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향 - 데뷔 55주년 기념 콘서트 'The 55'
일시: 2024년 5월 11일(토) 오후 5시
장소: 인천광역시 문학동 문학시어터
반세기가 넘는 자신의 음악여정을 ‘점심’으로 표현한 노익장의 아름다운 공연
지금의 MZ세대에게는 매우 낯선 뮤지션일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김도향은 당시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국민에게 매우 친숙한 노래들을 수없이 많이 만들어낸 싱어송라이터였다. 그는 당시 대중에게 인기가 있었던 다수의 ‘국민 간식’의 광고를 위한 음악들을 작곡했고, 그 멜로디와 가사는 적어도 40대 이상의 한국인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광고음악 외에도 그를 상징하는 두 곡의 대표적 히트곡 – 투코리언즈라는 듀엣으로 발표했던 ‘벽오동’(1971)과 자신과 여러 아티스트의 버전으로 동시에 인기를 얻었던 히트곡인 ‘바보처럼 살았군요’() - 은 70~80년대 가요 팬들에게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트랙이다. 90년대 이후에는 태교음악, 명상음악 등 다양한 ‘실용음악(?)’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간헐적으로 앨범도 발표했던 그가 올해로 데뷔 55년째 해를 맞았고, 이를 기념하면서 지난 5월 11일, 인천 문학씨어터에서 지금까지 그의 음악 여정을 총결산하는 특별한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공연을 앞두고 관객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들과는 확실히 높아진 관객들의 연령대, 그리고 부부들은 물론 오래된 동창, 친구들과 함께 모여 객석을 차지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추억 속에 김도향이라는 가수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5시가 되어 바로 인터넷 중계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고, 밴드 멤버들에 이어 무대에 나타난 김도향은 대표곡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부르며 단숨에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첫 곡을 마치고 그는 이번 공연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의 이 공연이 그간의 자신의 음악 인생의 ‘점심’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해당 단어의 뜻처럼,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활동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하는 공연이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의 데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첫 히트곡이었던 ‘벽오동’과 또 하나의 숨은 히트곡이었던 ‘언덕의 올라’를 부른 후, 이후에는 2000년대 이후 윤종신의 곡을 받아 불렀던 드라마 OST인 ‘시간’, 그리고 가장 최근작에 수록했던 음악인 ‘아내가 내껀가’ 등으로 성숙한 어덜트 팝의 세계를 맛보게 했다. 이후에는 그가 어린 시절 처음 음악이란 것에 매혹을 느꼈던 50년대의 팝송들을 들려주었는데, 재즈(‘What a Wonderful World’)부터 소울(‘Georgia On My Mind’), 그리고 로큰롤(‘Hound Dog’)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그의 음악가로서의 기반을 만들어 준 원천임을 확인하게 해주는 무대였다. 잠시 그의 또 다른 대표곡들인 여러 광고 음악들을 메들리로 들려준 후, 후반부에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대표곡 ‘My Way’부터 팝송 3곡을 이어가면서 공연을 마무리했으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중년 남성들의 애청-애창곡이라 할 김광석의 대표곡 ‘서른 즈음에’를 앙코르 트랙으로 부르면서 따뜻한 추억여행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70년대부터 활동하면서 김도향은 당시의 포크 음악 트렌드에 국악의 감성을 접목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한 시대를 풍미하면서 다양한 장르적 활용을 통해 한국적 ‘어덜트 팝’의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그 오랜 역사의 진수를 이날 공연을 통해 만날 수 있었고, 여전히 가창력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과 트레이닝을 노령에도 계속 이어간다는 그의 모습에서 노력하는 뮤지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디 건강하시고 더 오래 그의 음악 활동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취재 김성환
사진 김성환
[Setlist]
바보처럼 살았군요
벽오동
언덕에 올라
시간
아내가 내껀가
What A Wonderful World
Georgia On My Mind
Be Bop A Lulla
Hound Dog
CM Song Medley(Guest)My WayI'll Never Falling in Love AgainKeep On Running
Encore:
서른 즈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