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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시선, ‘산만한’ 시선을 음악으로 만들어 쌓아 하나의 큰 ‘산만한’ 우리의 색을 찾고 싶다

INTERVIEW: 산만한 시선

 

이미 홍대 인디 신에서 솔로 작업을 발표하고 있던 싱어송라이터 서림과 어쿠스틱 포크-블루스 음악을 하던 송재원은 애초에 과거 대학 동기로 같은 방을 썼던 ‘깊은 친구’였다. 그들은 각자의 작업에서 서로를 가끔 도와주기도 했는데, 2023년부터 함께 듀오를 결성하고 이제 그들의 첫 공동 작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하나가 둘이 되었을 때의 시너지를 잘 보여주는 그들의 셀프 타이틀 EP의 발매 직후, 망원동의 그들의 작은 연습실 겸 스튜디오 공간에서 두 사람과 만나 두 사람이 한 팀이 된 이야기와 그들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 진행, 정리   김성환

사진 제공, 진행 협조   산만한 시선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가장 먼저 데뷔 EP [산만한 시선]의 발표를 축하드리며, 첫 음반을 완성하고 발표하게 된 소감부터 들어보고 싶다.
서림: 발매 후의 마음은 ‘빨리 또 내고 싶다’라는 생각이다. 이제 막 인사를 드린 것 같아서 더 잘할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10곡짜리 정규 앨범도 이제 데모 작업에 들어갔다.
송재원: 만들어 놓고 나니까 이 친구 말처럼 아 뭔가 제대로 된 것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우리를 ‘포크 듀오’라고 정의하며 시작했는데, 이번 결과물은 사실 오리지널 포크의 느낌이 완벽한 것은 아니니 조금 더 빨리 제대로 된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인디 신에서도 산만한 시선이라는 팀은 아직 대부분에게 낯설다. 두 사람이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서 만났다가 함께 노래를 만들고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서림: 둘 다 같은 대학교에 입학한 후 생각하지 않았던 엉뚱한 동아리의 회식 자리를 갔다가 우연히 처음 만났다.
송재원: 우리는 원래 음악동아리에 들어가려고 생각했었는데, 건축 동아리에 가게 된 거다. 건축학과에 입학했다 보니 학과 내 건축 학술동아리의 회식 자리에 가서 앉아있게 된 것이다. ‘어, 잘못 온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던 그때 서림을 보게 된 거다.
서림: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선배들이 “너 어디 가입하려고 여기 왔는데, 여기 음악동아리 아니야”라 하더라. 일단 신입생이라 거기에 앉아 술 먹다가 만난 이 친구랑 얘기하면서 뭔가 음악적인 얘기가 잘 통한다는 생각만 하고 그날은 헤어졌다.
송재원: 1학년 때 그렇게 만나서 2학년 때까지는 데면데면한 동기 사이였지만, 군대를 다녀와서 3학년 때부터 가까워졌다. 군대 시절에 조금씩 연락하다가 제대 후 서로 돈이 부족했고, 기숙사에서도 나오게 되어 둘이 같이 방을 얻어 동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함께 뭔가 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서림: 요즘에는 데뷔하는 친구들 보면 5~6년씩 자기들끼리 막 동고동락하고 하지않나. 우리는 너무 운 좋게도 그럴 시간을 6년간 가진 셈이다.

 


그럼 두 사람은 어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한 것인가?
서림: 그냥 일종의 기록 다큐멘터리였다. 2023년부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재의 모습, 우리 나이대에 보고 있는 한국의 모습을 기록하자는 얘기를 했다. 예를 들어서 당시 둘 다 한국 거리의 모습에도 빠져있었기에 한국의 거리를 다 영상에 담자는 것도 생각했었다.
송재원: ‘한국의 문’에 대한 아카이브를 너무 만들고 싶어서 한국의 모든 문들을 다 찍어보고 싶어서 함께 촬영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중단되었다. 아현동을 돌면서 찍다가 한 동네만 찍어도 이렇게 많은 얘기가 나오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했다. 어쨌든 우리가 궁극적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담고자 했던 건 ‘생활성’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옛날 사진을 볼 때, ‘아 매우 아련하다, 저 때로 한번 가보고 싶다!’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작업물들을 만들어 놓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딱 찍어 놓고 50년 뒤에 봤을 때 ‘아, 이런 분위기가 있었구나. 그때 한국에 이랬구나’라는 감정을 느낄, 마치 ‘인간극장’같은 영상을 찍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쨌든 그 작업을 하다 보니까 배경음악이 될 곡들이 필요해서 본격적으로 둘의 음악을 작업했다고 들었다. 그럼 진행되는 시점에서 한 어느 정도 지난 다음에 그런 구상을 하게 되었나?
서림: 당연히 시작할 때부터 여기 들어갈 음악도 우리가 만들어야 하고, 노래도 우리가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작업하기 시작한 곡들이 이 앨범에도 실려있다.
송재원: 다큐멘터리도 학업을 계속 같이하면서 하다 보니까 함께 그 음악들을 만들어 놓고 나서 이거 어떡할까 하다가 사실 거의 잊고 지냈다. 그런데, 운이 너무 좋았던 게, 인천음악창작소에서 지원사업 공고가 뜬 것이다. 내가 인천에 거주하고 있으니 ‘떨어질 게 분명하지만 일단 넣어보자’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따로 음악 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를 계기로 각자 그 시절부터 만든 몇 곡을 편곡해 같이 불러서 데모 음원을 보냈다. 근데 그게 선정이 되고 나니, 이것만으로는 음반의 임팩트가 없을 것 같아 타이틀곡 ‘성두빌라’를 뒤늦게 추가로 만들었다.


그럼 두 사람은 이렇게 한 팀을 이루기 이전부터 혹시 각각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어린 시절부터 가진 적이 있었나?
서림: 음악을 하는 건 내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부모님도 음악을 많이 틀어주셨고, 어릴 때부터 LP바 같은 곳에도 데리고 가셨고, 그래서 옛날 포크 음악들을 많이 듣게 되었다. 결국 그 영향으로 중학교 때부터 집에서 혼자 음악을 만들다가 ‘뭔가 내가 만들고 있는 것에 책임을 져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송재원: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치다가 대학교 올 시점까지는 나는 기타 연주자라는 생각이 더 컸다. 사실 이 친구를 만나고 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거다. 대학교에 진학할 때는 건축으로 돈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계속 꼬드겨서 내 곡들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휴학 상태에서 복학하려고 고민하니까 이 친구가 “너 그럴 거면 네 노래 다 주고 복학해”라고 말하길래 화가 나서 그냥 함께 음악을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내 음악 활동은 시작된 셈이다.


두 사람이 지금의 산만한 시선으로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
서림: 일단 내겐 중국의 포크 아티스트인 쑹둥예(宋冬野)의 영향이 가장 컸다.
송재원: 맞다. 그의 음악이 우리의 음악에 기반을 준 것 같다. 이번 앨범을 통틀어 진짜 그의 방식대로 가보자고 생각할 정도로 괜찮은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서림: 그리고 백현진의 음악도 많이 들었고, 그가 결성했던 방백의 음악도 많이 좋아했다. 그리고 장기하가 솔로로 부른 음악들, 김민기 선생님과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인디 포크/블루스 싱어송라이터)의 음악도 즐겨들었다.

 

그룹명을 ‘산만한 시선’으로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
송재원: 실제로 ‘산만하다’라는 평가를 너무 많이 들었다.
서림: 사실 어디 가서 친구들과 있으면 우리 둘에게 너무 시끄럽고 산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송재원: 그런데 이 ‘산만한’이란 단어를 떠올리면서, ‘이런 산만한 시선들이 모이면 나중엔 큰 산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처럼, 그 산만한 시선들을 다 아카이빙해 놓으면 결국엔 하나의 커다란 산이 돼서 우리의 색을 찾을 거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그룹명을 짓게 되었다.
서림: 결국 아까 말한 ‘생활성’의 의미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때그때 아주 조그마한 행위들, 그 시기에 일어났던 일들이나 산만하고 조그마한 시선들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처럼 (음악을) 만들자는, 그래서 그게 하나하나 모이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큰 산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애초에 두 사람을 엮어준 그 다큐멘터리는 여전히 제작 중인가? 그 진행 상황도 궁금하다.
송재원: 그 질문을 되게 많이 받았다. 그래서 압박감도 들었다. 만들긴 해야겠지만, 카메라 촬영하는 친구를 데려와 로케이션도 잡아놓고 찍기도 하고, 우리끼리 찍어보기도 하고 했는데, 결국 나중에 편집하며 볼 때는 이건 여기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처럼 연기를 해서 찍기도 했고, 포맷도 여러 번 바꿔봤는데, 결국 아마추어 느낌이 날 바에는 공개하지 않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아직 쌓아놓고 있다. (웃음)
서림: 그리고 우리는 남의 카메라를 빌려야 했는데, 압박감이 너무 심한 거다. 그 카메라를 훼손할 수도 있고, 만약에 제대로 열심히 못 찍으면 그 시간 자체가 아깝기도 하고. 그래서 그룹 결성하면서 생긴 한 가지 목표가 우리 카메라를 하나 사는 것이었다. 지금도 우리가 직접 우리의 뮤비를 찍고 있기는 하기에,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는 우리 정규 앨범이 나오고 나면 그 이후에 아마 영상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

 

크레딧을 보면 두 사람은 함께 곡을 만들 때도 있고, 각자가 따로 곡을 만들 때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함께 곡을 만들 때는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해 나가는지 궁금하다.
송재원: 작업을 매우 ‘건축적’으로 하는 것 같다. 설계하듯 각자 콘셉트를 하나 정해놓고, 각자 생각한 아이디어, 가사, 이미지를 가져와서 그걸로 대결을 계속하는 거다. 그렇게 계속 부딪히면서 ‘이것은 빼자, 이거는 택하자’라는 식으로 조립해나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싸우지는 않더라. “이거 구리니까 빼!”라고 직설적으로도 말하기도 한다.
서림: 이 친구랑 나랑 5년을 같이 있어서 이 친구가 지금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미 알고 있기에 딱 정확하게 할 말만 한다. 네가 보낸 멜로디에선 여기가 약한 것 같으니 그럼 내가 보낸 멜로디에서 이 부분과 합쳐보자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래서 결국 포기할 건 포기하고, 상대의 결과물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다 보면 결국엔 진짜 건축 작업하듯이 하나하나 모이더라. 가사 작업도 내가 한 30% 정도 써서 보내면 이 친구가 다음 20%를 더 써서 보내고, 다시 내가 거기에 추가하는 식이다.
송재원: 기술적으로는 이 친구가 멜로디를 매우 잘 짜고, 내 코드를 잡아주는 방식으로 많이 진행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도 그렇고, 라이브에서도 두 사람의 목소리와 (추가적 편곡이 있더라도)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무대를 풀어나간다. 한 마디로 두 사람이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이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포크’ 음악이라고 정의해도 될까?
서림: 그 질문 때문에 진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실제로 이 친구와 많이 연락하며 ‘과연 포크는 무엇일까?’에 대해 토론했다. 누군가는 포크는 ‘정신’이라고, 어떤 것이라고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자신의 생활을 거짓 없이, 꾸밈없이 담는 게 포크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가장 사적이면서 가장 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사건과 의미들을 봤을 때는 가장 사적으로 느낄 수도 있지만 실제 들리는 건 공적으로 들리는 게 포크라는 음악인 것 같다.

 

그룹의 소개글을 읽어보면, 자신들의 노래 가사를 통해 ‘생활’에 기반한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생각된다. 주로 음악적 소재를 찾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어보고 싶다.
송재원: 소재는 100%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라 봐도 좋다. 내 경험과 내가 지켜보며 발견한 것이 둘 다 소재가 되었다. 지금은 내 경험의 비중이 큰 거 같긴 한데, 언젠간 그 경험을 다 소모하고 나면 내가 바라보는 것들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림: 아마 다음 정규 1집에서는 (우리가 관찰한) 타인의 이야기가 많이 적혀있긴 할 것 같다.

 


음반 속에서 어쩌면 산만한 시선이라는 그룹의 지향점을 제대로 소개하는 곡은 첫 트랙인 ‘노래가 되면 예쁠 거야’라고 생각했다. 이 곡은 언제,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서림: 사실 특별한 과정까지는 없었다. 그냥 오후 5시쯤 배고플 때쯤 여느 때처럼 기타를 잡고 연주하며 떠오른 코드(chord)가 나왔는데 근데 배가 고프니까 뭔가 ‘가난’에 대해 얘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막 특별한 서사나 어휘 없이 자연스레 가사가 나왔다. 사적인 소재였지만 대중적으로 풀려고 만든 노래다 보니까 ‘다 괜찮아질 거야. 다 잘될 거야’와 같은 표현을 좀 다르게 얘기해 보자는 의미에서 ‘예쁠 거야’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우리가 연애하다 보면 가장 상대가 많이 듣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예쁘다’를 가장 좋다한다고 하더라.

어떤 의미에선 타이틀곡인 ‘성두빌라’는 음반 속에서 가장 가라앉아있고, 조금 어둡게 다가온다. 근데 여전히 왜 제목을 ‘성두빌라’로 지었는가는 의문이 남는다. 설명해 준다면?
송재원: 성두빌라는 유년기에 내가 살았던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의 아파트 빌라의 이름이다. 원래는 가사 없이 연주곡으로 만들어놨는데, 서림이가 이 곡을 듣고 연주곡으로 썩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제발 가사를 붙이자고 푸시해서 완성하게 됐다. 그런데 노래 제목 때문인지 한 번 ‘트라우마’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생활 속 트라우마를 얘기하지만, 너무 개인적이지는 않게 풀어내고 싶었다. 사람들이 각자 다 힘든 게 있는데, 그것의 교집합이 있으니 그 부분을 건드려보고 싶어 노랫말을 완성했다.


특히 이 곡에선 ‘쉬운 위로와 거짓말들로 천장 위를 가득 채우고/입으로 뱉기 어려운 말은 노래로 노래로 하네’라는 후렴 가사가 은근히 가슴을 찔러댔다. 왜 입으로 뱉기 어려운 말을 노래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나?
송재원: 이 부분이 내가 끝까지 고민한 부분이었다. 혹시 가사를 듣고 사람들이 촌스럽거나 부담스럽게 느끼면 어떡할까 고민했다.
서림: 우리가 가사에 담은 생각을 (청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할까 고민하긴 했다. 우리 둘 다 그 당시에 있던 것들을 해결하거나 책임질 그런 멋진 위인은 아니지만, 우리 같이 이렇게 산만한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공적으로, 노래로 얘기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가사에 담았다.


자신이 쓴 곡, 상대편이 쓴 곡 상관없이 이번 음반에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트랙을 하나만 골라서 그 이유와 함께 설명해 준다면?
서림: ‘생일기분’을 가장 좋아한다. 가사가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어디에서 들어도 괜찮은, 기쁠 때 들어도 안 좋을 때 들어도 좋은, 술을 마실 때로 예를 들면 약한 술에서 센 술로 넘어갈 때 뭔가 중간 역할을 해주는 안주 같은 역할의 곡들이 좋은데, 그럴 때 즐겨듣는 곡이 딱 이 곡이다.
송재원: ‘다른 나라에서’를 가장 좋아한다. 만든 사람의 관점에서 이 곡이 좋은 이유는 혼자였으면 절대 못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드 진행 같은 부분에 장르적 한계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아이디어 같은 게 있었는데, 둘이 같이 만드니까 그게 가능해졌다. 또한 편곡도 너무 잘 됐다. 플루트 세션이 들어간 것도 너무 좋고. 처음 썼을 때는 온전히 사랑 노래였는데, 쓰고 났는데 어떤 분께서 듣고서 ‘사랑 노래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한 노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음반을 위한 세션은 인천음악창작소의 지원을 받은 건가?
송재원: 많이 챙겨주셨다. 세션에 참여할 연주자분들을 직접 연결해 주시기도 했다.
서림: 사실 웃긴 에피소드가 있는데, 우리가 플루트와 오보에 같은 악기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둘 다 이번 세션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처음 봤으니까. 창작소에서 세션으로 어떤 관악기를 쓰고 싶냐고 물었을 때 이 두 악기를 말하고 나서 집에 가서 멜로디를 짜서 왔다.
송재원: 문제는 우리가 해당 악기가 낼 수 없는 라인과 음정을 만들어 간 것이다. 그래서 연주할 수 없다고 하여 즉석에서 다시 멜로디를 고쳤다. (웃음)

마스터링 작업이 영국 애비 로드(Abbey Road)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고 크레딧에 기록되어 있다. 어떻게 해외에 마스터링을 맡기게 됐나?
송재원: 인천음악창작소에서 마스터링을 한국에서 할지, 외국에서 할지를 물어봤다. 사실 우리가 이번 음반의 믹싱 작업이 총 18번을 엔지니어와 오가면서 엄청 일정이 미뤄졌다. 그러다 보니 남은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 그래서 프로듀서께서 차라리 해외에서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셨다. 해외에 맡기면 수정이 어렵다(곡 1건당 25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는 말에 나는 좀 반대했었지만, 서림이가 하자고 밀어붙였다. 근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럽게 나왔다.
서림: 근데 음원의 사운드 균형이 진짜 잘 잡혔다.
송재원: 라이브에 비해 음원의 소리가 더 좋다고 느꼈다.

 

사실 다른 홍대의 인디 포크 뮤지션과 비교한다면 매우 짧은 시간에 팀이 결성되었고, 음반도 꽤 빨리 완성되었다. 현재까지 라이브 활동은 어느 정도 해왔는지 궁금하다.
서림: 각자 활동했을 때는 꽤 많이 해봤는데, 둘이 팀을 만든 후 같이 한 공연은 사실 5~6번이 안 된다. 과거 홍대에서 각자 공연했을 때는 나는 워낙 센 음악을 했고, 밴드도 했지만, 포크 장르처럼 이렇게 섬세하고 디테일한 음악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 친구도 블루스 계열의 음악을 했다. 한 팀으로서 한 공연 중 가장 재미있게 했던 것은 한옥을 한 채 빌려서 기획 공연을 진행했던 것이고, 그 외에는 홍대 언플러그드에서 많이 했다.

 

그리고 이제 앨범이 완성되었으니 곡을 계속 알리는 과정도 이어가야 할 텐데, 앞으로의 홍보 활동 계획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설명해달라.
송재원: 근데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 어떻게 우리를 알려야 될지를. 그런데 ‘과연 공연이 정말 답일까’라는 의문도 슬그머니 올라왔다. 옛날 선배들의 시대를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옛날의 포크 가수들은 공연으로 먼저 인기를 얻고 메이저로 올라갔는데, 지금은 공연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클럽에서 공연한다고 홍보가 잘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음악에 관심을 둘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우리 음원을 알리는 것에 더 신경쓰고 있다.
서림: 공연의 경우는 솔직히 홍대 언플러그드에서 공연하는 게 당장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지만, 내년으로 가면 그 외의 장소에서도 기회가 날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지금은 어떻게든 그냥 노래할 수 있는 곳에는 다 가서 우리의 음반을 알리기 위해 노래하고자 한다. 그래도 그냥 많은 공연을 하는 것보다는 정말 산만한 시선이라는 팀을 알릴 수 있는 공연을 우리가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깊게 고민 중이다.


앞으로 듀오 산만한 시선의 음악 활동 목표를 말해 주었으면 한다.
서림: 우리와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 우리처럼 음악을 시작하고, 우리처럼 음악을 만들어 그걸 음악 산업에 내놔도 꾸준히 음악은 할 수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게 누군가한테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큰 부분이다. 누구는 음악을 만들 때 한 곡에 몇백만 원을 쓴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럴 돈이 없으니까. 근데 돈을 많이 들여서 좋은 사람들과 같이 만든 곡도 좋은 곡이라 생각하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생활로 벌어가면서 꾸역꾸역 만들어낸 곡들도 의미가 있는 곡들이더라, 자본에 굴복하지 않아도 가끔은 좋은 곡이 나오더라는 사실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산만한 시선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될 음악팬들에게 이번 음반에 대한 당부의 말을 한다면?
서림: 한 마디로 우리의 음악이 ‘생활의 발견’이었으면 좋겠다. 그냥 매 끼니 먹는 쌀밥처럼 일상처럼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일부러 ‘이 음악을 좋아해야겠다’라는 마음을 가져주는 것보다는 그냥 우리 음악 그 자체가 듣는 이의 일상에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느낌? 하지만 그의 플레이리스트에 세 번째 곡 정도로 끼어있다가 언젠가 쓱 사라져도 되는 그런 음악처럼 편하게 들어주셔도 좋겠다.

 

산만한 시선 - 노래가 되면 예쁠거야
산만한 시선 - 성두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