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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ZA 인터뷰 : 싱어-송라이터를 넘어서 싱어-프로듀서의 정체성을 향하는 첫 발걸음, 정규 1집 [악의 평범성]

싱어송라이터 우자(UZA)는 홍대 인디 씬에서 세 명의 여성 인디 뮤지션들이 연합하여 진행한 공연 시리즈 [우.쥬.콘]을 통해 음악 팬들에게 처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후 대학동창이었던 다른 싱어송라이터 쉐인(Shane)과 함께 결성한 듀오 우자 앤 쉐인(UZA & SHANE)으로 2017년 첫 EP를 발표하면서 보다 넓은 대중에게 알려졌고, 그와 함께 솔로 음악작업을 병행하면서 작년까지 두 장의 EP를 공개하면서 인디 일렉트로닉-팝 씬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4월 마침내 첫 정규 앨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공개한 그녀를 지금까지의 음악여정과 이번 앨범과 곡들에 대한 그녀의 자세한 생각들을 코리사운즈(Coreesounds)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어보았다. 

 

장소: 코리사운즈 사무실
인터뷰 진행, 사진, 영상 촬영: 김성환

사진제공: 코리사운즈 


지난 2장의 EP - [Focus](2018), [Neutral](2019) - 에 이어서 이제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을 손에 쥐게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 나왔던 2장의 EP도 소중했겠지만, 정규 앨범이라는 것에 대한 감흥은 분명 다를 것 같다. 그래서 가장 먼저 이번 앨범의 발매에 대한 개인적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UZA: EP보다 정규앨범의 경우 수록곡도 많고 그만큼 작업랑이 많아지다보니 훨씬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완성하는 데 1년 조금 넘게 걸렸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잡고 있던 작업이 처음이라서 (여태까지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발매 전에 처음으로 두려움도 컸다. 첫 번째 정규 앨범이란 저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들까지 다 드러나게 되니까, 아티스트로서 저의 밑천까지 다 나가는 느낌이라 진짜 떨렸다. 막상 발매를 하려고 하니 모든 감정을 다 쏟아냈는데 막상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닐까, ‘삽질’이 되면 어떻하나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이제 앨범이 나온 이후에는 지금은 완전히 ‘0의 상태’가 된 것 같고, 다시 영감을 채우려고 계속 다른 음악들을 찾아듣고, 자전거도 열심히 타고, 창작의 작업은 잠시 쉬고 있다. 

예전의 다른 매체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음악에 빠지게 된 배경 이야기를 읽었었다. 부모님께서 음악을 콜렉터급으로 즐겨 듣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그 때의 음악들 가운데 가장 먼저 어린 마음에 꽂혔던 음악들은 주로 어떤 음악들이었나 기억이 나나? 특히 가장 마음 속에 오래 남은 곡들, 또는 아티스트들이 있었다면? 

UZA: 어린 시절 부모님이 즐겨듣던 음악들, 특히 차 안에서 아버지가 틀어주셨던 CD들에 있는 음악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모던 토킹(Modern Talking)의 ‘You're My Heart, You're My Soul’이나 스콜피언스(Scorpions)의 ‘Still Loving You’ 등이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들이다.

대학교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원래 목표했던 대학의 전공은 작곡 파트였다고 들었는데, 그 때는 보컬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나? 

UZA: 어린 시절 초등학생 때부터 가수를 꿈꿨고,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매우 컸기에 그 꿈은 포기했고, 그래도 음악을 전공하러 음대를 가고 싶었기에 연예인으로서의 가수가 아니라면, 노래하면서 작곡하는 사람이 제일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도 내가 노래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작곡을 전공으로 하고 노래는 사이드로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막상 대입 고사에서는 작곡이 아니라 보컬로 합격을 했다. (웃음)

작곡에 대한 기본은 입시학원을 다니면서 처음 배웠나? 아니면 그 이전부터 개인적으로 음악적 습작을 했나?  

UZA: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는 계속 배웠기 때문에 악기 앞에 있는 게 항상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학원에서 공부하기 전부터 멜로디를 그려보고 흥얼대보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작곡법을 배워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채보를 하고 가사를 입히고 한 곡을 제대로 써보게 된 건 고등학교 때였다고 할 수 있다.  

20살 때부터 밴드 활동을 시작했고 그 밴드의 이름이 지금 자신의 활동명인 ‘UZA’라고 알고 있다. 그 때는 어떤 성향의 음악을 했었고,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시절 경험이 현재자신의 모습에 어떤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나?

UZA: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브릿 팝 계열 음악들을 매우 좋아했는데, 트래비스, 콜드플레이 등의 음악들이 유행했었기에 학교 시절 밴드에서는 자연스럽게 브릿 팝에 가까운 모던 록을 연주했다. 그때의 경험이 내겐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태껏 어떤 음악 활동을 했든 다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밴드를 하면서 단순히 작곡과 보컬만 공부하다 대학을 간 상황에서 각각 세부적 파트 악기들에 대한 이해를 처음 제대로 체험했던 것 같다. 내 밴드는 3인조로서 기타-드럼-보컬의 포맷이었는데, 합주하게 되면서 악기의 파트 별 멜로디를 따로 인식하는 법을 체험할 수 있었다. 그 경험 덕분에 나중에 컴퓨터로 작업을 하면서 각 파트 연주를 따로 녹음해 어레인지하는 법에서는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 솔로로서 처음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언제쯤부터였나? 개인적으로 라이브 무대를 처음 접했던 것이 2016년 판교 커먼 키친에서의 ‘우.쥬.콘’ 공연이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신시사이저나 콘솔을 잡지 않은, 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UZA: 밴드가 대학 졸업과 함께 해체되었기에, 2014년부터 혼자서 활동을 시작했던 것 같다. 사실 대학 다닐 때는 기타를 치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해서 혼자 활동하기 위해서는 (건반을 혼자 들고 다닐 수는 없어서) 혼자 갖고 다니면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기타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2013년에 기타를 사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혼자 집 근처의 공터에서 버스킹을 하며 연습을 하기도 했다. 2014년 이후에는 여러 외부 행사들에 출연하다가 나도 ‘홍대 씬’ 안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후 여러 클럽들을 다니며 오디션을 보기도 했다.  

됸쥬, 유니콘과의 조인트 공연 ‘우.쥬.콘’은 어떻게 처음 기획하게 되었나?

UZA: 그 시기에 됸쥬, 유니콘도 각각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클럽 무대에서 만나게 될 기회가 생겼다. 그 기회를 통해 서로 친해지게 됐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한 무대에 설 기획을 세우게 되었다. 게다가 프리버드 클럽의 사장님께서 세 명이 계속 같이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주셔서 그 곳을 중심으로 우.쥬.콘 공연이 계속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레이블에 소속되기 이전에 다른 레이블에서도 잠시 활동했었다고 들었다. 그 곳에서의 활동은 어땠나? 다른 인터뷰에서 그 당시의 어려움이 언급된 걸 봤는데, 어떤 제약 같은 것이 있었나?

UZA: 그 곳에서는 2015년부터 1년 정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게 끝났던 것 같다. 그 때 는 내가 어리기도 했고, 사실 ‘제약’이라기보다는 당시 내가 지향하고 싶었던 부분(당시에는 강한 음악을 하고 싶어했다고 한다)과 회사가 나에게 원했던 부분이 맞지 않아서 갈등이 자주 생겼고, 그래서 결국 혼자 하겠다고 말하고 그 곳을 나왔다.  

 

UZA & SHANE


현재 솔로 활동 외에도 병행하고 있는 듀오 우자 앤 쉐인(UZA & SHANE)의 멤버 쉐인과는 어떻게 처음 만났고, 어떻게 음악 활동에서 파트너십을 형성하게 되었는가?

UZA: 쉐인과는 20살 때부터 같이 대학교에 다닌 동기였다. 그런데 그가 군복무를 하던 시절에 심심했던 것인지 페이스북을 통해서 연락을 자주 해왔다. 둘 다 음악에 뜻이 있었기에 음악 이야기를 계속 나누면서 말이 잘 통했다. 그래서 전역을 한 이후에 각자의 음악을 하면서 서로 응원을 해주자는 얘기도 했었는데, 호주로 6개월간 ‘자아를 찾는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는 계속 음악 친구로서 같은 스튜디오에서 함께 활동을 하게 된 것 같다. 

동료로서 보는 쉐인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UZA: 쉐인은 매우 긍정적인 성격이고, 팝퓰러한 요소들과 트렌디함을 읽는 능력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 관점에서는 프로듀서로서 저런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서로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반대인 부분들도 많이 있기에, 주변과 일을 원래의 나와 다른 관점으로 보고 생각하는 훈련을 그와 4년 가까이 함께 활동하면서 하게 된 것 같다.

현재의 레이블과 계약을 맺게 된 건 2017년이라고 알고 있다. 각자 솔로로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솔로의 모습을 먼저 알았었기에) 솔로로서의 작품들보다 우자 앤 쉐인의 EP가 먼저 나온 게 조금 의아했다. 어떻게 된 건가? 

UZA: 현재로서는 우자 앤 쉐인이 ‘회사에서 밀어주는’ 메인 아티스트로서 인식되고 있다. 더 커머셜한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팀의 음반이 먼저 나오게 되었다. 물론 처음엔 프로젝트로서 결성되었지만, 활동을 하면서 긍정적인 의미에서 ‘고착’이 되었다고 할까? 그래서 지금도 회사의 입장에선 메인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솔로가 먼저 나왔었다면 오히려 (활동하는 입장에선)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정규 1집 [악의 평범성] 앨범 커버


이제 본격적으로 이번 앨범에 대한 얘기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 전에 지난 EP 2장과 이번 앨범과의 비교의 시간은 필요할 것 같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Focus]에는 비트와 모든 사운드 구성에서 분명 살짝 ‘다크하고 로킹한 기운’을 느꼈었고, [Neutral]에서는 보다 전자음이 매끈하게 뽑히면서 ‘몽환적으로 구름에 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앨범 [악의 평범성]에서는 그 두 앨범의 특징들이 종합되었는데 조금 더 ‘레트로 팝’적인 감각이 있는 결과물이 탄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 스스로는 새 앨범을 만들면서 기존의 2장과 비교했을 때 어떤 방향성을 지향하고 곡작업을 했다고 기억하나? 

UZA: 나는 솔로 작업의 경우 앨범 한 장이 나오면 바로 다음 음반을 준비한다. 지금까지 어떻게 보면 안 쉬고 쭉 이어왔던 것 같은데, [Neutral]이 작년 1월 발매가 된 직후 바로 정규 앨범을 내야 되겠다는 계획을 맘에 두고는 있었다. 그 와중에 음악 씬 안에서의 문제 등도 스트레스이긴 했지만, 특히 그 기간에 인간관계와 얽힌 여러 스트레스를 많이 겪었다. 그간 프리랜서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아주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대면하는 식이어서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었는데, 그 때는 이상하게도 여러 가지로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일들이 꽤 많았다. 그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게 처음이었기에 매우 힘들었다. 사람들에 대한 불신, 부정적인 감정들을 갖는 순간들이 많았던 때였기에, 이런 감정들을 정규 앨범에서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당시 재정비의 시간을 갖자는 의미로 자주 도서관에 가서 철학 서적들을 읽는 과정에서 독일의 정치 이론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Banality of Evil’이라는 구절을 마주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당시의 감정들 때문에 이번 앨범에서는 이전 앨범에서처럼 ‘사랑’같은 인간의 특정한 감정을 넘어서 ‘인간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파헤쳐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구절을 본 후 앨범의 타이틀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원래는 ‘악의 보편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었는데, 한국에서는 이 표현이 ‘악의 평범성’이라는 번역으로 굳어져 있어서 (나중에 매체와 이야기할 때 두 번 설명하기는 싫어서) 그대로 쓰기로 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듣고 조금 놀랐다. 한나 아렌트의 그 표현이 하필 ‘N번방 사건’으로 인해서 갑자기 여러 신문 기사나 관련 칼럼들에서 언급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UZA: 나도 앨범을 내고 이 제목으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그 칼럼들을 봤다. 여러 기사에서 그 표현이 보이더라. 사실 나는 작업할 때 애초부터 앨범의 제목이 될 표현을 먼저 정해놓고 작업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그 표현을 발견한 후 내 마음 속에 악한 감정들이 많이 쌓여있었기에 앨범의 가제로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앨범의 전반부의 곡들에는 당시의 내 부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녹아 있다.  

이번 음반에 담긴 곡들은 언제쯤 작업이 시작되었고, 우자 앤 쉐인과의 앨범 발매와 간격도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려 완성되었나? 곡들의 작업 방식은 어떤 순서나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UZA: 앨범 작업은 대략 1년 정도 걸렸고, 개인적으로는 수록곡들의 초안을 잡아놓고 레코딩을 하는 방식이라 이번 앨범도 그런 식으로 작업했다. 성격상 계획에 대한 강박이 있는 편이라 이리저리 오가는 방식의 작업은 잘 하지 않는다. 작곡도 1번부터 10번까지의 멜로디가 나오면, 다시 1번부터 10번까지 편곡을 하여 데모를 만들고, 그 이후에 그 순서대로 레코딩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믹싱도 내 손으로 다 했다. 개인적으로 단순히 싱어-송라이터를 넘어서 싱어-프로듀서의 정체성을 갖고 싶기 때문에, 프로듀서라면 사운드의 전반은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이번 음반부터는 반드시 믹싱까지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계획보다 조금 더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앞서 직접 언급했지만,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행하는 악한 행동들이나 세상 속에서 느끼는 분노의 감정들이 전반부 곡들의 가사에는 꽤 강하게 드러난다. 특히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타이틀곡 ‘S.O.S’는 다분히 ‘타인에 의해 맘대로 평가받는 개인’을 주제로 삼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사 중에서 ‘Your pen turns into a gun / Your finger turns into a knife’ 같은 부분에서는 ‘인터넷의 악플 문제’도 생각이 났고. 

UZA: 이 곡의 최종 편곡과 가사를 입히고 있을 때 악플 문제와 관련된 사건들이 많이 언론 기사로 올라왔다. 원래 이런 얘기를 자세하게 하지는 않으려고 해서 보도 자료에는 언급을 안했었지만, 개인적인 경험보다 그런 사회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이 언급한 셈이 되었다. 예를 들어 연예인이긴 했지만, 설리나 구하라 같은 분들은 나와 나이가 동년배 급이라 나름의 관심과 동질감이 있었는데 그들의 부고를 접한 후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며칠간 우울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런 일들에서 느낀 감정들이 가사에 반영된 것 같다.  

 


음악인으로서 활동하면서 그런 타인의 평가들 때문에 정신적 부담감을 느낀 경험이 실제로 있었나?

UZA: 뮤지션으로서보다도 인간적인 부분에서 그런 부담감을 느꼈다. 누가나 자기만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지 않나. 그런데 타인이 봤을 때 상대에 대해 ‘너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부정적으로 단정을 짓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도 타인에 대해 완벽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 어떤 대상을 부정적인 언어로 단정할 때에 그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라. 이게 참 위험한 것인데 아무도 그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S.O.S'를 작곡할 때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반발심이 올라왔고, 바로 다음 곡인 ’Shout'에서는 그 감정이 제대로 폭발했다고 할 수 있다.   

‘Shout’의 경우도 일면 ‘사회 속에서 쌓이는 분노’를 표출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다. 일렉트로닉 힙합적인 부분까지 커버하고 있는 곡인데, 함께 곡에 참여한 로키드(Lokid)는 어떤 뮤지션인지, 어떻게 이 곡에서 함께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UZA: 로키드는 활동을 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기에 아직 정보가 부족했겠지만, 요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원래 랩퍼는 아니고 R&B 싱어-프로듀서다. 지금 소속사에서 함께 활동했던 적도 있는 친구라서 자연스럽게 힙합 분위기의 곡에 맞는 목소리를 찾다가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에게 먼저 트랙을 보내주고 이 부분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라인을 짜달라고 했더니 나중에 받아 들어본 결과 너무 맘에 들었다. 그래서 수정 안하고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했다.  
 

사진제공: Corresounds


‘Faust’의 가사와 음악은 동명의 소설의 줄거리가 눈 앞에 펼쳐지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정말 원작을 읽고 난 후 만든 결과물인가? 


UZA: 맞다. ‘파우스트’를 읽다가 곡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다. 물론 제목은 주인공 이름을 땄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가사가 작품 속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내용이다. 처음엔 제목을 ‘메피스토펠레스’로 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너무 중2병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친구들에게 이 제목이 어떨까 하고 물어보니 ‘디아블로’ 같은 게임 속 캐릭터 같은 느낌이라고 해서 쓰지 않기로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노래로 옮기고 싶었던 이유는 당시 ‘인간의 본성’, ‘인간의 선과 악이 구분되어서 정의될 수 있는 것인가?’ 같은 주제에 대한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는 ‘파우스트’를 읽는다고 해서 나도 읽어봤는데, 그 속에서 주인공에게 완전히 이입되지 않는 면도 있어서 오히려 메피스토펠레스의 관점에서 가사를 쓰게 된 것 같다. 소설 자체가 ‘선택’이라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진 소설이었으니까. 

전반부가 거의 신시사이저/시퀀서 중심의 구성으로만 이뤄졌다면, ‘Personality Part 2’부터는 본격적으로 ‘기타 소리’가 조금씩 전면으로 나선다. 개인적 견해를 밝히자면, 여태까지 UZA의 음악적 스타일의 큰 줄기를 (조금 넓게 묶어서) 두 가지로 나눠본다면 조금은 어둡고 철저하게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기댄 음악들과 마치 1980년대 신스팝/뉴웨이브 시대의 음악들처럼 기타 팝/록적인 리듬 그루브 위에서 전자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들이라 생각되었다. 본인은 이 두 가지 방식 중에서 어떤 게 우자의 음악의 기본 스타일에 가깝다고 생각하나?

UZA: 요즘의 내 음악에서는 두 가지 방식의 비율이 전자가 40%, 후자가 60%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더 오랫동안 들었던 것들이 사람의 온기가 있는 음악, 특히 80년대의 록 음악들이었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이번 앨범 속에서 가장 ‘현재까지의 내 음악’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곡이 마지막 트랙인 ‘태엽’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내 음악적 특성이 다 사운드로 드러나는 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타이틀곡들을 제외하고 이 앨범에서 확 와닿았던 곡이 ‘Odd’다. 노래 속 그녀가 가진 ‘Odd Eye’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이 가사에서 ‘차별, 혐오’의 문제를 건드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UZA: 표면적으로는 내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의 두 눈의 색깔이 다르기에 사용한 표현이다. 한쪽은 갈색이고 또 한쪽은 파란색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1차원적으로 생각했을 때 “눈 색깔이 다르면 각각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사람들도 각자 처한 환경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 각자가 보는 ‘시야’가 서로 다를 것으로 생각했다. 본인은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을 ‘정상'이라고 느끼더라도 타인은 그 시선을 ’Odd Eye’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모두가 서로의 ‘Odd Eye’를 인정하고 인지해야 할 텐데, 실제로는 자신의 시선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그 이야기를 풀어봤다. 후렴 가사에도 나오지만, 서로의 시선과 관점이 다른 것을 인지하고 인정할 때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주제를 담았다. 나는 나름 ‘직설적으로 담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분들은 그냥 고양이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웃음) 

 

 

또 하나의 타이틀곡 ‘Love Digger’는 뭔가 스트레이트한 80년대 록 음악의 향수가 은근히 느껴졌다. 앨범에서 가장 로킹한 트랙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우자 앤 쉐인에서 어느 정도 일부 밴드형 음악을 한다고도 볼 수는 있지만 ‘록 밴드 포맷’의 UZA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언젠가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곡을 만들 때 가장 영향받은 아티스트가 있었다면?

UZA: 원래 앞으로 쇼케이스를 한다면 진짜 밴드 형태로 공연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벤트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밴드 포맷의 사운드로 하는 무대를 꼭 해보고 싶고, 해볼 것이다. 내가 가진 ‘록적인 아이덴티티’, 또는 ‘욕망’이 모두 쏟아졌던 곡이라 생각한다. 당시 이 곡을 구상할 때 구체적 누군가를 떠올린 것은 아니지만 80년대식 남성 팝/록 밴드들의 사운드가 갖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렸던 것 같다. (당시에 필 콜린스(Phil Collins)나 80년대의 제너시스(Genesis)의 음악들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사운드라 생각한다.) 

결국 마지막 두 곡 - ‘존재하는 것’과 ‘태엽’ - 을 통해서 결국 세상의 ‘평범하지만 악한 감정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타인에게 받는 것이든, 내 스스로 찾는 것이든 결국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인간 UZA에게 ‘사랑’이란 무슨 의미인가?

UZA: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특정한 형태의 사랑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난 사랑이란 ‘공기와 같이 널려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 부모님을 사랑하는 것, 친구들을 사랑하는 것도 모두 다 사랑이지 않나. 그러나 세상의 환경이 특정한 형태만 사랑이라 인식하게 만들기에, 모두 사랑에 대해 너무 환상을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과거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했던 사랑이 그런 환상 때문에 결실을 보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란 그런 환상에서 벗어나 사랑이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음을 알아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Love Digger’를 만들면서 했었다. 

 

사진제공: Corresounds


본인이 생각하는 이번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무엇인지? 그 이유는?

UZA: 앞서 말한 대로 ‘태엽’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10번 트랙으로 한 이유가 있다. 10번이 이 앨범 전체의 주제를 다 포함한다고 채팅방에서 말씀드렸더니 팬들 중 한 분이 ‘그럼 논문 같은 것인가요?’라고 물어보셨다. 그래서 저도 ‘아, 이 곡은 논문과 같은 트랙입니다.’라고 답해드렸다. 앨범의 개요와 주제 의식이 그 곡에 다 요약되어 있으니까. 

 


평소에 SNS에 올라오는 음악적 관심사에서 역시 80년대의 음악들이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 80년대 음악들 가운데 이번 음반의 작업에 나름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는 아티스트나 음악이 있었다면? 

UZA: 성인이 된 후에는 개인적으로 필 콜린스의 영향을 꽤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대학교에 간 이후에 ‘Another Day in Paradise’라는 곡을 들으면서 그의 음악과 처음 만났다. 그 곡의 메시지가 담은 사회 고발적 주제, 노숙자들에 대한 서사가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이후에 (제네시스를 포함해) 그와 관련된 음악들을 계속 들었고, 그의 음악이 꾸준히 내게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단순히 귀로만 들리는 음악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게 되는 음악, 그냥 들었는데 맘에 훅 들어오는 데다가 뭔가 뚜렷한 메시지까지 들리니 정말 멋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인은 엔터테이너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오락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설사 진지해서 못 듣겠다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내 노래를 듣고 사유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목표였기에 필 콜린스는 그런 면을 충족시켜줬던 것 같다. 사운드적인 부분에서는 곡마다 다 영향을 받는 아티스트들이 다르니까 한 팀만 생각하는 건 어렵고, 작곡하는 과정에서 80년대에 국한되지 않고 90년대 이후까지 다양하게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사운드 면에서는 질문을 수정해야겠다. 이번 앨범의 곡들을 작곡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많이 들었는지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나?

UZA: 작곡할 때 플레이리스트에 100곡 이상을 만들어놓고 계속 돌려 듣는 식이라서 매우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곡들을 들었다. 80년대 아티스트로는 대학시절부터 꾸준하게 즐겨 들었던 심플 마인즈(Simple Minds)도 들었고, 기타 톤 사운드를 잡을 때, 드라이한 사운드를 뽑고 싶을 때는 홀(Hole), 부시(Bush), 너바나(Nirvana), 뷔요크(Björk) 등 90년대 얼터너티브 록 음악들도 많이 들었다. 일렉트로닉 계열에선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요새 아티스트들 중에서는 에릭 프리츠(Eric Prydz)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주변의 동료-선후배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 함께 서는 무대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특히 현재 한국의 인디 일렉트로닉 음악 씬을 보면 확실히 과거에 비해 여성 뮤지션들의 활약이 더 강해진 것 같다. 평소에도 다른 여성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지 궁금하다. 

UZA: 아슬(Aseul), 우주멍게와 함께 ‘서울 걸즈’라는 하나의 팀이자 연합으로 기획하는 공연이 있다. 셋이서는 교류들을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다. 다른 여성 일렉트로닉 뮤지션들과는 오며 가며, 또는 SNS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음악적 지향을 가진 동료가 많이 늘어난 것이 참 좋고, 우리가 하는 장르로 하나의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것 같고. 특히 아슬 언니의 경우는 예전에 유카리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도 열성 팬이었다. 사실 2016년 잠시 음악을 쉬고 있을 때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방향을 전환할 때도 그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당시 그녀의 음악과 활동하는 모습을 처음 알고 보게 되었는데, ‘여성 솔로 뮤지션으로서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고 존경스러워서 그 행보를 보며 공부하는 모습으로 따라하고 있다. 언젠가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처음 소통하게 되었다. 그 후 지금까지도 언니와 친하게 소통하고 있다.  

음반이 나왔음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솔직히 공연 활동을 펼칠 기회가 좀 부족한 현실이다. 이 상황이 좀 개선되면 어떤 공연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UZA: 5월에는 최대한 일렉트로닉 스타일로 하는 공연이 하나 잡혀 있긴하다. 정말 쇼케이스를 할 기회가 오면 풀 밴드로 셋으로 공연을 해보고 싶다. 우자 앤 쉐인이나 솔로로나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기획하고 있는 것들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해외공연의 경우는 초창기에 대만은 한 번 다녀오기는 했는데, 저 혼자 풀 세팅으로 해외 공연을 나가본 적은 없다. 올해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갈 계획도 생각했는데, 지금 해외 일정을 잡는 건 거의 불가능인 것 같다. 

 

사진: 김성환


조금 곁가지 질문이긴 한데, 가끔은 우.쥬.콘 공연이 그리울(?) 때가 있다. 언제쯤 세 사람의 합동 공연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혹시 셋이 함께 공동작업한 결과물(트리오 레코딩이 아니라도 스플릿 앨범, 옴니버스 음반 같은 것)을 만들어볼 생각은 없나?
 
UZA: 얼마 전에 언니들과 한 번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는데, 물론 유니콘 언니가 지금은 잠시 솔로 활동은 접은 상태이지만, 마음을 맞춰본다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는 다시 함께 공연을 기획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공동 음반 기획은 아직 생각해보지 못했다. 혼자 하는 작업보다 함께 작업한다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 사람 수 만큼 늘어나는 것 같아서 아직은 계획이 없다. 

마지막으로 새 앨범 [악의 평범성]을 듣는 음악팬들에게 간결하게 홍보의 말씀, 그리고 당부의 말씀을 전한다면?

UZA: 일단 제 앨범을 ’정주행‘ 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개별 트랙으로 들어주시는 분들도 물론 감사하지만, 처음부터 서사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기에 1번부터 10번까지 순서대로 들어주셨으면 좋겠고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생각을 하시든 음악을 들으며 찰나의 시간이라도 사유할 기회를 가질 수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던질 앨범을 솔로 앨범으로 만들고자 하오니 그동안 이번 앨범 [악의 평범성]을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pilogue:
2016년 커먼 키친에서의 공연 후 잠시 대화를 했을 때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아티스트 우자는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생각하는 주제를 더 명확하게 대중에게 전하려는 의지도 강했고, 자신의 음악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충실하게 혼자 힘으로 해결하려는 당당한 태도도 보기 좋았다. 특히 이번 음반의 발매를 기념하면서 그녀는 개인 스토어(naver.me/5w5baLPJ)를 개설해 그 곳에서 자신의 그간의 음반과 관련 머천다이즈를 팔고 있는데, 그녀의 팬들과 음악 팬들이 이 곳에도 관심을 가져주고 구매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추가로 전했다. 또한 이 스토어를 통해 수익을 올리면 그 돈으로 앞으로 조건이 갖춰진다면 CD로는 공개되지 않은 이번 정규 앨범을 LP포맷으로 한정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디 그 소망들이 조만간 이뤄지기를 함께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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