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EATURES+ARTICLES/ISSUE NO.9

HITSUJIBUNGAKU,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의 밸런스를 맞춰가고 싶다

 

INTERVIEW: HITSUJIBUNGAKU

 

일본의 3인조 혼성 록 밴드 히츠지분가쿠는 2011년 처음 결성되어 2015년 이후 멤버 교체를 겪으며 현재의 3인 체제 – 시오츠카 모에카(보컬/기타), 카사이 유리카(베이스), 후쿠다 히로아(드럼) - 를 구축했다. 얼터너티브 록, 드림 팝, 슈게이징 등몽환적인 사운드와 함께 문학적인 노랫말로 일본 청춘들에게 점점 더 인기를 높여가는 이들이 3집 [Our Hope] 발매 이후 일본 내에서도 여러 음악 페스티벌의 메인무대에 서고 있는데, 이들이 지난 8월 6일,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메인무대에서 공연을 가졌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편 인터뷰실에서 이들과 4개 매체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되었고, 로코모션도 함께 참여했다. 준비한 모든 질문을 하진 못했지만, 매체들간의 공통 질문도 있었고 타 매체가 준비한 질문도 있었기에 그 모든 내용을 여기에 순서대로 정리해 공개한다.

 

인터뷰 질문자   김성환, 이재훈(뉴시스), 권익도(뉴스토마토)

인터뷰 정리       김성환

사진제공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방금 공연을 마치고 왔는데,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한국 관객들 앞에서 처음 공연을 한 소감을 듣고 싶다.
모에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춤을 추게 될 만큼 즐거웠고, (나와 같은) 20대 동년배들이 공연장에 많이 모여있어서 좋았고, 그들에게서 파워풀한 느낌을 받았다. (관객들이) 모두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 

현재 일본의 여러 여름 음악 페스티벌의 라인업에서도 밴드의 이름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모에카: 한국에 4년 만에 다시 왔다. 그 때가 워낙 즐거웠기 때문에 다시 오고 싶었고,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출연 라인업이 맘에 들어서였다. 특히 어제 공연한 스트록스나 오늘 새소년의 무대를 꼭 보고 싶었다. 

 

밴드의 이름이 한자로는 ‘양문학’이고, ‘양’이라는 단어가 멋있어서 사용했다고 들었는데, 왜 멋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문학’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시규어 로스(Sigur Ros)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서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모에카: 15살 때 처음 밴드를 만들 때, 꼭 ‘히츠지(양)’글자를 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일단 한자로 하고 싶었다. 그 때 여러 가지 후보들 중에서 이 글자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학’이라는 단어를 붙인다면 음악보다는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게 되는게 아닌가하는 의미에서 사용하게 되었고, 시규어 로스의 음악을 좋아하는 데,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오케스트라같은 느낌이 들고, 멋있다는 느낌이 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시즈오카 모에카

 

가사를 마치 일기를 쓰듯이, 문학작품을 쓰듯이 감각을 녹여내는 것 같다.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모에카: 일단 문학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깝게 곡을 만들려고 한다. 또한 3명으로 구성된 밴드이지만 3명 이상이 연주하는 밴드의 느낌으로 곡을 완성하려고 한다. 

 

밴드의 음악 속에는 빠르고 비트있는 곡에서나, 정적이고 감성적인 슬로우 트랙에서나 어떤 ‘슬픔’의 정서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문학적인 가사에서도 그런 정서가 느껴지고. 밴드의 대부분의 곡을 모에카가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본인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인가?
모에카: 아마도 그렇게 가사와 곡을 쓰는 건 내 성격같다. 영화나 책 같은 것을 봐도 이것을 듣고 느낀 후 그대로 가사로 쓰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하지, 의도적으로 각색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런건 내 원래 성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리카와 히로아는 밴드의 트위터 계정을 통한 멤버 모집 메시지를 보고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과 함께 새 멤버의 가입으로 인해 밴드의 음악이 어떻게 달라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 밴드 가입을 수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모에카: 처음에는 히로아가 연주를 하는 유튜브를 보게 되었고, 그에게 트위터로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우리의 공지를 보고 응모하여 가입하게 된 것이다. 원래 처음에는 5인조로 여성 멤버들로만 팀이 구성되었었는데, 취업 문제들로 인해 다른 멤버들이 탈퇴한 후 앞으로 이 밴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지금의 멤버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이제 밴드로서 무언가를 한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밴드를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모였다는 상황에서 기분이 더 고조되었고, 더 좋은 분위기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음악의 컨셉트는 처음부터 정해놓고 한 것이 아니기에, 멤버 변동이 있었다고 해서 음악의 컨셉트가 변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히로아: 고교생이었을 때 여러 밴드의 서포트 멤버로서 활동했었다. 그 때 밴드 측(모에카)에서 연락을 받았고, 밴드의 이름 자체에도 끌렸다. 그리고 원래 얼터너티브 록, 슈게이징, 포스트 록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요소가 있는 이 밴드의 음악과 모에카의 보컬에 매료되어서 가입하게 되었다. 
유리카: 원래 히츠지분가쿠라는 밴드를 알고 있었던 것은 가입하기 4년 전이었다. 가입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밴드의 일원으로 음악을 하고 싶었고, 어떤 밴드를 해야할까에 대한 고민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이 바로 이 밴드였기에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는 기타를 쳤는데, 베이스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기에 ‘그러면 내가 베이스하지 뭐’하고 수락했다.

 

카사이 유리카


작년에 신보 [Our Hope]를 발매했다. 그 이전에 발표했던 앨범들 중 1집 [若者たちへ](젊은이들에게)이 조금 무거운 사운드의 앨범이었다면, 2집 [Power]는 밝고 팝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느겼다. 그리고 이번 3집은 그 중간점에 있는 음반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사운드적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모에카: 원래 우리 세 사람이 원하는 방향대로 놔둔다면 음악이 점점 어두운 방향으로 간다. 그래서 이번에 앨범을 작업하기 전에 애니메이션 주제가 타이업 등이 되는 싱글들을 만들면서, 매체에 노출되는 이런 곡들이 많은 이들에게 우리를 소개하는 음악이 되기에 조금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향으로 해보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사운드가 조금씩 변화되었다고 생각한다.

[Our Hope] 앨범을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주제가 있었다면 무엇일까? 그리고 앨범 제목에서의 ‘Hope(희망)’의 의미를 뭐라고 해석하면 좋을까?
모에카: 일단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서 앨범 제목을 달기보다는 좀 더 직감적으로 제목을 붙이는 편이다. 앨범의 곡들의 내용도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기보다는 내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주로 곡을 만드는 편이다. 이번 앨범 커버를 보면 자동차를 타고 가는 상태에서 얼굴을 차창 밖으로 내밀고 있는데, 이게 촬영시에 맞은 편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표정으로 찍게 되었는데, 이 사진을 보고서 떠오른 단어가 바로 ‘Our Hope’였다. 

그간 발표했던 싱글이나 앨범 등의 커버 사진이나 이미지를 보면 뭔가 ‘일상의 움직임’의 한 장면을 포착한 것 같은 이미지를 전해준다. 음악뿐만 아니라 커버를 통해서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느낌인데, 작품 커버의 주제는 해당 곡, 또는 앨범의 주제와 최대한 맞추려고 의도하는 편인가?
모에카: 일단 앨범 자켓 같은 것은 회의를 통해 결정하며, 테마가 확실하지 않을 때에도 만나서 많은 토론을 하고 아트 디렉터나 사진작가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정하기도 한다. 또 멤버들 외에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곡을 들려주면서 그 분들의 아이디어를 듣기도 한다.

아까 동년배들이 객석에 많아서 좋았다고 말했는데, 일반적으로 20대는 밝고 웃음과 에너지가 많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편이다. 평상시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가?
모에카: 세 사람이 만나면 대체로 조용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겉으로 보이는 만큼은 아니다. (웃음) 일단 셋이 만나면 내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편이고, 사생활적인 부분에서는 연애담도 얘기하고, 불만도 얘기하고, 고민 상담도 하는데, 히로아가 가장 잘 들어주는 편이다. 

그럼 히로아가 가장 많이 이야기했을 때는 언제인가?
히로아: 일단 책이나 영화 같은 서브 컬쳐를 매우 좋아하는 데, 세 사람의 대화에서 그런 소재가 나오면 나도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근래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인디 영화를 한 편 본 것에 대해서 가장 많이 말을 했던 것 같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도 ‘펜타 슈퍼 루키’라는 신인 밴드들을 선발해 무대에 세우는 이벤트가 해마다 진행된다. 밴드는 2016년 후지 록 페스티벌의 신인 밴드들의 무대인 ‘Rookie A Go-Go’에 응모해 결국 해당 연도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대형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섰을 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그 때의 기억을 듣고 싶다.
모에카: 내가 대학교 음악 서클에서 활동했을 때에는 멤버들끼리 매년 후지 록 페스티벌에 가서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봤었다. 그래서 (후지 록 페스티벌 ‘Rookie A Go-Go’로 뽑혔던 해에) 시규어 로스나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등과 같은 페스티벌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너무나 기뻤다. 그러다보니 너무나 긴장이 되어서 한 곡은 반 정도 가사를 잊어서 그냥 얼버무리면서 노래했던 기억이 난다.
히로아: 당시에는 대학교 1학년생으로서 루키 밴드로 뽑혀 무대에 올라간 것이기에 매우 영광스러웠다. 그 때는 가장 작은 스테이지에 섰지만, 올해에는 그린 스테이지(후지 록에서 가장 큰 무대)에 올라가게 되어서 그 때 연주했던 ‘Blue.2’(그들의 네 번째 데모 EP에 처음 수록되었고, 2017년 첫 인디 레이블 EP [トンネルを抜けたら(터널을 빠져나가면)]에 재수록된 곡이다)라는 곡을 첫 곡으로 연주하게 되어서 굉장히 감명 깊었다. 후지 록 자체가 워낙 훌륭한 페스티벌이기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후쿠다 히로야


2020년부터 메이저로 올라와서 현재의 레이블인 소니뮤직 산하 F.C.L.S.에서 음반을 발표하고 있다. 이 레이블을 서치모스(Suchmos)가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이 레이블과 연결되어 소속 아티스트가 되었는지 궁금하다.
모에카: 일단 서치모스 멤버들과 친분이 있거나 아는 사이는 아니다. 다만 소니뮤직과 계약을 맺으면서 매니지먼트 회사로 차세대(次世代)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어떤 음반 레이블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 밴드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그 때 우리가 F.C.L.S.를 선택한 이유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웃음) 서치모스의 멤버들과는 회사에서 오가면서 인사는 나누긴 하지만, 현재 그 밴드가 활동중단을 한 상태라 교류는 하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밴드로 복귀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노래 속에서 청춘과 희망 등을 노래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밴드에게 20대와 청춘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모에카: 스물 세 살 때 독립을 했다. 돈 관리를 스스로 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청춘의 의미는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 같다고 생각한다.
유리가: 내가 생각하는 20대 청춘은 아무것도 없는 지평선 같은 것, 그리고 호기심에 끌려가는 시기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조금씩 보이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히로아: 10대에는 여러 가지 감각적으로 선택을 했다면, 20대가 되어서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들과 함께, 10대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도 이해하게 되는 변화를 느끼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히츠지분가쿠의 음악에 공감하는 동시에 (전세계적으로 다 그렇지만) 현재 힘들어하고 있는 한국의 20대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에카: 고등학교 때 14시간씩 공부한 뒤 10분 안에 도시락을 먹고 다시 공부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시험이 일생일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나를 밀어붙였던 기억이 난다. 라이브, 특히 해외에서의 라이브 공연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해당일의 공연만 보자면) 딱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지고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이를 위해) 많은 돈도 움직이고. 수험생의 기분으로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데, 관객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오늘 라이브에서도 느꼈다. 나는 '완벽하게 해야지'라고 생각했지만, 관객들은 그런 걸 요구하지 않고 그저 즐기고 있었다. 시험이든, 라이브 공연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멋진 일이다. 하지만 만약에 실패를 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즐기는 것의 의미가 더 큰 것이니까.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히츠지분가쿠라는 팀으로서 앞으로 꼭 이뤄내고 싶은 가장 높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모에카: 일단 목표를 딱 정하고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가다 보면 조금씩 더 성장하는 것 같다. 지금은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고, 점점 더 세계 여러 나라로 나가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게 또 어떻게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까지 생각하는 상황은 아니다. 당장은 눈앞에 있는 일들을 열심히 하고, 라이브도 열심히 하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과 현재를 열심히 사는 것의 밸런스를 맞춰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