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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ONLY CONTENTS/LIVE REPORT

윤상 CURATED 06: HAEPAARY `BORN BY GORGEOUSNESS`

일시: 4월 23일 (토) 오후 6시

장소: 현대카드 Understage

 

지난 3월 1일 개최된 제 19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과 노래 부문을 모두 석권한 일렉트로닉 그룹 해파리는 최혜원(신시사이저, 타악기)과 박민희(보컬, 신시사이저)로 구성된 2인조 그룹이다. 두 사람은 일렉트로닉-앰비언트라는 서구에서 형성된 사운드와 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종묘제례악, 남창가곡 등 전통 국악의 악곡을 접목하는 음악적 지향으로 한국 인디 일렉트로닉 씬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전통음악 교육을 착실히 받은 경력을 갖고 있는데, 전통타악 기반 사운드 아티스트인 혜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15년 간 전통 타악 교육을 받았다. 민희 역시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인 정가 보컬리스트다. 2019년에 의기투합해 협업을 시작한 두 사람은 2020년 서울남산국당당에서 열린 '남창가곡'을 함께 하면서 해파리라는 하나의 팀으로 견고해졌고, 이후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막 시상식 수상이라는 이슈가 생기면서 그들에 대한 인디 씬의 관심이 높아가는 시점에 공교롭게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기획 진행하는 '윤상 Curated' 시리즈 공연의 일환으로 해파리의 단독 공연이 열리게 되었다. 공연 타이틀 앞에 달린 '윤상'이라는 이름이 이번 공연에서는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국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꾸준히 추구했고 동시에 후진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였던 그의 눈에 이들이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현재 해파리의 음악적 성과가 어떠한가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기대감을 갖고 토요일 오후, 이태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직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이게 이런 공연을 좌석에 앉아서 봐야 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채워주었다. 

 

 

오프닝 무대 역시 일렉트로닉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DJ겸 프로듀서인 넷갈라(Net Gala)가 장식했는데, 독특한 사운드를 융합해 들려주는 그의 빅 비트 그루브는 20분간 관객들의 심장의 박동을 많이 끌어올려주었다. 오프닝 공연 이후 그의 DJ세트가 빠져나가자 마자 바로 이어서 해파리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딱 1시간 정도의 러닝 타임으로 진행된 그들의 무대는 매우 원색적인 조명들의 불빛이 두 사람을 감싸는 것과 함께 우리의 머릿 속에 있었던 두 가지 음악에 대한 통념이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이 추구하는 앰비언트한 분위기를 맘껏 펼쳐냈다. 특히 두 사람이 입고 나온 (SF영화 속에서 볼만한) 우주복을 연상하게 만드는 의상은 음악과 무대 위의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우러졌다. 한 손으로는 신시사이저와 패드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옆에 큰 북과 팀파니 드럼을 두드리는 혜원의 연주, 국악적 가창을 충실히 보여주지만 그것을 전자음 속에서 모던함으로 풀어내는 민희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그간의 일렉트로닉 공연에서도, 국악 무대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색다른 음악 세계로 관객의 귀를 자극했다. 

 

민희
혜원

세트리스트는 그들이 작년에 발표한 첫 EP [Born By Gorgeousness]의 수록곡들이 모두 연주되었고, 그들에게 한대음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을 수상하게 해준 싱글인 '경포대로 가서'도 당연히 연주되었다. 아직 정식 음원으로는 만날 수 없지만 근래에 다른 공연에서도 선보인 바 있었던 '부러울 것이 없어라'와 '태평가'도 함께 연주되었다. 사실 먼저 발표된 곡들과 '경포대로 가서'나 '부러울 것이 없어라' 같은 곡들의 차별점은 종묘제례악에 굳이 묶일 것 없이 보다 순수하게 그들이 풀어낸 멜로디로 국악과 서양 일렉트로닉의 세련된 접점을 찾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후반부로 갈 수록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몸을 흔들고, 나름 작은 '안무'같은 퍼포먼스도 펼치는 두 사람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직 연차가 많은 그룹이 아니고, 1시간에 가까운 독자적 무대 세트를 두 사람이 이끌어가느라 앙코르곡도 없이 끝나긴 했지만, 그간 스튜디오에서 완성된 악곡으로만 듣던 그들의 음악을 비로서 눈 앞에서 라이브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해파리의 공연은 한국의 일렉트로닉 음악, 그리고 전통음악을 서구 장르음악과 크로스오버하는 젊은 인디 뮤지션들의 역량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무대라고 평가하고 싶다. 

 

글/김성환

 

증정할 사인 포스터를 준비하는 해파리의 두 멤버

사진촬영: 김성환

사진제공: ALPS inc./Flipped Coin Music

 

해파리 - 경포대로 가서

(Live at 현대카드 Understage 2022.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