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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ARTICLES/ISSUE NO.11

마리아 킴, 정규 7집 앨범과 함께 월드 투어를 다녀온 한국 재즈 신의 대표 보컬리스트

INTERVIEW: MARIA KIM

 

재즈 보컬리스트 마리아 킴(Maria Kim)은 데뷔 후 10년의 활동 기간 동안 7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매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수많은 라이브 무대를 통해 한국 재즈의 오늘, 내일을 만들어 나가는 뮤지션이다. 최근 정규 7집을 발매하고 월드 투어 일정을 끝마친 마리아 킴을 그녀의 새 작업실에서 만나보았다..

 

인터뷰 진행, 정리   허희필

사진 제공   마리아 킴 

 

 

대중음악 종합 매거진 로코모션의 인터뷰에 응해주어 감사하다. 독자들께 소개 부탁한다.
마리아 킴: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마리아 킴이다. 만나게 되어 반갑다.

[Misty Blue] 발매 직전의 음감회 같던 서울 콘서트가 벌써 5달 전이다. 그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라이브를 포함하여 최근 대만 가오슝과 미국 오클라호마, 댈러스까지 월드 투어와 창작 일정들을 소화했는데, 어떤 경험이었는지 궁금하다.
마리아 킴: 이전에도 기획성으로 해외 투어를 갔던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앨범 투어의 성격으로 일 년 내내 투어를 계획성 있게 짜서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투어를 다니면서 좋았던 점은 재즈라는 언어를 이용해서 세계에 계시는 다양한 재즈 팬들과 관계자 및 연주자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즐거웠다는 것이고, 이 만남들을 통해 내가 지향하는 음악적 스타일을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분들이 많이 계시겠구나 하는 희망을 보았다. 

음악을 시작하던 시절부터 장르적으로는 재즈에 매진해 왔겠지만, 이외의 예술 중에서도 인상 깊게 접한 장르/아티스트/작품이 있었는가?
마리아 킴: 기본적으로 취미든, 직업이든 이런 것들을 구분 짓지 않고 산다.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다양한 취미 활동, 관심 분야를 많이 갖고 있고, 그런 것들에 영감을 받아 표현하는 분들을 물론 존경한다. 다만 나의 개인적 성향은 음악을 감상하고 관람하고 소비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 창작하는 것 이외에도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앨범을 구매하거나 그런 부분들에 흥미를 느낀다. 다른 분야도 멋진 것이 많으나 되도록 얼마 되지 않는 쉬는 시간 동안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는 편이다. 이동하고 일하는 시간을 빼면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그런 시간에 음악을 되도록 가까이하려 하고 그런 부분들에 의무감과 부담을 갖기보다는 그걸 즐기려고 있다. 오클라호마에 갔을 때도 바이닐 샵이 있었는데, 두 시간을 쉬는 동안 뮤지션인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의 LP를 발견하여 가져왔던 기억이 있다. 또한 다이앤 리브스(Dianne Reeves) 내한 공연을 보러 갔었는데 공연 말미에 그가 마이크를 놓고 걸어나가며 마이크가 없는 상태로 어쿠스틱 사운드에 노래를 부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음향 자체로 귀가 편안해지는 경험을 했다.

[Misty Blue]를 만드는 기간 동안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작업 후일담이 있는가?
마리아 킴: 베니 베넥(Benny Benack III)과 작업한 게 제일 재밌었다. 일주일 중 5일간 7개 공연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때 베니를 데려올 때 최대한 일을 많이 하고 싶은지, 쉬는 시간을 갖고 한국이란 나라를 여행하고 싶은지를 물었는데 전자를 택했다(웃음). 녹음 일정이 빠듯하여 이틀 동안 4프로에 걸친 작업을 햇는데, 대부분 한 테이크로 녹음을 끝냈고 두 테이크를 땄던 트랙들조차도 무언가 잘못해서 그랬다기보단 다른 느낌을 담고 싶어 그렇게 했다. 베니의 연주를 보며 피로했을 일정임에도 정말 완벽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즉흥적인 부분을 느끼는 게 있어 사실 완벽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본인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여 순식간에 집중하는 그 부분을 베니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신보에서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곡(들)이 있다면 어떤 곡을 꼽을 수 있겠는가?
마리아 킴: 마지막 트랙인 ‘Jeannine’이다. 이 곡에 베니가 보컬리즈(Vocalese: 가사가 없는 가창곡을 가리키는 용어)로 가사를 붙여 스캣 솔로를 하는 지점이 있다. 한국으로 오는 길에 비행기 안에서 만든 스캣인데, 이것이 베니의 주특기인지라 이 곡에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자신의 파트만이 아닌 내 파트까지 써주었다. 이 앨범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스타일이기도 하고 여러 뮤지션들이 연주한 레퍼토리지만 고유한 해석을 담을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지금껏 많은 레퍼토리들을 재해석해왔는데, 아직 다루지 않은 레퍼토리 중에서 스튜디오 세션과 라이브를 막론하고 다시 조립해보고 싶은 곡이 있다면 말해달라.
마리아 킴: 다음에 나올 두 개 앨범 녹음이 끝났다. 한 앨범은 이번 여름 뉴욕에서 녹음을 마치고 1월부터 싱글로 발매하여 내년에 정규 발매 예정이다. 그리고 오클라호마 일정 이후 색소포니스트 조던 벤히머트(Jordan VanHemert), 더블 베이시스트 로드니 휘태커(Rodney Whitaker), 드러머 루이스 내쉬(Lewis Nash)와 라이브 레코딩 세션을 가졌다. 이미 녹음은 끝났지만, 내년에는 뉴욕에서 온 앨범 홍보에 주력하려 라이브 앨범은 2026년 발매 예정이다. 거기도 새로운 곡을 많이 담았는데, 가장 좋아하는 곡인 딕 헤임스(Dick Haymes)의 ‘Love Letters’, 루스 이팅(Ruth Etting)의 ‘Love Me Or Leave Me’ 등이 수록될 것이다. 재해석한 버전들이나 라이브 앨범에 수록된 곡은 영상도 찍어주신 덕에 함께 나온다. 최대한 다양한 곡을 수록하려 했다. 콜 포터(Cole Porter)의 ‘You’d Be So Nice To Come Home To’도 있다. 원래 헬렌 메릴(Helen Merrill)과 클리포드 브라운(Clifford Brown)과의 콜라보 버전으로 먼저 알았고 그게 내가 제일 처음 들은 재즈 앨범이다. 그땐 당연히 클리포드가 편곡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작고하신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한 것이었다. 그 외에도 ‘Just Squeeze Me’를 역시 얼마 전 작고하신 러셀 말론(Russell Malone)의 연주로 접하는 등 즐겨들은 곡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곡들을 나의 해석으로 풀어보고 싶다.

스튜디오 안팎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재즈 속에 채워나가는 아티스트라고 느껴지는데, 음악 활동을 하며 받는 기운과 영향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가?
마리아 킴: 연주자들한테서 많이 영향을 받는다. 지금껏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계속적으로 구성과 연주자가 바뀌는 편이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내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든지 이전 것과 겹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 편인데, 개인적으론 스트레이트한 모던 재즈의 방향을 선호하는 편이라 연주자들께 바라는 점도 그와 겹친다. 다양한 세션과 함께하며 그분들에게서 배우는 편이다. 이를테면 로드니 휘태커를 통해서는 베이시스트가 가질 수 있는 박자감이 상대적일 수 있다는 점을 느꼈고, 루이스 넬시는 본인보다 젊은 뮤지션을 양성하는 데 뜻이 있고 본인이 가진 재즈-문화적인 걸 전수한다는 느낌을 주는 분이라 그의 애티튜드와 에너지에서 영향을 느꼈다. 투어를 다니며 시차가 있을 때도 있고 노곤한 부분도 있었지만, 무대 위에 서서 연주할 땐 그런 것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나라는 존재 자체조차도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작품 활동과 라이브 일정을 꽉 채우며 그간 상당히 분주하게 활동해 왔는데, 아티스트로서 바쁜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마리아 킴: 이게 직업이라는 생각과 직업적인 의무감이 있다. 직업적 윤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회사에 앉아 9시간 일을 하는 분들에 비해 무대 위에 잠깐 서는 시간은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조차도 의무감을 가지고 할 수 있어야 이걸 직업이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이 일을 하며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부분도 있고, 다른 개인적 부분을 희생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을 듯한데, 그래도 좋은 점은 이 일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이 좋았을 땐 이게 나의 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을 할 때 음악 자체를 즐기고 있긴 하지만 직업으로서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듣는 다른 분들께도 긍정적인 부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좋은 것이다. 일과를 수행하고 마치는 건 힘든 일이 아니고 오히려 행복한 부분이다. 그래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팬데믹 기간이었다. 그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에 대한 막막함이 컸는데, 그 시간을 겪은 뒤 다시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부분이었다.

라 리저브 레코드(La Reserve Records)와 맺은 계약으로 나올 차기작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진행 중인가?
마리아 킴: 내년 발매될 예정인 앨범은 미국에서 녹음하고, 현지 세션들과 함께 녹음했다. [Misty Blue]는 한국에서 국내 주자들과 국내 녹음실에서 해외 세션으로는 베니 한 명이 녹음하였지만, 그게 좋은 인연이 되어 라 리저브와 함께 하게 되었다. 재즈 뮤지션들은 뉴욕을 동경한다. 뉴욕에 자리하고 있는 레이블과 함께하게 된 것 자체가 기쁜 일이고 7집을 함께 하며 차기작 제안을 해와서 내년에 하나 더 내겠다고 얘기했는데, 뉴욕 투어 섭외가 발맞춰 들어왔다. 마침 믹싱/마스터링 관련하여 이메일로만 소통하던 엔지니어가 뉴욕에 거주하고 있어 이번에 대면으로 작업하게 됐다. 베이시스트 데이비드 웡(David Wong), 드러머 애론 시버(Aaron Seever), 색소포니스트 그랜트 스튜어트(Grant Stewart)와 쿼텟(Quartet)으로 함께 했는데, [Misty Blue]보단 조금 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자작곡과 국내 레퍼토리를 재즈 편곡한 것도 그렇고, 나머지 곡들도 솔로에 비중을 두어 좀 더 뉴욕풍의 재지한 사운드가 실릴 것 같다.

음악을 하려는 어린 친구들 중 재즈를 택하려는 이가 있을 때 마리아가 꼭 말해주고 싶은 건 어떤 점일지 듣고 싶다.
마리아 킴: 재즈가 되었든 다른 장르가 되었든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한 일이다. 녹음, 공연, 홍보 3요소가 다다. 그걸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데 그에 대한 막막함 때문에 음악을 전공한 학생들이 대부분 그만둔다. 100명 중 99명은 그만둔다. 처음에는 어떤 무대나 녹음이 되었든 하찮은 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이 일을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고 누군가가 일감을 주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자세가 필요하다 본다. 그리고 커뮤니티 안에 녹아들어야 한다. 어디가 되었든 일단 처음에는 팬층을 만들기보다 해당 업계에 있는 동료 뮤지션과 음악 관계자들에게 인지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런 횟수가 많아야 한다. 노출이 되다 보면 자연스레 더 큰 일을 하게 되고 그에 호응하는 대중과 팬층도 쌓여간다. 그걸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보고 들어야 한다. 앨범을 듣지 않고 공연을 보지 않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 개별 곡만 뽑아 듣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면 사운드적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 실용음악과에 출강도 했었지만 사실 꼭 전공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선배 음악가들 역시 음반을 듣고 공연을 보라 말씀하신다. 작품과 라이브 안에 메시지가 있다.

어쩌면 제일 어려운 물음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낭만을 담아 물어보자면, 마리아에게 재즈는 무엇인가?
마리아 킴: 얼마 전 돌아가신 러셀 말론과 공연하게 되었을 때 “재즈는 여권이다. 이 여권을 가지고 어디든 여행하고 누구든 만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이 큰 응원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계속 해도 된다는 오랜 기간 걸어오신 분의 인정이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러셀 말론이 투어를 도시다가 도쿄에서 론 카터(Ron Carter), 도널드 베가(Donald Vega)와 트리오로 투어를 하다 작고하셨는데 그분의 메시지를 스스로 지키다가 떠나신 셈이다. 연주자로서 젊은 주자들을 만날 때도 있고 평생동안 음악을 하신 분들과 만나는 경우도 있는데, 연주자들이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들, 체력과 에너지는 많지만 알고 있는게 적고, 나이가 많은 경우 알고 있는건 많지만 체력, 기량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주위에 있는 뮤지션 분들이 지금이 제일 최고의 컨디션이지 않을까 하고, 앞으로 20년 더 길면 좋겠지만(웃음) 최대한 많은 연주, 녹음을 남기고 그게 나의 목표다. 제일 많이 돌아다니고 만날 수 있는 가장 많은 이들을 만나 뵙고 재즈라는 여행이 재밌었다고 느낄 수 있게 충실하게 해야 한다.

끝으로, (비단 뮤지션으로서만이 아니더라도) 재즈를 매개로 하여 마리아가 앞으로 실현하고 싶은 꿈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마리아 킴: 한국 재즈가 고립되어 있다. 외국을 다니며 느낀 건 이 안에서 생태계는 나쁘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재즈 시장이 작고 불모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일장일단이 있다. 뉴욕, 도쿄 같은 곳에 가면 재즈 시장이 더 넓을지언정 그 안에 있는 뮤지션들은 오히려 더 힘든 부분이 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내가 열심히 하기에 따라 뮤지션이 연주로 생계가 가능한 부분도 존재하고, 어린 뮤지션들이 경험이 없거나 무르익지 않았더라도 공연 기회가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일본이나 중국만 가더라도 블루노트가 들어와 있고 여러 뮤지션들이 이곳으로 투어를 온다. 일본의 경우에는 세이코사에서 재즈 캠프를 여는데 뮤지션들이 후진 양성을 하기도 하고, 미국은 곳곳에 중. 고등학교에 학생 밴드와 빅 밴드가 있고 관악기 주자들이 있고 이런 연주자들이 다른 나라로 연주 활동을 간다. 그런 커넥션이 넓고 깊게 퍼져 있어 이들이 다른 나라로 투어를 가려 해도 어떤 커넥션이라도 만들 수 있는데 한국 뮤지션들은 국내에서만 활동해야 한다는 부분이 아쉽다. 결국 투어를 다니는 군데군데에서 서로 알아가는 인연의 과정인 것 같다. 이를 통해 나뿐만이 아니라 한국의 너무 훌륭한 주자들이 많이 계셔서 그분들이 한국을 떠나 해외로 향하고, 한국을 해외 뮤지션들이 많이 찾고 하는 식으로 재즈라는 보편 언어 안에서 다들 자유롭게 오가고 소통하는 그런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싶은 바람이 있다. 한국이 페스티벌 시장과 젊은 관객이 많은 부분도 있고 연주자들도 다양하게 계신데 그걸 뒷받침할 수 있는 재즈 캠프와 세계적인 베뉴, 그런 부분들도 좀 생기면 좋겠다. 투어를 하면서 그런 접점을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