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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리뷰(1) - '뉴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의 열정으로 폭염을 이겨낸 3일간

Pentaport Rock Festival 2023 Review

 

일시: 2023년 8월 4일(금) ~ 6일(일)

장소: 인천광역시 송도달빛축제공원 

 

음악 매체 필자이기 이전의 한 명의 음악 매니아로서 항상 여름이 오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3일이 오기를 기다려왔다. 개인적으로 이 행사가 개최되는 인천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2006년부터 지금까지 매체 취재라는 명목으로 꾸준히 이 페스티벌에 참여해왔기 때문에, 총 18년(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까지 합치면 19년)을 이어온 이 인천의 국제적 여름 야외 음악 페스티벌이 차근차근 성장해왔던 과정을 직접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이 페스티벌의 첫 행사였던 1999년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은 엄청난 폭우의 여파로 2일의 계획을 다 채우지 못한채 관객들이 대피했다가 돌아가는 상황을 만드는 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2006년 현재의 이름으로 다시 부활한 후 송도유원지 옆 첫 부지에서의 '비만 오면 진흙탕' 시기를 거치고 서구 드림파크에서의 '모기들과의 사투'를 거친 후, 2013년부터 그간의 지형적 아쉬움을 극복하는 설비들(상설 메인 무대 건설, 스탠딩 구역 인조잔디 배치 등으로 호우 발생시의 운영을 대비했음)을 구축한 송도달빛 축제공원 시대 이후 이 페스티벌의 운영은 꽤 안정된 흐름으로 이어졌다. 초기부터 이 행사를 주관했던 예스컴에 이어 2019년부터 경기일보의 주관으로 주체가 변한 이후에도 약간의 무대 세팅의 변화와 장내 결재 방식에 스폰서 금융 기업의 영향이 커졌다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 페스티벌의 기본적 형태가 크게 변화한 부분은 없었다. (단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과 2021년 행사는 현장에서 무관객 온라인 중계로만 진행되었다.) 물론 라인업에서 참여하는 해외 아티스트들의 숫자나 그들의 국제적 지명도가 점점 낮아지지 않는가에 대한, 초기에 비해 점점 국내 아티스트들의 비중이 늘면서 '봄/가을 야외 음악 페스티벌과의 차별성(또는 '록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맞는 정체성)이 옅어지는 것 아니냐'에 대한 록 페스티벌 팬들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 되었지만. 

 

열정의 깃발부대!

 

그간 이 페스티벌의 오랜 벗(?)이었던 '비'가 단 한 방울도 안 내리고 오히려 폭염이 이어질것이라는 일기 예보에 보다 철저히 수건과 모자, 식수 등을 준비해 페스티벌 행사장으로 향했지만, 낮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내 몸의 반응'과의 사투(!)를 해야 할 상황이긴 했다. 살이 익는다고 느껴질 만큼의 강렬한 햇살, 35도 이상의 고온 속에서의 습한 기운 속에 줄줄이 흘러내리는 땀을 계속 목에 건 수건으로 닦으며(& 함께 간 지인에게 '육수'라는 놀림까지 당하며) 공연을 보러 3개의 무대를 계속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열정을 다해 연주하는 뮤지션들, 그리고 그 앞에서 열심히 젊음을 발산하는 소위 'MZ세대' 관객들에게는 그런 상황이 음악을 즐기고 페스티벌을 즐기는 데 있어 그리 장애가 되지는 않았다. 게다가 주최측에서도 첫 날 상황을 보면서 원래 구축한 5곳의 '쿨링존' 외에도 10대의 '의료 쿨링 버스'를 동원해 페스티벌 장내 곳곳에 배치했다. 공연 경비를 서는 진행요원들도 혹시나 폭염 속에서 쓰러지는 관객들이 나올까봐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현장에서 본 경험에 기초하면 3일간 실제 폭염에 실신한 관객들의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더욱 놀라웠던 것은 바로 작년에도 그랬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대보다 훨씬 더 관객들의 숫자가 늘었고, 그들이 과거와는 달리 이 땡볕 아래에서도 낮 시간에 무대에 서는 밴드들,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맞춰 더 열심히 슬램을 하고, 서클 핏을 돌고, 저 멀리 돗자리를 깔고 여유있게 보기보다 무대 가까이로 몰려와 긴 시간 서서 음악에 맞춰 자신들의 흥을 발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긴 펜타포트 취재 경험 속에서 보증하건대, 행사 시작 시점인 12시~1시에 제1 무대 후방 피크닉 구역에 돗자리가 빈틈없이 깔리고, 3~4시의 공연에서부터 제 1무대 스탠딩 구역이 양쪽 사이드까지 관객이 꽉 채워진 모습을 본 것은 이번이 정말 처음이었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제 1무대와 제 2무대의 공연이 교차되는 시점에 관객들의 이동 물결은 마치 2010년대 초반 외통수 길을 따라 이동해야 했던 지산 밸리의 그 빽빽한 인간의 물결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주최측은 3일간 (경찰 추산) 총 15만의 인원이 펜타포트를 다녀갔다고 전했다.)

 

체리 필터 공연 때 관객들이 모인 모습. 정말 빽빽했음.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현장에 있었고, 2일차에는 인터넷에 올라온 '살인 테러 예고' 글 때문에 경찰 특공대까지 현장을 지키는 해프닝도 있었으며, 행사 직전부터 있었던 여러 사회적인 사건들 때문에 밖에서 이 행사에 대해 제기되었던 우려와 달리 그 엄청난 인원들 속에서 불미스런 사고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 폭염과 장내의 많은 인원 속에서도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질서를 잘 지키면서 자신들의 열정을 발산하고 음악을 즐기며 아티스트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주었다. 행사 운영 시스템도 관객의 편의를 꽤 열심히 제공하려 노력했다. 개막 전에는 불만이 많았던 푸드 코트 내 사용할 음식 예약 앱 덕분에 음식 주문에 긴 줄을 설 필요가 없었고, 화장실도 다른 때보다 훨씬 더 깨끗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더위를 피할 공간들의 충분한 배려도 돋보였다.

 

한편, 전체적인 페스티벌 속 공연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이고,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행사가 진행되기 전,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여전히 SNS에서는 라인업 구성에 대한 여러 불만 섞인 의견들이 오갔지만, 개인적으로는 올해 라인업을 생각 이상으로 잘 짰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이유는 비록 해외 라인업의 수는 적더라도 '락 페스티벌'에 맞는 아티스트들을 신인급들부터 중견, 고참들까지 다양하게 배치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젊은 락 매니아들이 현장에서 음악과 함께 '뛰어놀기에' 좋았다. 심지어 통념적으로 록 아티스트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이승윤, 권진아 등 몇몇 아티스트들의 무대도 세트리스트와 편곡을 보다 록 페스티벌에 맞게 준비해와서 관객들의 흥을 올리는 데 노력한 면이 보였다. 게다가 강한 록 에너지로 무장한 쪽이 아닌 출연진들의 사운드는 대체로 최근 유행하는 '시티 팝 리바이벌'이나 라운지, 훵키 소울, 퓨전 계열의 음악을 들려주는 팀들이었기에 열심히 뛰어놀다가 지친 심신을 달래주거나 이 곳에서 여름의 바캉스를 대신하려 온 관객들에게는 계속 그루브를 유지시켜주며 행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1일차의 죠지와 키린지(Kirinji)나 3일차의 대만 밴드 웬디 완더(Wendy Wander), 태국 뮤지션 남차(Numcha) 등이 그 대표적 케이스였고, 2일 한 밤을 '뽕'의 기운으로 도배한 250, 음악 매니아들에게 '올해의 발견'이라고 꼽힌 중국계 미국인이 리드하는 밴드 진저 루트(Ginger Root)의 80년대 레트로로 가득한 무대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3일차 Numcha의 공연 무대

무엇보다 작년과 이번 펜타포트를 보면서 이제 청춘을 지나 서서히 기성세대가 된 입장에서 느낀 부분은 이 페스티벌을 즐기는 세대가 드디어 '교체되는' 것을 목도했다는 것이었다. 예전의 세대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을 가급적 많이 보기 위해서 그 라인업을 신경쓰면서 락 페스티벌 티켓을 예매했다면, 현재의 청춘들은 바로 이 '페스티벌의 분위기' 그 자체를 확실히 즐기기 위해서 온다는 사실이었다. 공연을 즐기면서 노는 그 문화의 형식은 선배들의 모습에서 배워왔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평소의 사회 속에서의 압박,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마음껏 청춘의 해방구로서 이 페스티벌을 자신들의 '여름 필수 코스'로 넣은 애티튜드로 이 곳에 온 것이다. 그렇기에 대낮부터 그 고온의 열기 속에서도 열심히 깃발을 흔들고, 현장에서 만난 청춘들과 몸을 부딛치고, 맘껏 환호하고, 춤추고, 무대 위 뮤지션들의 열정과 나를 일치시키며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대낮부터 그 열정을 보여주는 많은 청춘들에게서 무대 위의 밴드와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다시 음악을 계속 이어나갈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예년의 순서와 달리 이번에는 3일차의 맨 마지막 헤드라이너로 김창완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한국 록의 레전드 밴드 산울림의 리더였지만, 어쩌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TV와 방송을 통해 '그래도 친숙한 어른 연예인'이기도 한 그는 무대에서의 첫 멘트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록 페스티벌은 청춘 시절의 자기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뜻깊은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다는 건 젊은 날의 추억일 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에 찍는 청춘 인증의 소인이며 헌사입니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위로며, 이웃에게 전하는 사랑입니다. 청춘과 청춘이 어우러지고 세대와 세대, 이웃나라와 더 먼 나라의 젊은이들이 하나가 되는 우정의 장입니다. 펜타포트 무대에 서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창완 밴드

 

진정으로 젊은 세대에게 '꼰대가 아닌 소통'을 보여준 관록의 뮤지션에게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그가 연주하는 산울림의 초창기 1~3집에서 대중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곡들에서까지 젊은 록 밴드들 못지 않은 뜨거운 반응과 호응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다시 18번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3일은 의미있게 마무리 되었다. 비록 'New Festival Generation(새로운 페스티벌 세대)'이 펜타의 주인공으로 자리잡는 시대가 왔지만, 이제 나는 그 지점에서 이 페스티벌이 확실히 한국을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일간 여러 신인 밴드들이 무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어떤 밴드에게든 '결성 후 꼭 이 무대에 설만큼 인정받고 싶다'라는 큰 꿈으로 자리잡는 페스티벌이자 지금의 X세대 이상의 음악 팬들이 '경로 우대증'을 받는 날에도 꾸준히 그 역사와 위상을 이어갈 수 있는 '락 페스티벌'이 적어도 하나 쯤은 대한민국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 3일간의 각각의 현장의 사진과 주목한 아티스트들의 무대에 대한 리뷰가 후속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