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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 Festival Preview] 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2018

[Summer Festival Preview] Incheon Pentaport Rock Festival 2018


일시: 2018년 8월 10일(금) ~ 12일(일)

장소: 인천 송도달빛 축제 공원

 

폭염이 역대 최강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예상했던 것인지, 올해 여름 야외 음악 페스티벌의 리스트는 몇년 전에 비하면 확실히 적어졌다. 땡볕과 소나기가 오고가는 야외의 악조건(?)에서 젊음을 불사르는 게 록 페스티벌의 특성이었지만, 이제는 가족-연인과의 피크닉처럼 흥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풍토로 변한 건 사실이고, 7월 말에 먼저 서막을 열었던 밸리 록 페스티벌이 올해는 진행되지 않음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 속에서도 현재 그 많은 음악페스티벌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초석을 다졌던 선구적 록 페스티벌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2번째를 맞이하는 올해에는 과연 어떤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어떤 추억을 관객들과 만들어갈지 미리 그 면면을 확인해보자.  

 

글 김성환 / 오승해(8번 리뷰)  



2013년 송도 달빛 축제 공원으로 장소를 옮긴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안정된 시설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편의 제공 면에서 우위를 점했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작년 라인업에서 록/메탈 매니아들이 가졌던 불만들 - 강한 록/메탈 밴드들의 수가 너무 적고 록과 관련없는 아티스트들도 많이 포함된 라인업 구성 - 을 어느 정도 의식하여 강성 록 사운드를 보여줄 수 있는 밴드들을 더 많이 불러내고자 노력한 모습을 보인다. 나인 인치 네일즈(Nine Inch Nails), 린킨 파크의 한 축인 마이크 시노다(Mike Shinoda),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등의 해외 밴드부터 라우드니스(Loudness), 크로스페이스(Crossfaith), 피아(Pia), 해머링(Hammering), R4-19 등 일본과 국내 밴드들까지 작년보다는 훨씬 강력한 록 사운드를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는 것에서 '록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타 페스티벌보다) 잘 지키려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하드 록/헤비니스 계열이 아니더라도 자주 펜타포트를 방문해주는 스타세일러(Starsailor), 2010년에 이어 오랜만에 돌아온 후바스탱크(Hoobastank), 현재 팝 음악 씬에서 새로 주목받고 있는 마리안 힐(Marian Hill)과 워크 더 문(Walk The Moon), 일본 시티 팝/펑키 록의 신흥 강자 서치모스(Suchmos)와 서핑뮤직 시대의 복고주의를 추구하는 일본 로큰롤 밴드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 등 매니아들의 새로운 지지를 얻고 있는 해외 밴드들의 무대 역시 이번 축제를 빛나게 할 후보들이다. 


또한 이번 라인업에서는 국내 (메이저+인디) 록 밴드들의 선택도 매우 진지하고 신중하게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날의 메인무대의 헤드라이너로서 작년에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자우림을 섭외한 것은 이 페스티벌의 1일차가 보여준 전통 - 한국 록의 아이콘들을 기념하고 그들을 재조명함 - 을 잇는데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디 씬에서 대중적으로 인기가 좋은 밴드들 - 데이브레이크, 아이앰낫 (1일차), 잔나비/글렌체크/칵스 (2일차), 디어클라우드/혁오 (3일차) - 은 물론 근래에 평론가/음악 관계자들에게서 주목할 신예들로 평가받은 신진 밴드들 - DTSQ/랜드오브피스(2일차), 새소년/아도이/문댄서즈(3일차) - 등 현재 한국 록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팀들이 한 자리에 모여 3일간의 축제를 빛내줄 것이다. 


[10 Foreign Artists & Albums to Check Before You Go to Pentaport]


언제나 페스티벌에는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러 가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아직 덜 익숙한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알러 가는 즐거움도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해외 아티스트들은 신보(또는 최근작)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오는 경우가 많기에 신보의 수록곡들을 더 많이 들려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이번 펜타포트를 가기 전 체크해 봐야할 주요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앨범 10장을 골라 소개해 본다. 



(아래 리뷰들 읽으시면서 순서대로 감상해보세요..곡명은 유튜브에 써있습니다.)


1. Nine Inch Nails - Bad Witch (2018)



1980년대 말 데뷔하여 1994년 두 번째 앨범 [The Downward Spiral]의 대성공을 통해 소위 인더스트리얼 록(Industrial Rock)이라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흐름의 선두주자로 부각된 나인 인치 네일스는 리더이자 그룹의 수장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주도하는 밴드다. 앞선 2장의 EP들인 [Not the Actual Events](2016), [Add Violence](2017)에 이어서 3부작 EP로 만들려던 이번 음반 [Bad Witch]는 6곡에 분량이 30분이 넘자 결국 그들의 9번째 정규앨범으로 발매되었다. 'God Break Down the Door'에서 느껴지듯 고전적 인더스트리얼/하드코어 테크노 시대의 리듬감이 전곡에서 춤을 추지만, 한편으로 색소폰 솔로 등 파격적인 악기들의 추가가 신선함을 안겨준다. 


2. Loudness - Rise to Glory (2018)



1981년 일본에서 데뷔한 후 지금까지 일본 헤비메탈 역사를 대표하는 밴드로 평가받고 있으며, 동시에 가장 먼저 영어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밴드로 평가받는 라우드니스의 최신작이자 27번째 스튜디오 앨범. 여전히 고유한 그만의 연주 세계를 갖춘 아키라 다카하시의 기타 연주를 기반으로 멤버들의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파워풀한 헤비메탈 사운드를 펼쳐내고 있다. 


3. Mike Shinoda - Post Traumatic (2018)



그룹의 한 쪽 축이었던 보컬리스트 체스터 베닝턴의 사망으로 인해 활동이 멈춰버린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또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음악적 리더 마이크 시노다의 첫 솔로 앨범. 물론 그는 한 때 포트 마이너(Fort Minor)라는 힙합 성향의 프로젝트 밴드를 운영한 적이 있지만 이번 솔로 앨범은 그 때보다는 좀 더 후기 린킨 파크 시대의 멜로딕 보컬의 유연함 위에서 곡에 따라 힙합 비트와 그의 랩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작품이다. 기존 린킨 파크와도, 포트 마이너와도 구별되는, 친구를 잃은 슬픔을 음악으로 극복해가는 마이크의 현재가 담겨 있는 작품. 


4. The Bloody Beetroots - The Great Electronic Swindle (2017)



무대 위에 설 때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이자 스파이더맨의 악역으로도 우리에게 익숙한 베놈(Venom)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리더 밥 코넬리우스 리포(Sir Bob Cornelius Rifo)와 라이브 멤버들의 모습이 이들의 트레이드마크인 블러디 비트루츠는 기타, 키보드, DJ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밥의 솔로 프로젝트 형태의 그룹이라 할 수 있다. 2006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결성된 이 팀은 상황에 따라 밥 중심의  DJ세트 포맷부터 풀 밴드 형태의 공연까지를 모두 수행이 가능하며, 2009년 첫 정규작 [Romborama]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장의 앨범을 공개했다. 작년에 공개된 이 정규 3집은 EDM/덥스텝/드럼 앤 베이스 등 일렉트로닉적인 요소들에 기반을 두지만 분명히 매우 강력한 펑크 록/하드코어/트랜스코어적인 사운드를 동시에 품고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에겐 좀 낯설 수 있지만 이번 2일차 코나카드 스테이지를 가장 뜨겁게 달궈줄 수 있을, 서브 헤드라이너 자격이 충분한 팀이라 생각한다. 마치 AC/DC음악의 일렉트로닉 변주를 듣는 것 같은 호주 밴드 제트(Jet)와의 협업인 'My Name Is Thunder' 등 록 팬들이 들어도 호쾌함이 가득하다.   


5. Marian Hill - Unusual (2018)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두 음악인 - 프로듀서/송라이터 제레미 로이드(Jeremy Lloyd)와 싱어송라이터 사만사 공골(Samantha Gongol) - 로 구성된 듀오 마리안 힐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얼터너티브 R&B의 향기가 함께 들어있는 사운드를 구사하면서 2013년 데뷔 EP [Play]부터 차근차근 자신들의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리고 2016년 정규 1집 [Act One]에 수록된 싱글 'Down'이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용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그들의 사운드를 세계적으로 알릴 기회를 확보했다. 작년에 발매된 1집의 확장판에 이어 다시 1년만에 공개되는 그들의 정규 2집 [Unusual] 역시 일렉트로닉 비트로 묵직한 리듬 그루브를 만들면서도 사만사의 섬세한 보컬의 매력이 곡을 감성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장점은 지속되고 있다. 첫 싱글 'Subtle Thing', 'All Night Long' 등을 추천. 


6. My Bloody Valentine - MBV (2013)



1983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결성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은 원년 멤버 케빈 실즈(Kevin Shields)와 콜름 오시오소익(Colm Ó Cíosóig)을 주축으로 1987년 현재의 나머지 두 멤버들을 새로 영입한 후 크리에이션(Creation)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내놓은 두 장의 앨범을 통해 소위 슈게이징(Shoegazing)이란 사운드/장르적 용어로 정의되는 사운드의 왜곡과 리버브를 강조한 음악들로 매니아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2집 [Loveless]는 발매 직후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현재까지도 그들의 최고작이자 해당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오랜 해체기를 거쳐서 2007년 재결합한 이들은 2013년 단독 공연+밸리 록 페스티벌 참가로 한국 팬들과 처음 만났으며, 2018년 다시 펜타포트를 통해 그들만의 노이즈 록의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재결합 후 첫 앨범인 이 작품의 경우 과거에 케빈이 작곡해놓았던 곡을 중심으로 멤버들이 모여 마무리를 지어 정리해낸 음반인데, 역시 오랜 공백에도 평단에게는 호평을 얻어냈다.


7. Hoobastank - Push Pull (2018)



한국 록 팬들을 비롯해 팝 팬들까지도 이들의 대표 록 발라드 'The Reason'에 대해서는 기억을 하고 있을 후바스탱크는 데뷔 당시의 강력한 이모 코어적인 사운드에서 점점 '이모'쪽에 방점을 맞추는 행보를 보이더니 그래도 록에 더 방점을 보여준 [Fight or Flight](2012)보다 이번 신보에서는 좀 더 '리드믹한' 그루브까지 그들의 연주에 추가해내고 있다. 타이틀 트랙 'Push Pull'이나 'More Beautiful'을 듣고 있으면 이 밴드가 트렌드를 소화하는 폭이 꽤 넓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의 히트곡을 커버한 'Head Over Heels'나 'True Believer' 등에서는 원래 그대로의 그들을 만날 수 있으니 기대하시길.   


8. Walk The Moon - What If Nothing (2017) 



오하이오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워크 더 문은 그간 한국에서 크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메이저 2집 [Talking Is Hard](2014)에 담긴 대표 싱글 ‘Shut Up And Dance’의 경우 북미와 유럽을 한번 들썩거리게 한 후 한국에서도 소폭 알려진 바 있다. 이 곡의 엄청난 인기 로 이들은 2015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비롯해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3년이 흘러 원래는 2017년 11월에 공개된 메이저 3집인 이 앨범은 모든 곡이 한국인의 감성에 맞는 멜로디와 드라마틱한 스케일을 들려준다. 힘과 강렬함보다는 감수성이 예민한 음악팬들을 위한 모던하고 매끈함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수록된 13곡 모두 높은 완성도를 지녔으며, 첫 싱글 ‘One Foot’을 비롯해 ‘Kamikaze’, ‘Surrender’, ‘Tiger Teeth’, ‘All Night’ 등을 추천한다. (오승해)


9. Suchmos - The Ashtray (2018) 

YONCE (보컬), TAIKING(기타), HSU(베이스), OK(드럼), KCEE(DJ), TAIHEI(키보드)로 구성된 밴드 서치모스(루이 암스트롱의 별명 ‘Satchmo’에서 그룹명의 모티프를 얻었다)는 2013년 1월 결성되었다. 2015년 첫 EP [Essence]를 시작으로 총 3장의 EP와 2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록, 소울, 애시드, 재즈,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를 융합하며 흥겹고 리드미컬한 사운드로 일본을 넘어 한국과 서구권에서도 서서히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그들의 최초의 ‘미니앨범’인 이 작품에는 선행 싱글이었던 복고적 사운드의 애시드 재즈 ‘808’을 포함 총 8곡이 담겼다. 로킹한 펑키 리듬이 빛나는 ‘Volt-Age’, 꽤 실험적인 ‘One Day in Avenue’ 등 전곡이 매력적인 음반이다. 


10. Never Young Beach - A Good Time (2017)



2014년 프론트맨 아베 유우마(安部勇磨, 보컬과 기타) 마츠시마 코우(松島皓, 기타)가 의기투합해 하우스 메이킹으로 제작한 사이키 팝 음악들을 100장 CD에 담아 완판시키면서 자연스레 공연을 위한 밴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 네버 영 비치는 2015년 데뷔 앨범 [Yashinoki House]를 공개하면서 후지 록 페스티벌에 등장하면서 신인이면서도 그간 신인이 아닌 밴드들만 설 수 있었던 '苗場食堂 스테이지'로 직행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앨범까지 총 3장의 앨범을 공개했으며 이 앨범이 메이저레이블 빅터(Victor)로 이적한 후 첫 작품이다. 1960년대식 서핑 뮤직, 개러지 록의 정서와 1970년대식 일본 시티 팝의 유연하고 여피적 정서까지 함께 들어있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 밴드 그룹 명 속에 들어있는 '젊음'과 '해변'의 인상이 강하게 떠오를 수 밖에 없다.