팝부터 포크, 록까지 자신들만의 개성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에게 성공적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에는 얼티밋 스테이지에선 차분한 팝 성향의 아티스트들이 서고, 로얄 스테이지에선 강렬한 헤비메탈이지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 밴드들이 무대에 서며 '강약강약'의 상황이 펼쳐졌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무대는 관록의 헤비메탈 밴드 멍키헤드와 '하드 록 아이돌 보컬리스트'를 표방하는 락킷걸의 콜라보 무대, 그리고 해머링의 리더인 염명섭이 이끄는 프로젝트 밴드 염력의 무대였다. 하드 록/헤비메탈이 단순히 진지하고 강렬함만이 아닌, 어떻게 음악적으로 접근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재미도 전할 수 있는 장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흥겹고 즐거운 무대였다. 그리고 뒤이어 3일간의 오후 시간 무대에서 유일하게 일렉트로닉 뮤지션으로서 무대에 선 DJ뮤지션 키라라는 사실 그 곳의 관객들에게는 조금 낯설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놀랍게도 턴테이블과 믹서만으로도 그녀는 클럽을 뒤흔들 때와 똑같이 대형 스테이지를 댄스 홀로 바꿔놓았다.

 

한편, 전날처럼  클럽 '더 뮤지션'에서는 또 하나의 특별 기획 공연이 마련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록 페스티벌에서는 잘 시도되지 않았던 '기타리스트들의 대결'이 펼쳐졌는데, 지하드의 박영수, 메써드의 김재하, 일본의 유명 기타리스트 코바야시 신이치, 독일 출신의 알마낵의 빅터 스몰스키까지 각자의 화려한 솔로 연주 무대를 20분씩 꾸몄고, 마지막에는 모든 기타리스트들이 한 데 모여 딥 퍼플의 고전 <Burn>을 잼 연주로 펼치면서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다. 어쩌면 JUMF이기에 가능한 이러한 특별 무대들은 앞으로도 이 페스티벌의 전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3일차의 저녁 시간은 10CM를 시작으로 장르를 넘어 대중이 무난하게 좋아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다수 무대에 올라 페스티벌의 클라이맥스를 다채롭게 수놓았다. 물론 올 여름 음악 페스티벌의 최강자로 등극하며 모든 음악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실리카겔의 열광적인 무대도 있었지만, 감성 모던 록의 선두주자 디어 클라우드, 어쩌면 '쇼미더머니'를 통해 탄생한 최고의 랩 스타 비와이, 다양한 장르를 한 데 소화해내는 음악 천재 선우정아, 주류 감성 팝 발라드의 대표주자 멜로망스, 그리고 역시 작년부터 결성 25주년을 기념하며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모던 록의 베테랑 자우림까지 각자 누구를 보러 이 곳에 왔더라도 음악 속에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들이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바로 한 주 전에 갔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과 비교한다면, JUMF는 처음 출발하던 때의 컨셉트에 갈수록 더욱 충실해지면서 음악을 사랑하고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매니아들에게는 각자의 취향에 맞춰서 무대를 즐기면서 동시에 예상 못했던 특별한 무대를 통해 음악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솔직히 지역 공영방송사가 주관하는 지역 축제임에도 이 정도로 전국에서 이 때가 되면 전주로 음악(+맛) 여행을 올 수 있는 팬들을 확보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최측의 역량을 다시금 칭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현재 공영방송국에 몰아닥치고 있는 '정치적 먹구름'을 생각한다면 과연 이 페스티벌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잠시 걱정도 들지만, 이 페스티벌을 사랑하는 이들이 이만큼 확고하다면 분명히 어떻게든 계속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일단 믿어본다. 내년에도 또 올께요, JUMF!!

 

취재/글    김성환

사진         JUMF 페이스북 / 김성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