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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의 위협도 이겨내며 진행된 시티 뮤직의 향연 - Smile, Love, Weekend 2023 후기

Smile, Love, Weekend 2023 

일시: 2023년 7월 15일 (토) 오후 5시 ~

장소: 성수동 S팩토리 2층 루프탑 구역

 

공연장에 마련된 대형 포스터

 

실내가 아닌 공간에서 진행되는 음악 페스티벌의 경우, 이미 긴 시간 준비해왔던 행사가 당일에 비가 오거나 기타 천재지변의 문제가 생기면 주최측에게 있어서는 큰 낭패가 될 수 밖에 없다. 꾸준히 홍보를 진행하면서 작년에 이어 소위 '시티 팝/도회풍 음악'의 축제로 기획된 [Smile, Love, Weekend]에게도 마지막 고비가 바로 이 '날씨의 문제'였다. 공연일 며칠 전부터 주말의 기상 상황에 대한 여러 부정적 예보들 - 호우 주의보 등 - 이 오면서 주최측에서는 우비 지급과 기타 시설 강화로 어쨌든 공연을 강행한다고 공지를 했지만, 나중에 주최측에서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일부 관객들은 이 기상 상황을 이유로 예매를 취소한 경우가 꽤 있었다고 한다. 과연 당일에 비가 오면 이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까 나름의 불안감(?)과 좋은 아티스트들 못보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안고 행사 당일 성수동 S팩토리로 향했다. 

 

비가 많이 올 경우를 대비한 주최측의 준비는 철저했다.

 

전날 밤에도 비가 꽤 내렸지만, 다행히도 당일날에는 결론적으로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다. 행사 전 관객 입장 상황까지는 조금씩 꾸준히 내리던 비가 다행히도 첫 번째 출연자인 키코의 무대가 끝난 이후에는 그쳤고, 이후에도 한 번 정도의 소나기 이외에는 더 이상 비는 오지 않았다. 루프탑이라는 주변이 개방된 공간이 흐린 구름으로 좀 어두워진게 아쉽긴 했지만, 공연에 문제가 생길 만큼의 비는 실제 오지 않았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최측은 무대 시절에 안전 장치를 확보하고, 관객들에게 우비를 배포했으며, 뒤에서 보는 경우에는 천막 속에서 관람이 가능하게 좌석배치를 하는 등 관객을 위한 배려에 최선을 다했다.

 

키코

 

예정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서 공연의 첫 무대인 키코의 무대가 진행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실제로는 처음 만나는 보컬리스트였는데, 트렌디한 R&B 리듬에 맞춰서 꽤 훌륭한 가창력을 보여주면서 관객들과도 능숙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디핵 & 키코의 콜라보 무대

 

특히 그녀의 무대 후반부에는 바로 다음 무대의 주인공인 래퍼 겸 보컬리스트 디 핵(D-Hack)이 등장해서 두 사람이 서로의 작품에서 콜라보레이션을 한 트랙들 - <Duu Duu Love>와 <고공비행> - 을 함께 노래했다. 사실 라이브 무대에서 피쳐링이 있는 트랙의 경우 원래의 가수가 나올 확률이 쉽지 않기에 주최측이 이런 콜라보 트랙들까지 트랙리스트에 넣도록 유도했던 것은 꽤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트랙들을 각자의 무대에서는 쉽게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핵

 

이어진 두 번째 주인공 디 핵의 무대는 현재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힙합 리듬에 기반을 두면서도 그가 좋아하는 음악 취향들, 특히 일본 문화에 영향을 받은 J-POP스타일도 가미된 음악들이 들어 있어서 이번 페스티벌의 분위기에도 나름 잘 어울렸다. 그를 보러 이번 페스티벌에 온 팬들 외에도 그가 [쇼미더 머니]에 출연했던 기억을 가진 음악 팬들도 함께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었다. 

 

류수정

 

이후 본격적으로 이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도회적 분위기의 음악들'의 향연이 이어졌다. 그 포문을 제대로 연 주인공이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러블리즈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류수정의 무대였다. 솔로 활동 이후 나름 그녀의 시그니쳐가 된 하늘색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 그녀는 시티 팝 분위기의 <나와>나 <Pink Moon> 같은 곡들부터 올 봄에 발표한 첫 솔로 앨범 [Archive of Emotions]의 수록곡들 - <How Can I Get Your Love>, <Love or Hate> - 등의 인디 팝-록 분위기의 곡들까지 다양하게 연주하고 노래했다. 백업 밴드와 함께 직접 기타를 치면서도 꽤 안정적으로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확실히 차근차근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싱어송라이터 뮤지션으로 넘어가는 자질을 확실히 보여주는 무대였다.  

 

레인보우 노트

 

네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시티 팝과 발랄한 신스 팝 사운드를 들려주는 여성 듀오 레인보우 노트였다. 이제는 3년이 넘는 활동 기간을 통해 얼마 전에는 일본 인디 씬에도 진출하는데 성공한 이들은 그간에 발표한 대표곡들을 무대에서 들려주면서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엇보다 간단한 공연에서는 두 사람만으로 노래하는 경우가 많았던 이들이 자신들의 단독 공연 때처럼 풀 밴드를 대동하고 라이브를 펼쳤기에 실제 세션들과의 합에서 나오는 생생한 사운드도 괜찮았다.  

 

김아름

 

어쩌면 개인적으로도, 여기에 오는 관객들이 가장 기대했던 무대가 다섯 번째 주인공인 김아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녀는 이 날 이전까지는 아직까지 현재의 음악 방향으로의 데뷔 이후 한 번도 대중 앞에서 직접 라이브를 펼친 적이 없는 소위 '얼굴없는 가수'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음반들 역시 만화적 캐릭터를 내세우고 있기에 음반 속지에서도 볼 수 없었던 그녀의 얼굴을 그 날 관객들은 제대로 만날 수 있었고, 그녀가 그 만화 속 캐릭터의 이미지와는 살짝 다른(?) 매우 쾌활하고 주관도 강하면서 살짝 감성적인 면도 있는 보컬리스트이자 송라이터(그녀는 자기 곡의 작사를 한다)로서의 면모를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멘트에서 그녀는 작년에도 이 페스티벌 참가 제의를 받았지만, 그 때는 아직 스스로 준비가 덜 되었다 생각해서 고사했었다고 한다. 무대에서 직접 듣는 그녀의 목소리는 음반 못지 않은 매력으로 넘쳤다. 공연에 호흥하는 관객들에게 감동하고, 스스로도 만족했는지 그녀는 마지막 멘트로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또 기약하면서' 자신을 '시티 팝 디바'로 만들어준 대표곡 <선>을 음악에 몸을 맡기며 흔드는 모습까지 보이며 끝 곡으로 멋지게 불러주었다.  

 

오션프롬더블루

 

여섯 번째 주인공인 남성 R&B 싱어송라이터 오션프롬더블루의 무대가 되었을 때 잠시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공연은 계속 이어졌다. 개인적으로는 [EBS 스페이스 공감] 무대를 보면서 꽤 무대에서 진지한 인상을 받았었는데, 이 날 무대에서는 그보다는 훨씬 밝은 표정으로 관객들의 호응과 그루브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트랙들과 감성적인 발라드들을 함께 섞어 레퍼토리를 이어갔다. 아직은 관계자들을 넘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역시 제2의 정기고가 될 날도 언제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는 무대였다. 

 

모트

 

이어서 7번째 주인공이자 꾸준히 인디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모트의 무대가 진행되었다. 작고 아담한 모습의 그녀이긴 하지만, 언제나 무대에서는 오히려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개성있는 보이스의 힘과 그녀가 만든 감성과 리듬감을 겸비한 음악을 연이어 들려주었다. 한편, 이제는 그녀의 공연 때마다 고정 팬들이 항상 따라다닐 만큼 팬들도 늘고, 버스킹부터 오랜 라이브 경험을 통해 라이브에서 관객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은 이젠 확실히 무르익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아직 한 번도 모트의 라이브를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언젠가 꼭 직관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기존의 소위 '홍대여신'식 분위기와는 분명 다른 감성 인디 팝의 세계를 만날 수 있으니까.

 

 

조규찬

 

8번째이자 이 날의 헤드라이너가 된 뮤지션이자, 정말 오랜만에 페스티벌 무대에서 만나게 된 조규찬. 확실히 외모에서 세월은 흘렀다는 것은 느낄 수 밖에 없었지만, 오히려 중년을 넘긴 그의 모습은 더 중후하고 남자가 보기에도 멋졌다. 무대에서의 그 능숙한 입담도 전혀 변하지 않았고, 심지어 세월의 흐름 속에도 전혀 전성기 때와 거의 다름없는 완벽한 가창을 들려줬기에, 그를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오랜 40~50대의 팬들도, 이 페스티벌의 주 타겟이었던 2030세대들에게도 모두 환영을 받은 무대가 되었다. <말해줄께>, <C.F.>부터 <믿어지지 않는 얘기>, <Baby Baby>까지 이어진 그의 추억의 레퍼토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너무 행복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 취재 기자라는 본분을 잠시 접고 다른 팬들 처럼 그에게 가서 인사하고 함께 폰카도 찍을 만큼 꼭 뵙고 싶었던 아티스트였기에, 그의 음악을 90년대부터 쭉 들으며 성장했던 20대의 추억이 돌아온 기분이었다. 

 

한쪽에서 이렇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지붕이 있는 같은 층의 공간들에서는 시티 팝 관련 음반 판매, 음료와 주류의 판매, 그리고 5명의 DJ가 이어가는 릴레이 디제잉이 계속 이어졌다. 본 공연이 끝나고도 그 곳에서 더 열심히 디제잉 파티를 즐기는 일부 관객들도 있을 만큼 DJ들도 열정적으로 믹싱을 하며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었다. 이렇게 도시 한 가운데에서 도시의 낭만을 표현한 음악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컨셉트가 확실한 음악 페스티벌이 흔한 것은 아니기에, 이번 [Smile, Love, Weekend 2023]의 시간들은 기상 상태의 불안 속에서도 매우 즐겁고 흥에 겨운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이번보다 좋은 날씨에서, 보다 크고 넓은 장소에서 또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사진: 김성환, 이민정

 

공연 무대 전경 (모트 공연 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