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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ARTICLES/ISSUE NO.10

MAX (of Fallin’ Astronauts), 몽환적인 사운드로 듣는 이를 음악 속에서 부유하게 할 오스트리아의 신진 듀오의 리더

INTERVIEW: MAX (of Fallin’ Astronauts)

 

오스트리아 비엔나(Vienna)에서 2020년 결성된 인디 팝/록 듀오 폴링 애스트로너츠(Fallin’ Astronauts)는 깔끔하지만 몽환적인, 빈티지함과 모던함이 겸비된 사운드를 선보이는 팀이다. 현재까지 5곡의 디지털 싱글을 공개하고 활동하고 있는데, 두 멤버 중 보컬리스트이자 송라이터인 맥스(본명 Maximilian Hamedinger)은 이미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한국에도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 이미 라디오 방송에서도 그들의 노래를 들려준 바 있는 그가 지난 6월 초, 개인 여행과 프로모션을 겸해 한국을 찾았는데, 한국 배급 레이블의 도움으로 그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파란 눈의 젊은 훈남 뮤지션이 본 한국과 자신의 모국, 그리고 음악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인터뷰 진행, 정리   김성환

사진 제공, 진행 협조   칠리뮤직코리아 

 

 

만나게 되어 반갑다. 이번이 한국에 몇 번째 방문이 되는 건가? 그간 방문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체험한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Max: 작년에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아직은 한국에 대해 잘 몰랐고, 우연히도 주한오스트리아 대사관에서의 인턴직에 고용되어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도시도 매우 크고 사람도 많고 기술도 매우 발달했음을 보면서 매우 빨리 적응하면서 서울을 좋아하게 되었고 개인 일정으로는 자주 오게 되었다. 사람들도 매우 친절하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데다 한국의 문화도 맘에 들었다. 오스트리아는 작은 나라이고, 인구도 많지 않아서 나와 같은 젊은 사람은 이곳이 정말 재미있다고 느낀다.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 국내에선 소개되지 않았으나 해외에는 지난 3월 29일에 발매된 신곡 ‘Korean Sky’의 국내 발매를 앞둔 방한이라고도 생각된다. 곡에 대해서는 이따 한 번 더 묻게 되겠지만, 한국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길래 ‘한국의 하늘’에 대한 곡까지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Max: 이 곡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만들어진 곡이다. 내가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정말 이곳이 맘에 들어서 큰 영감을 받고 고국에 돌아갔다. 그래서 이 곡은 내가 한국에 있었을 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 작곡되었고, 가사에도 그때의 감정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해가 지는 시간의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는데, 그 하늘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머릿속에 기억해뒀다가 제목과 곡의 내용에 영감이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한국의 하늘’이란 이 곡에서는 ‘기회’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데, 새로운 땅에서 얻을 수 있었던 새로운 기회와 경험의 소중함을 담고 싶었다.

당신과 에밀(Emil/기타-프로듀싱)이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밴드 론리 문 밴디츠(Lonely Moon Bandits)에서였는가? 아니면 그 이전부터 서로 교류가 있었던 것인가? 두 사람이 음악계에 처음 입문하게 되던 시점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다.
Max: 에밀과 나는 둘 다 클래식 음악적 배경을 공유하고 있었다. 둘 다 클래식 교육을 받았는데, 나는 첼로를 15년 동안 연주했고, 그는 첼로뿐만 아니라 피아노, 트럼본 등 다양한 클래식 악기를 연주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어느 오케스트라의 공연에서 연주하면서 처음 만났고, 그때는 서로를 거의 몰랐지만 이후에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다른 어떤 클래식 공연에서 협연한 이후에 함께 론리 문 밴디츠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 우리는 퀸(Queen)이나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i Peppers) 등의 클래식 록을 연주했다. 하지만 이 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온 이후 활동하기 어려워지면서 해체했고, 둘이서 계속 음악을 하게 된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오스트리아는 대체로 ‘클래식 음악’의 강국으로 유명하다. 당신과 에밀도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악기를 배웠다고 하는데, 오스트리아도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것이 음악 교육의 일부처럼 자리잡고 있는가?
Max: 많은 오스트리아 사람들, 특히 부모들은 자녀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배우기를 원한다. 꼭 클래식 악기들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기타 같은 것도 포함해서다. 어쨌든 오스트리아에서는 사람들이 악기를 배우는 것을 문화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여기는 의식이 있는데, 어린 시절에는 내 친구들의 대부분도 다 악기 연주를 배웠다. 아마도 모국의 오랜 클래식 음악적 전통에서 기인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는 매일 1-2시간은 악기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고, 고등학교에서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더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는 학교로 진학할 수 있다.

 

아마 한국인이 가장 오래 기억하는 대중음악인과 노래는 팔코(Falco)와 <Rock Me Amadeus>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당신이 뮤지션의 꿈을 키우는데 기여한 대중음악인들이 있다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는가? 특히 오스트리아 뮤지션이 있다면?
Max: 그의 노래가 한국에서도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줄은 몰랐다. 물론 팔코가 오스트리아 뮤지션들에게 분명히 영감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가 세계적으로 성공한 첫 번째 오스트리아 뮤지션이었으니까. 하지만 음악적 스타일로 보면 오스트리아 대중음악의 스타일과 그의 음악은 좀 다르다. 그는 독일어로 노래했는데, 우리는 그보다 영어로 노래하는 경우가 많고, 솔직히 독일어는 문학이나 랩에는 어울리지만 노래 가사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10대 시절에 아버지는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나 데이빗 보위 같은 음악을 들으셨고, 나도 데이빗의 음악을 매우 좋아했고 지금도 그의 초기 음악들을 자주 듣는다. 청소
년기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콜드플레이(Coldplay)였는데, 크리스 마틴은 정말 훌륭한 보컬리스트라 생각하고, 소프트 락에서부터 얼터너티브 록, 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한다.

 

어쨌든 론리 문 밴디츠가 활동을 멈춘 후, 당신과 에밀은 현재의 2인 밴드로 새로 출발했다.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룹의 이름이 뱅크시(Banksy)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거로 알고 있다. 어떤 작품에서 그룹명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 과정을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Max: 이건 참 우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현대 미술이나 그래피티에 관심이 많은데, 뱅크시는 정말 훌륭한 미술가이고 매우 유명하고 주목받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소박한 예술가라 생각한다. 그의 작품을 매우 좋아해서 프린팅해서 벽에 붙여놓곤 했는데, 우연히 그의 작품인 ‘Astronaut With Shopping Bags’의 모작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둘이 그룹명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 때 그 그림을 보고 ‘그룹 이름에 ’Astronaut(우주인)‘을 넣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아무도 이 단어를 사용한 밴드가 없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이 단어는 우리의 사운드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의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우주에서 부유하는 것 같은 분위기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5곡의 싱글을 공개했는데, 크게 보자면 ‘인디 팝’이라고 분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들어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인 느낌은 아하(A-ha)와 콜드플레이(Coldplay)의 음악들이 한 공간에서 뒤섞인 느낌이랄까? 밴드 스스로 생각하는 (타 밴드들과 구별되는) 자신들의 음악의 ‘아이덴티티’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Max: 참 좋은 해석인 것 같다. 우리도 분명히 80년대식 사운드에 영향을 받은 게 있다. 두아 리파(Dua Lipa)같은 요새 아티스트도 80년대식 디스코 사운드를 보여주는 것처럼 요새 인기가 있는 사운드이지 않나. 요새 유행하는 일렉트로닉적 사운드도 좋아하지만, 근본으로 돌아가자면 분명히 콜드플레이가 그 중심에 있다. 그들의 크고 어쿠스틱 악기들을 많이 활용하는 사운드 구성 방식에서 우리는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만 우리는 어떤 특정한 장르에 끼워 맞추는 음악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아까 인디 팝이란 말을 (당신이) 사용했는데, 우리의 음악 속엔 록도 있고, 신곡엔 힙합의 요소도 들어있다. 우리의 음악은 청자들이 들을 때 우주를 유영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고, 슬픈 곡들도 있겠지만, 우리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자 하는 게 목표다. 현실에 힘든 일들이 많으니 우리가 노래를 통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국내 음악 포털에 처음 소개된 곡이 ‘Colours’였다. 항상 만드는 곡마다 나름의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들었는데, 이 곡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다양성에 대한 인정(Acceptance of Diversity)’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다. 곡에서 당신들이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듣고 싶다.
Max: ‘Colours’의 첫 아이디어는 둘이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분홍빛의 아름다운 일몰의 광경을 보았을 때 떠올랐다. 나는 일상 속에서 보이는 색깔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 날의 하늘색은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Colours’란 그 자체로 ‘다른 것들’에 대한 은유라 할 수 있는데, 그 하늘을 보면서 당시 우리는 세계를 여행하면서 보았던 다른 풍경들과 다른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에는 가볼 만한 다양한 곳들이 있고,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서로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가사에 담았다. 누구도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은 좋은 일이며, 아무도 완벽하지 않으며, 각자가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 있으니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그것 때문에 자신을 압박하지 말자는 주제를 담고 싶었다.


다시 신곡 <Korean Sky>에 대해 질문해보고자 한다. 음반의 커버도 높은 곳에서 쳐다본 한국의 평범한 도시의 풍경이다. 아마도 홍대 지역 어떤 곳 같은데, 오스트리아의 하늘과 비교한다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고, 이 곡으로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Max: 홍대 지역이 맞다. 무신사 테라스의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바라보면서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 사진이 완벽하게 맘에 들어서 고국으로 가져왔다. 기존의 커버와 다른 식의 커버 사진을 찾으려다가 갤러리 폴더에서 이 사진을 찾아서 좀 더 색채를 강하게 조정하여 이 싱글의 커버로 사용했다. 모국과 비교하자면, 내 생각에는 한국의 풍경 색이 더 강렬하다고 생각하고, 여기는 고층 빌딩들이 많아서 일몰을 직접 관람하기가 좋다. 도시의 풍경도 오스트리아와는 확실히 다르다. 서울은 항상 밤에도 여기저기 불빛이 밝지만, 오스트리아는 전통적인 오래된 건물들이 많고 조용하며 풍경을 조망할 높은 건물도 거의 없다. 그게 바로 ‘다양성(diversity)’이 아니겠는가.

 

공식적으로는 지금까지 많은 곡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아마도 EP나 정규작을 언젠가는 발매하고 싶을 것이다. 지금까지 함께 몇 곡 정도를 만들었으며, 음반 발매의 계획도 있는지 알고 싶다.
Max: 현재까지 둘이서 40곡 정도를 써놓긴 했지만,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공연 활동 등을 못하기에) 천천히 많은 곡을 만들었던 거다. 하지만 지금은 그중에 정식으로 내놓기에 맘에 들지 않는 곡들이 많다.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생겼기에, 지금은 이미 데모를 완성한 곡들이 5곡이 새로 만들어졌다. 아마도 EP나 미니 앨범을 올해 말 정도에는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담기게 될 것이다.

 

신곡이 공개되면 보다 밴드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한국의 팬들이 늘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폴링 애스트로너츠(Fallin’ Astronauts)의 음악에 관심 갖고 좋아해 주는 팬들, 그리고 한국의 보통 음악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편하게 말해주기를 바란다.
Max: 먼저 한국에서 우리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나는 이 나라를 참 좋아하고 내게 잘 맞기에 이곳에 계속 오게 될 것 같다. 우리의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각자의 꿈과 감정을 자유롭게 떠다니도록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개별적으로도, 공연으로도 한국 팬들과 계속 만나고 싶고, 다시 한국에 돌아올 기회가 점점 늘어나길 희망한다.

 

Fallin' Astronauts - Korean Sky (A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