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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ARTICLES/ISSUE NO.9

Be The Voice, 후쿠오카로의 이주에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느끼며 작업한 10년 만의 신보로 돌아온 부부 듀오

INTERVIEW: BE THE VOICE

 

현재는 음악과 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와다 준코(和田 純子)와 스즈키 슌지(鈴木 俊治)로 구성된 일본의 팝 듀오 비더보이스(Be The Voice)가 지난 5월 17일, 10년만의 새 정규앨범 [And Now]와 함께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도 그들의 대표곡 'Altogether Alone'이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많은 팬을 확보했던 이들은 지난 2014년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의 무대를 비롯하여 그간 여러 번 한국 팬들 앞에서도 공연을 했던 팀이다. 이들이 몇 년 만에 신보 발매와 함께 지난 8월 제주와 인천 등지를 토는 한국 투어를 진행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공연을 8월 27일에 인천에서 진행된 [트라이보울 재즈 페스티벌]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에서 그룹의 음악 배급과 홍보를 담당하는 비사이드(BSide) 측과의 연락을 통해 비더보이스 멤버들과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화하게 된 두 사람과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룹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자세하게 질문해보았고, 여기에 그들이 보낸 친절한 답변을 공개한다. 

 

인터뷰 진행, 정리   김성환

사진 제공, 진행 협조   비사이드(BSide) 

 

일본의 베테랑 혼성 듀오 Be The Voice

 

한국의 뮤직 매거진 로코모션이다. 지난 일요일 인천에서 열린 [트라이보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오랜만에 Be The Voice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일단 이번 한국에서의 공연들과 일정은 어떻게 기획되고 준비되었나?

 

Be The Voice(이하 BTV): 친구이자 저희의 한국 프로모션을 계속 도와주고 있는 Bside 레이블의 CEO님이 안겨준 인연이다. 다시 한국에서 BE THE VOICE로 연주할 수 있었기에 정말 기뻤다.

 

인천에 오기 전에는 제주도에서 [제주 뮤직 위켄드] 쇼케이스에 참여했다. 제주도에서의 무대와 인천에서의 무대에서 한국 관객들과 오랜만에 만난 소감은 각각 어땠는가?

 

BTV: 한국의 관객들은 항상 따뜻하고 흥이 좋아서 연주하는 게 즐거워지는데, 이번에도 비가 내리는 중에도 끝까지 웃는 얼굴로 함께해주신 관객분들께 감사한다. 고맙습니다!

 

올해로 결성 25주년을 맞았고, 일본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공연을 도쿄에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새 앨범 [And Now]도 5월에 발매했습니다. 그룹의 결성 25주년을 맞은 소감을 듣고 싶다.

 

BTV: 개인적으로는 (25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서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하나씩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여러 곳에 갔고,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즐겁고 재미있게 해왔던 것 같다. 아무튼 지금까지 (그룹 활동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우리를 지지해준 모든 팬들, 관계자들, 친구들 가족에게 감사한다.

 

YMO(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결성한 타카하시 유키히로가 직접 그룹 이름을 명명(작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Be The Voice'라고 명명해준 이유를 알고 싶다.

 

BTV: 우리는 당시 타카하시 유키히로와 요우지 야마모토가 설립한 콘시피오 레코드(Consipio Records)라는 레이블의 오디션으로 데뷔했다. 데뷔하기 직전에 우연히 유키히로가 립톤(Lipton)의 홍차 광고에 출연하게 되었고, 그 BGM으로 유키히로와 스티브 잔센(Steve Jansen)의 유닛이었던 펄스(Pulse)의 곡이 사용되었습니다. (역자주: 해당 곡은 [Pulse X Pulse](1997) 앨범 수록곡 'The Choice'다.) 그 곡에서 흘러나오던 가사가 'Be the voice in your silence~'였기 때문에, 그 부분을 따와서 유키히로가 (그룹명을) 붙여주었다.

 

2014년 서울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을 때,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당시 최근작이었던 [The Love](2012)를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그 앨범 이후에 이번에 새 정규앨범이 나올 때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간 몇 장의 싱글을 발표하긴 했지만, 신보가 나올 때까지 이 정도로 긴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BTV: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서 우리는 도쿄에서 후쿠오카로 이주했다. 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되어서 방사능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거기서부터 첫 육아와 새로운 땅에서의 생활로 모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어, 예전과 같은 페이스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진 재해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고, 원자력 발전 사고가 일어난 것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에 우리 둘 다 무의식적으로 깊게 상처를 받았기에 음악을 옛날처럼 들을 기분이 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결국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기분이 나아졌던 것 같다.

 

신보 [And Now]는 언급한 대로 두 사람이 후쿠오카로 이주한 후 ‘숲’이라는 공간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2021년 한국의 [멈추지마 인디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해 보냈던 영상에서도 숲 속에서 라이브를 촬영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숲을 통해 받은 인상이나 감정이 어땠는지, 그리고 어떤 음악적 영감을 얻으실 수 있었는지 설명해 줄 수 있나.

 

BTV: 우연히 이사한 곳이 산 옆이라 나도 모르게 (그 산에) 다니게 되었다. 도쿄에서는 오직 자연만이 있는 곳에서 혼자 2시간이나 서 있는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했겠지만, 후쿠오카에서는 그것이 가능했다. 그 곳에서 한동안 심호흡과 명상을 했다. 우리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으로 지쳐 있었기에, 자연을 마주하면서 어느새 우리도 그 안에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인간도 자연의 일부, 우주의 일부였음을 깨달았을 때, 큰 용기가 나면서 기분이 나아졌다. 우리의 관점이 성장하여 '그저 인간 사회의 일'이라는 시선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猿の時代 / Monkey era'는 그 생각에 대해 노래한 곡이다.

 

결국 2021년에 싱글로 공개되고 이번 앨범에도 실린 '猿の時代 / Monkey era'는 어쩌면 새 앨범의 주제의식의 출발점이 된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와 앨범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BTV: 바로 정확하게 봤다. 이번 앨범에는 과거에 썼던 곡(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계가 바뀌었다고 노래하는 'Before and After' 등)도 들어있지만, 그 지점에서부터 드디어 '猿の時代 / Monkey era'의 관점까지 도달하게 된 것, 그 현재까지가 [And Now] 앨범의 주제인 셈이다. "자, 이제는 무엇을 해야할까?"하는 느낌?

 

이번 앨범도 Be The Voice의 음악적 색깔은 계속 잘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반 속에서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거나 추천하고 싶은 곡을 하나씩만 골라서 그 이유와 함께 설명해달라.

 

와다 준코: 'Here I am'을 꼽고 싶다. 이번 앨범은 예전과 달리 어느 곡이든 다 마음에 드는데, 이 곡은 불교의 '연기(緣起)'(역자주: 모든 존재를 인연(원인)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보는 불교 교리의 핵심적인 개념)를 노래하고 싶어서 도전한 곡이다. 펑키한 일렉트릭 피아노 연주가 최고다.

 

스즈키 슌지: '猿の時代 - Bubbly mix'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레인지도 좋아하지만 이전 트랙인 'Smile'로 부터의 이어짐이 매우 맘에 든다. '스토리'를 느낀다고 할까? 요즘은 음악을 듣는 법도 바뀌고, 앨범(트랙순서)대로 듣는 일도 줄었을지도 모르지만, 꼭 앨범 곡 순서대로 들어보시길!

 

이번에 인천에서의 공연에서도 연주했지만, 찰리 채플린(Charlie Chaplin)의 'Smile'을 숲 속에서 라이브로 녹음했다. 숲에서 녹음하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BTV: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교도 사회도 멈춰있는 동안, 우린 가족끼리 숲에 가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숲 속에서는 그 마스크는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 때 기타도 가져갔었고, 산길을 걸으면서 노래를 했었고, 이를 직접 촬영해서 'From the Forest'라는 시리즈로 유튜브에 올렸었는데, 그 레코딩 중 한 곡이다. 노래에 반응하듯이 새들이 울었고, (우리가) 땅을 밟는 소리도 들어있다. 아이폰으로 셀카를 찍는 방식으로 녹음한 음성이기 때문에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소리로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현장감이 있고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Be The Voice의 음악에는 포크부터 재즈, 소울까지 여러 음악 요소들이 함께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미술 대학에서 만나 처음 밴드를 결성했다고 알고 있는데, 음악적으로 두 분이 영향을 받았던 (국내, 국외) 선배 뮤지션들이 있다면 누구일까?

 

와다 준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캐롤 킹(Carole King), 그리고 두 사람이 공통으로 좋아했던 아티스트는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Arrested Development)(역자주: 미국에서 1988년 결성된 힙합 그룹으로 1993년 그래미에서 최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였다.

 

스즈키 슌지: YMO(옐로우 매직 오케스트라)를 듣고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초등학교 때 다카하시 유키히로의 드럼 연주를 따라 젓가락으로 식기를 두드려서 자주 어머니에게 혼났었다.

 

앨범에서는 다양한 세선을 초대해서 레코딩을 하지만, 여러 라이브 무대에서는 보컬과 어쿠스틱 기타 위주의 소규모 라이브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 크게 사랑받은 'Altogether Alone'도 어쿠스틱 사운드로만 구성된 곡이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어쿠스틱 사운드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BTV: 그게 (음악의) 가장 심플한 형태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점이든 나쁜 점이든 다 드러나니까. (아티스트의) 인간성이라든가, 또는 연주력이라든가.

 

'Altogether Alone'의 한국에서의 히트 이후 한국과도 꽤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2008년에는 서울에서 단독공연도 했었고, 여러 방송 무대와 함께 2019년 싱어송라이터 조동희와 기획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개최된 ‘Peace Party’까지 자주 한국을 방문했었다. 그간 방문을 통해 얻은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 음악 팬들에게 받은 인상에 대해 듣고 싶다.

 

BTV: 한국의 청중들은 어쨌든 매우 열정적이고 (공연을) 잘 즐기는 것 같다. 일본인들은 수줍어서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기 때문에 춤을 추지 못하지만, 한국인들에게서는 그런 것을 느껴본적이 없다. (웃음) 그래서 이런 분위기도 탈 수 있어서 항상 재미있다. 그래서 라이브도 좋아지는 선순환이 생기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새 앨범을 듣게 될 한국 음악 팬들과 25년간 Be The Voice의 음악을 사랑해준 세계의 음악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한다.

 

BTV: 한국과 인연을 맺으면서 음악이란 국경을 넘는다는 것을 체감하고 배웠다. (한-일간의) 여러가지 사회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여러분과 많이 연결되어 친교의 범위를 더 크게 만들어 나가고 싶다.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