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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ARTICLES/ISSUE NO.8

선과영, 음악과 생활을 함께 이어온 포크 듀엣, 첫 정규작으로 마침내 노력을 인정받다

INTERVIEW : 선과 영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정규 1집 [밤과 낮]으로 최우수 포크 앨범과 포크 노래 부문을 모두 수상한 부부 듀오 선과 영은 이 이름으로는 첫 앨범이지만 실제 2000년대 말부터 자신들의 이름을 딴 ‘복태(보컬/작사)와 한군(기타/작곡)’으로 10여년을 활동했던 팀이었다. 새 이름으로 심기일전해 완성한 수작은 작년에 평단의 호평을 얻었고, 그것이 이런 결과까지 이어진 것이다. 2020년대에 한국 포크의 전성기 시절의 감성을 다시 불러온 이들의 그간의 이야기와 앨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지난 4월 29일, 인천에서 개최된 ‘살롱 ‘휴’ 콘서트’ 종료 이후 멤버들과 직접 만나 나눠보았다.

 

인터뷰 진행, 정리   김성환

사진 제공   오소리웍스 

공연사진촬영   김성환 

 

복태(좌), 한군(우)로 구성된 부부 포크 듀오 선과 영

 

이렇게 제대로 두 분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일단 오늘(4월 29일) 인천에서 진행한 [살롱 ‘휴’ 콘서트]를 마친 소감부터 듣고 싶다. 

 

복태(이하 ‘복’): 사실 이런 지방 공연을 오게 될 때, 관객들이 (아티스트를) 모르고 오는 경우들도 많은데, 그에 비해서 관객들이 집중을 매우 잘해주셨다. 인원이 많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고, 내가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진짜로 드니까 너무 좋았다. 힘을 받는 느낌?

한군(이하 ‘한’): 에너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을 받고 가게 되는 느낌이 명확했고, 이런 공연이라면 매일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소에도 (이전 복태와 한군 시절에도) 홍대 외에 지방에서도 공연을 했었던 적이 많은가?


복: 저희는 사실 홍대에서 거의 공연을 안했었다. 2012년에 ‘인간극장’이라는 TV 방송에 나간적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2016년 정도까지는 KTX타고 전국을 다니면서 정말 여러 지방에서 공연을 다녔다. 주로 서점 공간에서의 작은 공연이나, ‘평화의 소녀상’ 행사 등 사회적 정의와 관련된, 취지가 명확한 행사에서 주로 공연을 했다.
한: 다시 말해서, 단독 공연보다는 행사에서 저희의 음악이 필요했기에 갔던 경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복: 그래서 지금 공연에서 보여드리는 곡들도 이미 그 시기에 쓰여진 곡들이 많음에도 이런 곡들을 행사에서는 노래하기가 힘들었다. 분위기를 띄우고, 밝고 위로가 되는 곡들을 해드려야 했으니까.

 

어쩌면 그런 경험 속에서 이름을 바꿔서 활동해야겠다는 욕구가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한: 그러다보니 공연의 취지는 좋았음에도 (공연을 보러온 것이 원래 목적인 관객들이 아니다보니) 소모되는 것이 많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 겪는 갈등이나 어려움도 있었고, 장비나 시스템 면에서 갖춰지지 않은 상황들도 많이 있었다.
복: 그래서 복태와 한군 시절에는 “우리가 인디 뮤지션, 홍대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정체성의 고민을 많이 했다. 약간 외인구단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앨범을 제작할 때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다짐에서 그룹명을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한: 정말 우리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을 탐구하여 진짜 우리가 하고 싶은 소리를 담자, 우리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작업을 선과 영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 같다.

 

두 사람은 함께 만나기 전, 각각 어떻게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두 사람이 어떤 계기로 한 팀이 되어 음악을 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한: 10대 때부터 록 음악을 좋아하여 학교 시절부터 펑크 밴드를 하면서 과격한 퍼포먼스도 했었다. 하지만 기타를 시작하게 된 것은 포크 음악 때문이었다. 마음 속에 항상 포크적인 감수성이 있었고, 시골의 대안학교에서 지내다가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해서 포크 음악을 하고 있던 복태를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하자 센터’에서 처음 만났다. 그 곳은 일종의 대안학교와 사회적 기업의 인큐베이팅을 하는 기관이었는데, 나는 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했었고, 복태는 여행학교 교사였다. 같은 기관에 있으면서 그 안에서 주관하는 행사에서 두 명 다 노래를 부르는 기회가 있었는데, 복태가 내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을 기타리스트로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 나 역시 이 사람을 통해 음악이 하나의 위로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함께 듀오를 하게 되었다.
복: 원래 한예종에서 연극 비평을 전공했었고, 그 당시에는 음악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2007년에 아마추어증폭기의 공연을 보고 ‘아, 저렇게도 음악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음악을 시작했다. 2008년부터 복태라는 이름으로 클럽 빵이나 바다비 등에서 무대에 섰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기타 실력이 늘지 않아서 음악을 포기할까 고민하다가 한군을 만나게 되면서 듀오가 결성될 수 있었다.

 

그런 만남을 통해 음악만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을 텐데, 두 분은 음악과 생활(!)을 10년 이상 함께 하고 있다. 이런 관계가 지속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복: 한군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시 난 소위 ‘예술하는 남자’에게 조금 질려있었는데, 만나보니 너무 말도, 생각하는 가치관도 잘 통했기에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같이 음악을 하자고 제안했고, 연애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그렇게 결혼까지 하게됐는데, 사실 각자 음악을 하고 돈을 벌 수도 있었겠지만, 둘이서 함께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면서 얻는 행복감이 컸기에 이것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가치관이 일치하다보니 음악에서도 충돌할 부분은 거의 없었다.
한: ‘굵은 심지’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까 삶도 음악도 함께 지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둘이 음악을 만드는 프로세스 그 자체가 즐거웠다. 

 

복태

 

복태와 한군의 이름으로는 [다른, 사랑 이야기](2013)과 몇 장의 싱글을 발표했고, 2021년에는 복태의 2008년 비공식 발매 앨범 [Hello, Boktea]을 공개했다. 그 버전은 원래 녹음한 버전이었나, 아니면 재녹음 발표였나?

 

복: 2008년 녹음 버전을 그대로 음원사이트에 공개한 것이다. 그때는 사실 녹음-믹싱-마스터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였는데, 아는 친구가 녹음실을 빌려줘서 하루 만에 전곡을 녹음하고 믹싱과 마스터링 과정 없이 그대로 받아 인디적 제조방식으로 CD만 구워 정식 유통 없이 판매했었다.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두 사람이 팀의 이름을 바꾸고 바로 ‘정규 앨범’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구체적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한다.


복: 한군을 만난 이후 우리의 음악이 더 확장되었다. 한군이 대부분의 코드 진행을 알려주면, 그에 맞춰 내가 가사를 붙이면서 음악 작업을 해왔는데, 마침내 앨범으로 만들고자 하는 주제가 생겼고, 그래서 셋째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 처음에는 김목인의 프로듀싱을 받아 앨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셋째가 크게 다치면서 그때의 계획은 엎어졌고, 그러다 “음악을 그만해야 하나?”까지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마지막으로 정리차원으로라도 음반을 내자는 맘으로 단편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한: 품고 있던 소중한 곡들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가 설사 음악을 그만두더라도 나중에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이런 음악을 했다는 걸 보여줄 결과물은 하나 남겨야겠다는 생각에서, 마지막이라는 맘으로 단편선에게 구원 요청을 한 것이다.

 

팀의 이름이 바뀐 이후 팀의 음악도 확실히 일정부분 변화를 수용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전 복태와 한군의 음악이 정말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정갈하고 ‘밝고 맑은’ 인상으로 다가왔었다면, 보다 악기 편성은 풍성해졌고, 악곡의 멜로디와 가사에는 일정한 슬픔이 더 곁들어졌다. 여러 시기의 곡들이 실렸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수록곡들은 언제부터 작곡에 들어갔나?


복: 2007년에 작곡을 시작해서 2008년에 완성된 곡인 ‘바람이 불어봐’부터 2011년도에 멜로디는 완성되었으나 2022년 노래의 가사를 바꿔 최종 완성한 ‘밤과 낮’까지 곡마다 시점이 다 다르다. 시기 면에서는 ‘저 멀리 떠나간다’와 ‘키컸으면 좋겠어’, 그리고 ‘바람이 불어와’까지 2008~9년도에 완성된 곡들이 가장 많이 담긴 셈이다. 3곡이나 되니까.
한: 정말 오래된 시간의 간극이 앨범에 존재하는 것 같다. 애초에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처음 쓰여진 곡들이 아니었던 작품도 있으니까.복: 그래도 과거의 곡들이 조금은 밝았던 것 같고, 나머지 노래들은 결혼 후에 느꼈던 조금 차원이 다른 고독감 같은 것들이 반영되었다.
한: 육아 돌봄 노동을 하고 경제적 어려움도 겪으면서 느낀 이야기들이 담겼다고 할까.


그러면 단편선과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고, 언제 그에게 음반 제작에 대해 도움을 청했나?

 

복: 단편선과는 2009년부터 알고 있던 사이다. 그도 당시에 포크 듀오로 활동하고 있었고, 복태로 혼자 활동할 때 그가 내 음악을 듣고 자신의 공연에 게스트를 서달라고 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두리반에서도 함께 공연했었고. 그 이후에는 연락이 뜸했다가 2021년 10월 쯤에 우리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다.


이렇게 오소리웍스와의 연결되어 앨범을 발표한 것도 이번 앨범 음악에 나름 중요한 변화의 요소로 읽힌다. 오소리웍스에서 음악을 발표하는 다른 뮤지션들 – 천용성, 전유동 등 – 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인데, 포크 자체의 전통적 편곡에 얽히기보다 인디 팝, 재즈 등 다양한 편곡 요소가 활용되었다고 느껴서다. 오소리웍스와의 작업은 과거에 둘만의 힘으로 할 때와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복: (오소리웍스와의 작업을 통해서)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조금 얻은 것 같다. 둘만으로 할 수 있었던 사운드의 한도가 있었고, 그것이 전부였을 때는 좀 빈약하다고 느꼈는데, 함께 음악을 만들면서 결국에는 음악은 뼈대가 튼튼해야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고 더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모든 장르의 음악의 기본은 포크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거기에 어떤 살을 붙이는가에 따라 장르는 변화하는 것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실제로 여러 다른 장르 뮤지션들도 어쿠스틱 기타 한 대 들고 작곡을 하지 않나.

 

그러면 작업 과정에서 단편선이 어떤 음악적 제안을 했던 것이 있는가?

 

복: 우리는 그에게 완전히 전권을 주었다. 우리는 이 곡들을 너무 오래 갖고 있어서 객관성을 잃었으니, 이 곡들을 당신이 듣고 네가 던지는 모든 아이디어들을 수용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 실제로 그에게 “우리는 잃을 게 없다. 해쳐먹든, 파먹든, 네게 전권을 주겠다”라고 말했다. (웃음)
복: 그래서 단편선이 가장 먼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곡들부터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가면 어떨까?’하고 제시했고, 우리가 판단하기에도 그것들이 우리가 머릿속에서 의도했던 것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 우리가 흐릿하게 가지고 있었던 상(像)들을 포커싱을 정확하게 맞춰준 역할을 해줬다. 어느 날 그가 ‘더 이상’이라는 곡의 최초 편곡 버전을 보내왔는데, 지금 음반에 실려있는 그 최종 버전 분위기와 거의 같은 버전을 보내온 거다. 혼자 피아노를 치면서 흥얼대는 식으로 녹음을 해왔는데, 뭔가 쓸쓸한 비운의 여주인공이 위스키 한 잔 따라놓고 시거를 물고 연주하는 느낌이라는 설명을 듣고 ‘이렇게 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우리도 확신하게 됐다.

 

한군

 

그리고 개인적으로 앨범을 전체적으로 감상하면서 느꼈던 또 하나의 특징은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의 싱어송라이터 전문 레이블들 – 동아기획, 하나음악 등 – 의 향기도 느껴졌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음악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나름 영향을 받았던 한국 뮤지션들이 있다면 어떤 선배들이 있는지 알고 싶다.


한: 박은옥, 현경과 영애, 방의경의 음악들을 실제로 듣고 좋아했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펑크 음악 하기 전에는 송창식의 음악을 정말 많이 따라 불렀다. 그 포크적인 어법을 많이 배웠던 것 같다. 김광석에게도 마찬가지. 장필순의 음악도 즐겨들었고.

 

이번 앨범의 노랫말에서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주제는 ‘외로움/고독’, ‘이별’, ‘슬픔’인 것 같다. 음반의 제목은 [밤과 낮]인데, 전체적으로 ‘밤’의 비중이 높다고 할까? 그런데도 최종적으로 [밤과 낮]이란 제목이 정해진 이유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감정들을 주로 어디에서 느끼면서 이런 곡들이 나오게 되었나 궁금하다.


복: 아이들을 키우면서 음악을 작업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 예술가들 같은 경우 창작이 유쾌함에서 나온다기보다는 상실감에서 나오는 창작물이 많은데, 그런 시간이 일상과 육아를 하면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낮에는 스쳐 지나가는 순간의 감정들을 계속 메모해놓고 아이들을 다 재운 뒤 혼자 있는 시간에 곡을 쓰다보니 곡들이 모두 약간 밤의 무드를 닮은 것 같다.감정의 표현에서도 남에게 알아달라는 분출이 아니라, 내가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을 밖에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곡을 쓴 것 같다.

 

두 사람이 꼽는 이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드는 트랙, 또는 가장 내가 음악적으로 대중에게 전하고픈 것이 집약된(잘 담긴) 트랙은 어떤 곡일지 각각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복: ‘해가 지고 바람 불면’을 선택하겠다. 이 곡이 앨범 전체의 주된 ‘모토’(?)가 되는 곡이라 생각해서다. (“‘씨앗’, ‘어금니’ 같은 곡?”이라고 한군이 잠시 거들었음.)
한: ‘슬픔의 자리’를 추천하겠다. 포크 음악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앰비언트와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도 하기에 그런 요소들을 앨범 트랙들 속에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그게 이 곡에 절제되어 담긴 것 같아서 맘에 든다. 개인적으로는 소리로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 측면이 있는데, 그 의도가 잘 반영되었다.

 

선과 영 - 앨범 [밤과 낮] 전곡 듣기 YOUTUBE 플레이리스트 (이 링크를 클릭!)

 

앨범 [밤과 낮]의 커버 이미지

 

앨범의 커버를 보면 두 사람이 실뜨기를 하는 모습을 손 부분만 확대하여 찍은 사진을 활용하고 있다. 앨범의 어떤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이 사진을 썼는지도 궁금하다.


한: 사실은 그걸 앨범 자켓으로 쓰기 위해서 의도하고 찍은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프로필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여러 소품들을 사용해봤는데, ‘이거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고, 그게 이 장면이었다.
복: 우리가 실과 바늘을 다루는 직업도 함께 갖고 있기에, 실을 이미지로 표현해보자고 생각했다. 노래라는 것도 무언가를 ‘엮는’ 과정이니까. 그런데 그 손 장면이 찍혔을 때 진짜 ‘이거다!’라고 외쳐버렸다.
한: (그 이미지가) 수없이 엮어지고 이어지는, 음악적인 순간이건, 우리가 바느질을 하는 순간이건, 그 모든 것들이 모두 엮여져 있는 그런 장면이라 생각했다. 꼬이면 다시 풀어서 시작해야 하기도 하고, 계속 가야 하는 것이지 않나.
복: 그게 우리의 삶 같기도 하고, 선으로 이어져있지만 그 속에 미묘한 서클들이 존재한다. 그게 우리의 이름, 그리고 앨범의 주제를 잘 표현해줄 것이라 생각해서 결정하게 되었다.

 

무지랑과 함께 운영하는 일상기술학교 ‘죽음의 바느질 클럽’은 지금도 잘 굴러가고 있는가? 그런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

 

한: (우리의 마음이) 죽다 살아나기 때문에...
복: 사실 완전히 빠져들게 되면 바느질에 정신을 못 차린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바느질을 놓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고... 바느질을 하는 행위가 매우 명상적이라서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하기에 조금 ‘빡센’이름을 짓자고 해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 저희도 이 바느질을 치앙마이에 여행을 갔다가 처음 배웠는데, 이후 이 모임을 만들었고, 이후에도 치앙마이에서 새로운 기법을 배우고 와서 수시로 워크샵을 열어서 강좌를 들으시는 분들게 알려드리면서 함께 계절별 작업을 해본다.

 

선과 영

 

지난 2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포크 분과의 앨범과 노래 부문을 모두 휩쓸었다. 앨범을 완성하고 발표하면서 이런 상을 탈 수 있을 거라고 본인들은 예상했었나?

 

한: 바램은 있긴 했다. 그간에는 그냥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음반을 완성하고 마스터가 나온 다음에는 ‘이 정도라면 그래도 노미네이트라도 된다면 좋겠다.’라는 바램이 생겨났다.
복: 후보 발표를 영상으로 봤을 때, 처음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 후보에 올랐을 때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이어서 최우수 포크 앨범, 그리고 올해의 음반 후보에까지오른 걸 확인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단편선마저도 “니네 올해의 음반까지는 아닌데...”라고 농담했을 정도였다.


시상식 영상을 보면서 그 솔직한 소감이 개인적으로는 가슴에 너무 와닿았다. 한국에서 인디 뮤지션으로서 가정도 챙기면서 활동한다는 것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인디 씬의 상황을 아는 음악 관계자들이나 팬들도 다 아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말했던 대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음악의 길을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복: 약간 스스로 ‘증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음악이 정말 안 좋아서 안 듣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몰라서 안 듣는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이 앨범을 준비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만약 앨범을 냈는데도 사람들의 반응이 전혀 없다면 정말 음악을 그만두자라고 생각했었지만, 혹시 내 음악을 몰라서 못 들은 사람들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하니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한: 나는 음악을 내 삶과 떨어트린 적이 없었다. 항상 음악이 흐르고,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거나 하나의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음악이 나를 가만 놔두지 않았고, 계속해서 뭔가 소리내고 싶고, 내 안에 있는 것을 소리로 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2023년 4월 29일 인천에서 진행된 '살롱 콘서트 '휴''에서의 선과 영의 라이브 모습

 

앨범의 발표는 작년 가을에 되었지만, 이번 시상식 결과를 통해서 선과 영의 존재를 제대로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것 같기에 공연 무대로 대중과 만나는 일도 보다 많아져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될지 들어보고 싶다.

 

복: 올해에는 정규 1집을 낸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첫해인 것 같다. 과거에는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할 생각을 먼저 했지만, 이제는 음악을 위해 투자를 해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올해의 목표로 우리라는 존재를 알리는 공연을 지속적으로 열어갈 계획이다. 다른 세션 뮤지션과도 교류할 것이고. 복태와 한군 시절의 곡 ‘마음’을 선과 영의 버전으로 재녹음한 디지털 싱글을 낼 계획도 단편선과 협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과 영’이라는 듀오의 음악을 듣는 이들에게 여러분의 음악이, 특히 이번 앨범 [밤과 낮]이 어떤 의미로 다가갔으면, 또는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복: 우리는 스스로 ‘돌봄 종사자’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공동육아로) 애들을 돌보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 예술이 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직업으로서의 사명감이라 생각하기에, 우리의 음악이 미미하게나마 누군가를 돌봐줄 수 있는, 누군가에게 비빌 수 있는 언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감히 우리가 음악으로 위로해주겠다는 것까진 아니지만, 우리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도 이런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구나’, 또는 ‘이런 것들을 노래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우리의 음악이 마치 학창 시절에 들었던 음악 중에 지금도 듣고 있는 곡들처럼, 내가 성장할수록 이 음악도 나와 같이 성장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듯, 내가 성장하기 때문에 이 음악이 새롭게 들리고 새롭게 해석할 수 있어서 곁에 두고 오래오래 동행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