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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ONLY CONTENTS/LIVE REPORT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 리뷰(2) - 20 Stages of Pentaport 2023

지난 행사 전반에 대한 리뷰에 이어서 이번에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3]을 취재하고 공연을 관람하면서 행사 전체적으로 꽤 인상깊었던 20팀의 아티스트들의 공연에 대한 현장 사진과 간략한 리뷰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실 취재를 갔다고 해도 여러 가지 일정상 100% 모든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도 안 빼놓고 관람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적어도 로코모션 취재진들은 분산해서 최대한 모든 공연을 직관했고, 그 의견들을 종합한 것임을 밝힌다.

 

취재, 정리, 글  김성환 

사진 제공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조직위

 

[1일차 (8/4)]

 

1. 코토바(Cotoba)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해 이제는 밴드 코토바의 리드보컬이 된 됸쥬(Dyon Joo)와 밴드의 음악적 리더 다프네(Dafne)

 

한국에서 몇 안되는 매스 록(Math Rock)을 지향하는 밴드 코토바는 사실 결성된 지 벌써 4-5년차를 맞고 일본 투어도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이번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펜타 슈퍼 루키'에서 3등을 차지하면서 드디어 이 무대에 입성할 수 있었다.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기존에 홍대 씬에서 조용히 활동해왔던 됸주(Dyon Joo)가 서로의 '음악적, 덕질적 관심사'에서 뜻이 맞으면서 다프네가 주도해 결성하던 이 밴드에 들어온 것은 개인적으로 신의 한 수라 생각되는데, 솔로로 활동할 때보다 더 확실히 록커로서의 열정을 이 밴드에서는 마음껏 발산한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이번 펜타포트 공연에서 지난 몇 년간 라이브 무대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고 신이 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고, 초창기의 연주의 치밀함에 집중하던 모습에서 코토바라는 밴드의 사운드도 보다 자연스럽게 관객의 흥을 이끌어낼 수도 있도록 성장했음을 보여준 무대였다. (추신: 매스 록의 그 변박에도 슬램과 모싱을 할 수 있는 록 매니아들... 당신들은 대체....!!!)    

 

2.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리더이자 보컬/베이시스트인 이주현

 

록 페스티벌의 화끈한 열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밴드인 갤럭시 익스프레스. 한창 밴드 관련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서 잘 나가고 있었는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활동이 정지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들이 밴드의 에너지를 감퇴시키지는 않았음을 이번 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주었다. 펑크-개러지-사이키델릭이 모두 섞인 그들의 과거 히트곡들부터 2018년 곡을 다시 레코딩한 최신 싱글 <Don't Care Anymore>까지 다양하게 선곡해 들려주었다. 물론 관객들의 흥분 포인트는 산울림의 곡을 커버한 <개구장이>가 연주될 때였지만. 

 

3. 마이 앤트 메리(My Aunt Mary)

재결합 이후 첫 번째로 펜타포트를 선택한 마이 앤트 메리

 

아이돌 그룹이건, 밴드건, 과거에 활동하고 휴지기나 해체기를 거쳤던 밴드들이 재결합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어쨌든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올해 게이트 플라워스의 재결합 활동 소식처럼 작년에 인디 록 팬들에게 반가움으로 다가온 소식이 바로 마이 언트 메리의 재결합이었다. 1990년대 홍대 모던 록 1세대로서, 인디 팝/록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 팀의 매력은 거칠게 표효하고 반항적 태도, 실험주의를 담았던 당대의 인디 록과는 차별화를 두면서 멜로디가 분명하고 곱씹을 수 있는 가사를 제공하는  '좀 더 대중과 가깝지만 탄탄한 실력을 가진' 음악을 들려줬기 때문이었다. <락앤롤 스타>, <공항가는 길>, <골든 글러브> 같은 그들의 대표곡들부터 복귀 후 최신 EP [Right Now]의 수록곡까지 어린 MZ세대에게는 조금 낯설게 다가왔을 지 모르지만 그들과 함께 그 시대를 거쳤던 음악 팬들에게는 반가울 수 밖에 없는 무대였다. 

 

4. 키린지(Kirinji)

이제는 원 맨 밴드로서 세션 멤버들과 함께 하는 키린지(Kirinji)

2004년 이상은과 함께 가졌던 첫 내한공연 이후 20년 만에 두 번째로 한국 무대에 서게 된 키린지, 다시 말하면 호리고메 타카키의 무대 앞에 선 관객들은 2000년대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던 연배가 조금 있는 세대도 있었지만, 의외로 젊은 음악 팬들도 꽤 있었다. 아마 키린지의 사운드가 은근히 요새 트렌드가 된 소위 '시티 팝 리바이벌' 무드와도 그리 거리가 멀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공연 시간대가 해가 슬슬 넘어가던 시점이었던 지라, 폭염 속에서도 열심히 뛰고 즐기던 청춘들은 그야말로 레이드 백(Laid-Back)한 기분으로 이 공연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필자를 비롯한 구세대들은 그들의 추억의 음악들을 다시 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그 기분에 취해 있었고.

 

5. 김윤아

아니 누님... 여기서 이러시면.... @@

 

김윤아의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았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달랐을 수도 있을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6월과 7월 초에 진행했던 그녀의 단독 콘서트였던 [행복한 사랑은 없네]의 포맷을 페스티벌 공연에도 비슷하게 가져와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독백처럼 멘트를 이어가면서 그 주제에 맞게 다음 레퍼토리를 노래하는 한 편의 김윤아의 '모노드라마'라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역대 무대에서 가장 파격적인(?) 노출까지 감행하며 '마녀'의 고혹적 카리스마를 발산한 그녀의 가창하는 모습을 넋이 나간채 바라봤지만, 이런 포맷이 페스티벌처럼 흥을 돋와야 하는 곳엔 부적합 하다는 비판의 시선들도 일부 들려왔었다. 개인적으로는 표를 구하지 못해 결국 그 단독 공연을 못간 한을 여기서 풀긴 했지만 ...  

 

6. 엘르가든(Ellegarden)

앨르가든의 음악적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호소미 타케시 (細美武士)

 

1일차의 헤드라이너 엘르가든의 무대는 이 밴드가 긴 시간의 활동 중단(Hiatus)을 거쳤음에도 그 시절의 에너지를 전혀 잃어버리지 않았음을 재확인 시켜준 무대였다. 올해 신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OST로 10여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에게 주목받은 텐 피트(10-Feet)의 최근 내한공연과 함께 J-ROCK, 특히 펑크 관련 계열의 힘이 여전함을 확인시켜주었다. 리더이자 보컬리스트 호소미 타케시(細美武士)의 더 근육질이 된 몸매와 가창은 여전히 멋지고 훌륭했다. 특히 앵콜곡으로 한국 팬들이 그렇게도 기대했던 CF 삽입곡 <Marry Me>를 연주할 때, 이들과 함께 2000년대를 보낸 록 팬들은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후렴의 떼창이 이어졌고. 10월 달에 단독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고 하니, 이번 기회를 놓쳤다면 꼭 티케팅 성공하기를. 

 

[2일차 (8/5)]

 

7. 메써드(Method)

메써드의 보컬 겸 기타 우종선(좌), 베이시스트 김효원(우)

 

펜타포트에 헤비메탈 밴드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하드록/메탈 팬들의 불평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올해는 메써드가 메인 무대까지 올라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덕분에 그 아쉬움을 약간은 상쇄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멋진 연주의 경지에 올라간 김재하의 화려하며 동시에 탄탄한 연주력과 스래쉬 메탈과 메탈코어, 멜로딕 데스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는 메써드의 음악은 이렇게 큰 무대에서 라이브로 들을 때 음반을 넘어서는 쾌감을 선사한다. 메탈 음악에 조금은 '옛 음악'이란 편견을 가진 요즘의 MZ세대들이 이 날의 무대를 보고 보다 넓고 헤비한 록의 세계에 빠져드는 친구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8. 오토보케 비버(Otoboke Beaver)

오토보케 비버의 보컬리스트 아코리닌. 가창의 신세계가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여러 음악 관계자들이 2일차의 모든 공연들 가운데 꽤 기대했던 무대 중 하나였고, 그 기대 만큼의 화끈함을 보여주었던 일본 여성 4인조 록 밴드 오토보케 비버의 공연은 탄성과 박수가 절로 나올 만큼 걸즈 펑크의 신세계를 맛보게 해주었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의 퍼포먼스는 과거 쇼넨 나이프(Shonen Knife)를 시작으로 계속된 일본 내의 언더그라운드 걸 펑크가 보여줬던 광폭하면서도 경쾌하며 동시에 아방가르드적인 면모까지 녹여내는 사운드와 퍼포먼스의 종합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이 요소를 유튜브의 시대에 끌어와 국제적으로 펑크 록의 고향인 영-미 음악 씬에서까지 주목받게 된 덕분에 이제 한국 땅에서도 이들의 무대를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 기쁜 순간이었다. 공연의 엔딩에서 보컬리스트 아코리닌(Accorinrin)이 스테이지 다이빙까지 하는 장면에서 살짝 아찔하기는 했지만, 펜타포트의 관객들은 정말 신사적이었음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언니들, 제발 다음에도 한국에 또 와주세요. 홍대 클럽에서 더 날라다니실 것 같습니다.

 

9. 실리카겔(Silica Gel)

실리카겔의 최웅희(베이스), 김한주(기타/키보드/보컬), 김춘추(기타/보컬)

 

개별적인 취향을 다 제거하고 2일차에서 어떤 아티스트의 공연 순간이 가장 열기가 뜨거웠냐를 묻는다면 아마도 실리카겔의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2주 전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ave A Nice Trip] 페스티벌에서도 이들의 무대를 보았는데, 초창기에 실험적인 영상적 시도들을 걷어내고 이제는 확실히 그들의 퍼포먼스와 음악 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구나... 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열광의 규모가 펜타포트라는 이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폭발하는 장면을 드디어 목격했다. 10여년을 펜타포트를 참가하고 취재하면서 이렇게 오후 4시쯤 될 시점에 메인 스테이지 앞이 빈틈없이 메꿔지고, 이들의 공연을 즐기며 헤드라이너급으로 열광하면서 노는 관객들을 보게 되다니... 그들의 음악을 어떻게 평가하든 현 시점에서 인디 록 씬의 대중적 인기도의 정점으로 그들이 올라서고 있음은 분명한 팩트인 것 같다. 

 

10. 이승윤

오늘만은 나도 록 스타!라 외치는 것 같은 이승윤

 

이승윤에 대해서는 음악 관계자들과 매니아들 사이에서 평가가 꽤 엇갈린다. 오디션 쇼에서 정상을 차지한 후 그간 몇 장의 음반을 냈지만, 뭔가 대중적으로 모두가 아는 '대히트곡'이 나오지는 않았기에 그의 인기가 오직 팬덤에 의지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SNS에서 종종 보였으니까. 그러나 이 날 펜타포트의 무대에서 그는 (이미 그의 단공을 보고 왔던 매체 기자들의 증언처럼) 일단 공연장의 좌중(특히, 여성 팬들을) 사로잡는 나름의 '마성'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레퍼토리들을 록 페스티벌의 성격에 맞게 더 강하게 편곡해 들러줌으로써 적어도 이 공간에 온 관객들의 수준을 맞추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가창력도 안정되고, 무대 장악력도 괜찮으니, 이제 국민적 대 히트곡만 나오면 될 것 같다. 

 

11. 잠비나이

잠비나이의 김보미(해금), 유병규(베이스)

 

잠비나이의 공연은 어떤 공간에서 보더라도 확실히 강렬하다. 사실 인스트루멘탈 전문 밴드의 공연은 이런 페스티벌에서 흥을 즐기려고 온 음악 팬들에게는 잘 안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국제적으로 그들의 실력을 인정받아온 잠비나이가 무대에서 연주를 하는 그 순간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모두 들려오는 소리 그 자체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록음악을 위한 서양 악기들과 국악기의 결합도 이 팀의 음악의 중요 요소지만, 무엇보다 그 결합이 가져오는 음악적 헤비함(단순히 메탈적인 헤비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이 이들의 가장 큰 매력임을 다시금 보여준 무대였다.  

 

12. 스트록스(The Strokes)

스트록스의 라이브 모습. 줄리앙은 외모는 여전히 카리스마가 있었는데, 노래는 왠지 무성의했다는 느낌이...

 

아마 펜타포트에 표를 끊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 고대했었을 스트록스의 라이브 무대는 어느 정도는 괜찮았지만 뭔가 낮에 다른 국내 밴드들에게 보여준 그 광란의 열광에 미치지 못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어쩌면 그 이유는 보컬리스트 줄리앙 카사블랑카가 외모에서 보여준 그 카리스마에 비해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덜 진지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와서 든다. 무대에 올라오기 전에 너무 술을 마신걸까? 뭔가 헤드라이너로서 하루의 마무리를 지어주기에는 그들의 그간 쌓아왔던 커리어에 비해서 강렬함이 덜했던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원래 공연 러닝타임보다도 5분 빨리 끝내버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고.

 

13. 250

뉴진스의 아버지는 지난 몇 년간 '뽕을 찾아서' 그간 전국을 헤맸다고...

 

작년에 음악관계자들에게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작곡가-프로듀서는 단연 250이었다. 그는 KPOP씬에 핵폭탄급 위력을 일으킨 신인 걸그룹 뉴진스의 대표곡들을 작업한 인물임과 동시에 아티스트 개인으로서는 몇 년간 본인이 찾고자 했던 한국인과 한국 음악 속에 내려온 그 설명하기 어려운 기운, 바로 "뽕"의 실체를 탐구했던 결과물인 앨범 [뽕]으로 동시에 주목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실제 디제잉 라이브를 최초로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늦은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스테이지 앞으로 향했고, 그 기대는 충분히 만족으로 돌아왔다. 그의 디제잉은 확실하게 자신의 앨범의 수록곡들의 방향에 맞춰서 진행되었고, 자신의 곡들 사이에서 '내 나이가 어때서'와 같은 기존의 대중적 트로트 히트곡들이 리믹싱 되는 가운데 열심히 록을 즐기던 관객들이 이 자리만큼은 다들 '뽕끼'에 취해 흥겹게 즐기는 모습은 정말 한국인의 피 속에 '뽕'의 스피릿이 시대를 넘어 유전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런 공연의 지향점 속에서도 중간 중간 얼핏 뉴진스의 음악 속에서 들었던 자잘한 사운드 샘플들의 향기도 느껴졌다는 것. 그렇게 펜타포트 둘째 날의 밤은 흥겹게 저물어갔다. 

 

[3일차 (8/6)]

 

14. 더 픽스(The Fix)

더 픽스의 보컬리스트 린지(Leenzy)

 

사실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신인 발굴 경연인 [펜타 슈퍼 루키]에서 이들이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조금은 놀랐다. 코토바와 같은 더 경력 많고 음악적 내공도 쌓인 밴드가 3위를 할 정도면 이들이 결선에서 얼마나 멋진 무대를 보였기 때문일까... 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상황에서 3일날 첫 무대로 이들의 라이브를 감상했다. (물론 전통적으로 펜타 루키에서는 클래식 록/메탈적 성향의 팀이 강세였다는 것도 있겠지만) 일단 이들의 무대는 작년에 클럽들에서 보았던 무대보다 확연히 세련되어진 퍼포먼스와 함께 연주의 합도 매우 탄탄해졌음을 보여주었다. 록 밴드의 매력이 사운드와 퍼포먼스로 좌중을 사로잡고, 열광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고 본다면, 이 날의 더 픽스의 무대는 절대 만점을 줘도 부족하지 않았다. 

 

15. 웬디 완더(Wendy Wander)

웬디 완더의 Weixiang(기타리스트, 좌)와 Jiang Yang(보컬, 베이시스트, 우)

대만에서 온 록 밴드 웬디 완더는 이 공연을 마치고 뒤이어 인터뷰 일정도 잡혀있었기에 그 때문이라도 더 집중해서 봐야만 했던 팀이었다. 매우 이른 한 낮 시간이어서 생각보다 관객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한낮의 뜨거운 태양열의 기운을 그들의 음악으로 약간은 식혀줄 수 있었던 매우 세련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기에 관객들은 충분히 흥겹고 여유롭게 공연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남성-여성 보컬의 다른 음색과 가창이 안겨주는 흥미로운 조화도 좋았고, 앞으로 이들이 다시 내한해도 꼭 공연을 보러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무대였다. 어찌보면 소위 '시티 팝 리바이벌'의 기운이 일본-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확실히 강세라는 사실도 느끼게 하는 무대였고. 

 

16. 남차(Numcha)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남차(Numcha). 복스럽고 예쁘더만.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남차의 음악은 사실 소리로만 듣는다면 굳이 국적을 떠올리지 않아도 될만큼 '글로벌'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웬디 완더에서도 그랬지만, 이제 아시아 국가들의 음악이 자국의 메이저 트렌드에 굳이 의존하지 않아도 다양한 인디 음악이 유튜브와 SNS의 힘을 통해 서양 매니아들의 귀에 다가가고 있기에, 그녀 역시 그 부분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태국어가 아닌 100% 영어로 노래를 하기도 했기에 그냥 해외의 인디 팝 아티스트가 와서 공연하는 느낌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말은 비판이 아닌, 칭찬이다.) 우리의 KPOP이 종합 대중 예술 댄스 팝적인 요소에 집중한다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나름의 길을 찾아가고 있음을 확인한 무대였다. 내한의 계기가 된 아도이(Adoy)의 오주환과의 듀엣곡 <Lemon>의 실제 라이브 무대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좋았다. 

 

17. 히츠지분가쿠(Hitsujibungaku)

히츠지분가쿠의 보컬/기타리스트 시오츠카 모에카(좌)와 드러머 후쿠다 히로(우)

 

3일차에서 가장 기대했던 공연 중 하나였던 일본의 모던 록 트리오 히츠지분가쿠의 무대는 다시금 펜타포트를 찾아오는 음악 매니아들의 수준이 꽤 훌륭함을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사실 이들을 일본 락 페스티벌에 가지 않고도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었을 줄이야. 이들의 음악이 그렇게 관객들을 방방 뜨게 하는 분위기의 곡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드림팝/슈게이징적 요소가 많기에 아직 해가 하늘에 훤히 떠 있는 시간에 어울릴까... 라고 생각했으나, 그 우려는 오히려 열심히 즐겨주면서 그들 특유의 분위기에 함께 취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리더 시오츠카 모에카도 첫 내한 무대에서 이렇게 열광적으로 반응해주는 한국 관객들의 모습에 매우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이런 스타일의 록 음악을 하는 밴드의 음반도 당당히 오리콘 앨범 차트에서 Top 10에 들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게 참 부러웠고. 

 

18. 새소년

새소년의 리더 황소윤(우)와 베이시스트 박현진(좌)

 

역시 현재 한국의 젊은 인디 록 팬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록 밴드 새소년의 무대는 일단 리더이자 노래, 기타까지 모두 담당하는 황소윤(그녀는 축구 영재이기 전에 음악 영재다.)의 카리스마가 확실히 현재의 MZ세대에게 소구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것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역시 메인 스테이지 앞에는 관객들이 빈틈 없이 모여들었고, 그들의 음악이 전하는 강렬함에 점점 더 열광하면서 잘못하면 사고가 날까 걱정될 만큼 뛰고 기차놀이에 난리가 났던 현장이었다. 

 

19. 진저 루트(Ginger Root)

진저 루트의 리더 카메론 류

 

중국계 미국인인 카메론 류(Cameron Rew)가 주도하는 음악 프로젝트 그룹인 진저 루트의 공연은 가히 '올해 펜타포트의 발견'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음악과 치밀하게 준비한 라이브 무대의 매력을 완벽하게 선사하면서 관객에게 유머와 즐거움까지 제공한 멋진 공연이었다. 카메론이 이 팀에서 기획하고 그간 보여주었던 여러 뮤직비디오가 그러했듯, 공연 내내 이들은 마치 '일본 시티 팝의 시대'(?)라 할 수 있는 1980년대의 VHS 비디오 화질의 감성, 그리고 그 시대의 일본문화-홍콩문화적인 감성을 영상 속에 담아 자신의 무대 중간중간에 삽입했고, 직접 무대에 초빙한 카메라맨을 활용해 무대 위의 모습도 그 이미지로 스크린에 띄우면서 기존 록 밴드가 보여줄 수 없는 색다른 '종합예술'을 선보였다. 조금은 낯설지만 뭔가 빈티지함이 멋져보일 MZ세대, 80년대의 정서를 직접 겪으며 성장한 X세대와 86세대의 끝자락 세대에게는 아마도 잊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한 무대였을 것이다. 

 

20. 김창완 밴드

영원히 청춘의 스피릿을 잊지 않는 뮤지션, 그리고 여전히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 그가 바로 김창완이다.

 

3일간의 모든 펜타포트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무대인 헤드라이너 김창완 밴드의 무대는 (무대 직전에 가진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산울림의 초기 곡들을 히트곡 여부와 상관 없이 다수 선곡해 노래하겠다는 그의 계획에 매우 충실했던 무대였다. 마침 산울림의 노래가 히트 영화 [밀수]에서 사용된 것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이 인터뷰 때 있었지만, 그는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고. 의외로 젊은 세대가 산울림에 대한 이해도가 있음을 공연 내내 확인할 수 있었고, 각자 좋아하는 곡들은 달라도 김창완과 산울림의 음악적 유산이 시대를 넘어 여러 세대들의 리스펙트를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곡이 끝날 때까지 관객들은 진짜 '미친듯이' 함께 공연을 즐겼고, 아마 무대 위에 있었던 김창완도 매우 감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산울림의 마지막 앨범 13집 수록곡 <무지개>가 흐를 때 잠시 울컥했는데, 그 노랫말이 그 현장에 있는 각 세대에게 정말 잔잔한 위로처럼 다가와서였다. 점점 힘겨워지는 세상사 속에서 그가 이런 노래로 우리와 함께 해줄 수 있다는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기에..... 그렇게 감동과 열정, 세대의 융합이 이뤄지면서 펜타포트의 마지막 순간은 멋지게 마무리되었다. 

 

"왜 울고있니 너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웅크리고 있니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를 위로하던 수많은 말들
모두 소용이 없었지
어둠속에서도 일어서야만해
모두 요구만 했었지
니가 기쁠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울땐 방해 할 필요가 없지
니가 슬플땐 나를 찾아와줘
너를 감싸안고 같이 울어줄게
니가 친구와 같이 있을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게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어 걸어줄게"

- 산울림, <무지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