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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 ONLY CONTENTS/LIVE REPORT

‘새해의 포크’ 10주년 기념 공연 1일차.

기획사 일렉트릭 뮤즈와 합정-홍대 지역의 대표적 공연장 벨로주(VELOSO)가 주도하여 2012년부터 10년간 매년 연초에 진행했던 ‘올해의 포크’는 전년도에 주목할 만한 활동을 했던 인디 포크 계열 아티스트들과 주목해야 할 신인 포크 뮤지션들, 그리고 이미 해당 신(scene)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까지 다채롭게 참여해왔던 연합 공연이었다. 10주년을 맞이한 올해에는 총 8명의 아티스트들 – 김사월 / 황푸하 / 김제형 / 다정 (이상 1일차) / 이랑 / 김목인 / 천용성 / 오소영 (이상 2일차) - 이 참여해 무대를 빛내주었다. 새해의 첫 날 열린 그 1일차 무대에 직접 다녀왔고, 현장의 분위기를 사진과 글로 정리해본다. 

일시 2022년 1월 1일 (토) 오후 6시
장소 홍대 벨로주

취재, 정리 김성환

 

다정 Ⓒ 김성환

홍대 벨로주에는 새해의 첫날이자 주말답게 관객들이 거의 빈자리가 없을 만큼 가득했다. 이미 예매가 열린 지 1시간도 안 되어 매진이 된 공연다웠다고 할까. 거의 정확하게 시작한 1일차 공연의 첫 무대는 작년 2월에 첫 앨범 [Jay Knife]를 공개한 신인 싱어송라이터 다정이 장식했다. 본인 스스로도 앨범 내고 처음 대면공연을 한다는 그녀는 공연 중 멘트에서 자신의 음악적 영향으로 조니 미첼(Joni Mitchell)은 물론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까지 언급을 했다. 자신의 1집 수록곡들과 아직 녹음하지 않은 미발표곡, 그리고 ‘호랑이의 해’라는 이유(?!)로 선곡한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의 ‘Year of the Tiger’ 등을 기타 한 대만으로 차분하게 (모두 영어로) 노래하는 모습에서 개인적으로는 초창기 주얼(Jewel)의 모습도 살짝 떠올렸다. 아직 순수하면서도 내면의 고민으로 파고드는 음악과 메시지는 앨범 속의 전자음이 싹 배제된 상태로 들으니 더 깊게 와 닿았다. 

 

김제형 Ⓒ 김성환

두 번째 무대를 장식한 아티스트는 2020년에 첫 정규 앨범 [사치]를 공개하며 작년 한국대중음악상 포크 부문 후보로 올랐던 싱어송라이터 김제형이었다. 함께 나온 프로듀서 겸 건반 연주자 조성태와 함께 작년에 발표한 새 싱글 ‘중독’을 포함해 역시 과거 앨범의 대표곡과 새로 준비하는 곡까지 다양하게 선곡했다. 많은 관계자들이 그가 만드는 멜로디에서 윤상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역시 팝적인 편곡의 군더더기를 빼고 듣는 그가 만든 선율은 정말 그 멜랑콜리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흥미롭게도 무대매너와 입담도 좋은 편이었는데, 그가 단지 포크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을 넘어 슬슬 메이저급으로 가도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김사월, 황푸하 Ⓒ 김성환

세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2016년 인디 포크 신에 등장해 현재까지 2장의 정규작과 1장의 EP로 정갈한 포크 사운드 위에 스트링 연주를 챔버팝처럼 곁들인 사운드를 보여주는 황푸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보컬 음색에서 무언가 현대화된 감성의 조덕배와 오석준의 80년대가 소환되는 느낌을 받아왔는데,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 그리고 그의 기타로 구성된 트리오 연주가 주는 단촐함 위에서 그 느낌은 더 강하게 다가왔다. 서로 음악적 교류도 해왔던 다음 무대의 주인공 김사월이 중간에 등장해 그의 곡 ‘인테리어’의 백보컬을 해주었고, 이후 함께 3곡을 듀엣으로 노래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과거 김사월을 김해원과의 듀엣 음반으로 처음 만났기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의 보컬 조화는 보다 부드럽고 편안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최근 ‘싱 어게인 시즌2’ 오디션 쇼에 등장했던 윤덕원(브로콜리 너마저)이 불러서 장렬하게(?) 탈락한 김광진의 곡 ‘진심’을 그를 위해 다시 자신들의 화음으로 불러주며 ‘인디 신 선배에 대한 트리뷰트(?)’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황푸하가 무대를 떠나고 마지막 무대를 김사월이 솔로로 이어갔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는 그녀의 그간의 커리어를 대표하는 곡을 30분 가까운 시간 동안 전혀 노래하지 않고, 대부분 지금 그녀가 만들어놓고 녹음하지는 않았던 새 노래들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데 집중했다(물론 이 무대가 처음이기보다는 이미 작년부터 공연에서는 불러왔던 곡들이다). 어찌 보면 여전히 ‘김사월다운’ 정서로 가득한 곡들인데, 이 곡들이 스튜디오 버전으로 정리될 때는 어떻게 변화가 있을지도 궁금해지는 무대였다. 어쿠스틱 기타 연주 그 하나의 소리 위에서 ‘숨소리도 노래로 들리는’ 그녀의 보컬은 이런 작은 사이즈 공연장에서 들을 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대략 두 시간 반 정도 걸린 4명의 아티스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대를 보며 개인적으로는 포크라는 장르가 갖는 음악적 매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봤다. 개인적으로 포크의 매력은 “편곡과 연주라는 것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 가창을 통한 메인 멜로디, 그리고 그 속의 메시지에 오롯이 중심을 두는 태도”라고 항상 정의하려고 한다. 물론 시대가 흐르면서 단순히 어쿠스틱 기타 1대로 하는 포크의 시대는 저물어갔고, 이제는 일렉트로닉의 앰비언스, 기타보다 건반이 더 앞서는 사운드도 포크에 자연스럽게 투영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포크는 거기서 그런 모든 편곡의 미학을 걷어내고 오직 기타 한 대로만 싱어송라이터 본인이 불러도 그 매력이 절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새해의 포크’ 첫 날 무대는 바로 그런 매력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10년 동안 꾸준히 잘 진행해왔던 주최 측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